노동과세계
인지컨트롤스(주)가 인체에 치명적 손상을 가해 사망으로까지 몰아갈 수 있는 유해물질들을 다량으로 사용하면서도 기본적 안전보호조치는커녕 산업안전보건법 상 명시된 교육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 안산 소재 인지컨트롤스(주)는 자동차 엔진 센서류를 생산하는 사업장이다. 회사는 작업과정에서 노동자들에게 솔벤트(solvent), 트리클로로에틸렌(TCE) 등 다량의 유해물질을 사용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자신이 매일 만지고 호흡하는 그 물체가 얼마나 치명적인 것인지조차 모르는 채 무방비로 노출돼 왔다.
"솔벤트, TCE를 헝겊에 묻혀 제품 닦았다"
솔벤트는 지난 15년 간 한국타이어 전현직 노동자 100여명 목숨을 앗아간 물질로 알려져 있다. 노동자 사망을 규명해야 한다는 시민사회 문제제기가 빗발쳤고 역학조사 방침이 알려지자 한국타이어 측이 급히 솔벤트통을 청소했다는 것이 들통 나 논란을 빚기도 했다.
올해 들어 1월6일 한국타이이에서 일하던 또 한 명의 노동자가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한국타이어에서 100명 가까운 전현직 노동자가 집단돌연사로 사망했지만 그 죽음의 행렬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또 국내외 연구결과에 따르면 솔벤트에 노출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정자운동에 결함이 있을 가능성이 2.5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신 중 솔벤트에 노출되면 자녀 지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이밖에도 규명되지 않은 여러 가지 유해성을 지닌 물질이 솔벤트다.
금속노조가 지난 1월22일 인지컨트롤스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안전보건실태를 조사했다. 노조가 조사한 현장상황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심각했다. 현장 노동자들 설문조사를 통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례가 수 차례 불거졌다.
한국타이어 100명 노동자 목숨 앗아간 ‘솔벤트’ 보호구 없이 맨손작업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이 곳 노동자들이 유해물질에 무방비로 노출돼 왔다는 점이다. 조합원들은 작업과정에서 솔벤트, 트리클로로에틸렌(TCE) 등 유해물질을 수시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인지컨트롤스에서 일하는 72명 노동자 중 26명은 본인이 일하는 현장에 국소배기장치가 설치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 유해물질 취급 장소에 물질안전보건자료도 비치돼 있지 않았다.
인지컨트롤스는 산업안전보건법 제24조, 산업보건기준 규칙 제5․7조 등에 의거, 국소배기장치가 설치돼야 한다. 그러나 일부 작업장소에만 설치됐고, 그나마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함을 금속노조가 확인했다.
솔벤트 등 유해물질에 대한 교육이 진행됐는지를 묻는 질문에 82명 노동자 중 74명이 “없다”고 답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유해물질을 취급하는 방식이다. 다음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근무부서 작업진행 상황을 주관식으로 서술한 것이다.
“세척액을 헝겊에 묻혀 제품을 닦는다”
“직업자가 직접 손으로 말통을 들고 옮긴다”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고, 가끔 면장갑을 낄 때가 있다”
“드럼통에 있는 솔벤트를 자바라로 말통에 담아서 설비에 들어 붓는다”
“설비 작업 중 마모성 단품 때문에 설비 작업 중인 사람에게 많이 튄다”
“99~08년 8월까지 연료 압력레 귤레라인에서 작업했음, 조정작업 중 에어샤워공정과 조정작업 중 증발이 되면서 냄새가 심하게 남”
“제품을 용기에 담아 TCE에 넣었다 꺼낸다”
“솔벤트 사용으로 속이 매슥거린다, 머리도 아프다”
솔벤트는 한국타이어에서 발생한 연이은 노동자 사망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유독물이며, 95년 LG전자부품(주) 공장 여성 노동자들의 집단 불임을 초래한 바 있다. TCE역시 대표적 발암물질로 파킨슨 증후군이나 간·신장 질환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솔벤트 말고도 이 곳 현장에서는 pb-1, 부동액, wd-40, 미션오일, 유해알콜, TCE, 정제되지 않은 알콜, 동분(동가루), 구리스, 엔진오일, 세척액 등 갖가지 발암성 물질들을 사용하고 있음이 현장 노동자들에 의해 확인됐다.
산재처리 건수 ‘0’...공상처리, “본인이 알아서 하라”
인지컨트롤스는 산재처리도 전혀 하지 않았다. 현장 노동자들은 최근 3년 간 산업재해가 33건 발생한 것으로 답했지만 회사는 지금까지 단 1건도 산재처리를 하지 않았다. 대부분 공상처리(22건)하거나 “본인이 알아서” 처리한 경우도 11건이나 됐다.
3년 간 기록을 보존해 산재신청을 가능토록 한 산업재해보상법에 의거, 지난 2008년 1월부터 현재까지 발생한 10건의 산업재해의 경우 지금이라도 산재신청을 할 수 있다.
