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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보도

6.28. 배태선 전 조직쟁의실장 최후진술 전문

작성일 2016.06.29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706

민주노총 배태선 전 조직쟁의실장 법정 최후진술 전문

 

진술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재판장님께 부탁드리겠습니다.

제가 차분하게 끝까지 재판 과정에서 느낀 소회와 제 의견을 얘기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노동의 가치가 고루 평등하게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민주노총 전 조직쟁의실장 배태선입니다. 저는 작년 4월부터 작년 11.14까지 총 8개의 집회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기소되었습니다. 저는 사실 법을 잘 모릅니다.

그런데 지난 10여차례의 재판을 지켜보면서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어쩌면 재판이라는 게 보여 지지 않는 것을 살펴서 사실관계를 재구성하는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나 본 사건과 관련해서 저는 지금까지 보여 지는 사실보다 어쩌면 본질은 우리가 작년 한해 내내 왜 그렇게 집회를 할 수밖에 없었는지, 1114일 날 우리는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더 법리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시다시피, 작년 416일과 18일 세월호 집회를 제외하고 나머지 6개 집회는 임금삭감과 쉬운 해고, 평생 비정규직을 골자로 하는 박근혜정권의 노동개악을 막기 위한 집회였습니다. 20147,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대통령 직속의 규제개혁위원회, 154개에 달하는 규제개혁 종합 건의사항을 제출합니다. 그 내용, 저성과자들에 대한 해고제를 도입하는 것, 임금피크제를 법제화 하는 것, 통상임금의 부담을 완화하는 것, 경영상 해고요건을 완화하는 것,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을 완화하는 것, 거기에 기간제 노동자들의 사용 기간을 연장하고, 파견업종을 확대해달라는, 한마디로 노동조건의 전면적인 개악안을 제출했습니다.

 

근데 바로 이 재벌과 기업을 위한 종합선물세트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양극화 해소와 고용창출이라는 이름으로 박근혜 정권의 노동개혁으로 둔갑했습니다. 박근혜정권의 노동개혁, 대단히 간단