회사는 산업안전보건법 교육도 전혀 실시하지 않고 있다. 설문에 응한 96명 중 91명이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1조 위반으로 500만원 이타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교육도 받지 않은 노동자들에게 서명을 강요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1조와 법 사문서 조작에 해당된다.
이 외에도 인지컨트롤스(주) 현장에서는 작업환경측정과 특수건강검진, 근골격계 유해위험조사, 성희롱 예방교육 등이 거의 실시되지 않거나 사측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경우가 많았다.
“우리는 수량을 뽑는 기계가 아니다”
사측은 생산량을 달성하기 위해 노동자들을 강압적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기만 했다. 현장 노동자들의 증언이다.
“노동자를 기계처럼 생각”, “우리는 기계가 아닙니다. 쉬는 날 편히 쉬고 싶고, 수량에 대한 압박을 받고 싶지 않습니다”, “근로조건이 열악해서 작업 시 힘들다, 수량 뽑기에 급급해서 힘들다”, “생산에만 치중할 뿐 노동자를 생각지 않는다”, “주야간 작업자들 생산수량을 비교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들다”, “화장실 갈 때도 눈치를 본다”...
그들은 아플 때 마음 놓고 병원에 갈 수조차 없다.
“작업 때문에 몸이 아픈데 아프면 관리자의 눈밖에 난다”, “병원에 못 가게 한다”, “평일날 아들이 아파서 병원 좀 간다고 하니 발주 수량이 많아서 안된다고 함”...
인지컨트럴스(주)는 지금까지 산재처리를 단 한 건도 하지 않았다. 공상이나 의료보험 처리를 강요한 것도 모자라 산재 책임을 본인에게 돌리기도 했다.
“산업재해가 (발생해도) 사측의 일방적 업무처리로 억울함도 호소하지 못하고 공상처리를 강요했다. 심하게는 본인 부주의라며 마치 죄인 취급을 한다”, “(산업안전보건)교육을 받지 않고도 서명 만으로 교육을 대치”, “산업재해를 당했어도 거의 공상 처리되거나 의료보험 처리돼 당사자는 매우 불만이 크다”...
노조 설립하자 사측 즉각 폭력대응...공격적 불법 직장폐쇄, 용역깡패 동원한 폭행 등
회사의 강압적 살인적 노동 강요와 부당한 대우에 맞서 인지컨트롤스 노동자들이 지난해 10월31일 노동조합을 결성 창립총회를 가졌다. 기초요구안을 갖고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이를 거부했다. 뿐만 아니라 회사는 폭력적 방법으로 노조 파괴에 나섰다.
용역깡패를 동원해 조합원들에게 무차별 폭행을 가하고, 공격적 불법 직장폐쇄를 감행하는 한편 노조 탈퇴를 회유 협박하고 있다. 조합원들이 천막농성에 돌입하자 천막을 강제철거 압수해 갔다.
“TV 노조 뉴스가 우리 일이었음을 알았다...”
노동자들이 사측의 일방적 강압적 지시와 명령에 따라 유해물질을 무방비로 다루며 생산량 달성만을 위한 충실한 기계로 일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노조를 설립한 노동자들은 이제 더 이상 그들을 위한 기계로 살아가지 않을 것을 선언했다.
“TV에 나오는 노조 뉴스는 남의 일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회사의 부도덕을 알게 되면서 이제 피부로 느낍니다. 회사를 바로 잡고 싶어서 시작한 길이 헛되지 않게 열심히 투쟁하겠습니다.”
“인간답게 살고 싶고 일한 만큼 돈도 받고 싶습니다. 하루빨리 금속노조 깃발을 세워주세요.”
“우리 인지 동지들은 끝까지 조직력으로 똘똘 뭉쳐 싸울 것입니다. 금속노조에서도 우리 인지 지회를 끝까지 지켜주세요. 금속노조 사랑합니다.”
“우리모두 민주노총 깃발을 올릴 수 있도록 파이팅 합시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8일 ‘인지컨트롤스 사측이 복수노조를 이유로 교섭을 거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는 심판 결정을 내렸다. 인지컨트롤스는 활동하지도 않는 유령노조를 앞세워 복수노조 금지조항을 구실삼아 지회를 탄압해 왔다.
금속노조는 인지컨트롤스 노동자들의 노동안전보건 문제가 한국사회 중소영세비정규 노동자들의 산업안전실태를 극명히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보고 있다. 노조는 이후 관련 사업장들에 대한 조사 폭을 넓히는 한편 특별안전점검과 근로감독을 요구하고 산재은폐 책임자 처벌을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금속노조 문기주 노동안전부장은 “인지컨트롤스지회 경우는 우리 사회 특별한 사업장의 이야기가 아니라 중소영세비정규 사업장들이 안고 있는 제반의 문제점 중 한 실례일 뿐”이라면서 한국사회 노동안전보건 분야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지적했다.
이어 “본인의 안전과 건강을 돌볼 겨를 없이 일해서 먹고 살아야 하는 노동자들의 어려운 처지를 이용한 자본의 악랄한 수탈에 맞서 노동조합이 노동자 의식을 일깨우고 싸워 이기는 모범을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미리기자/노동과세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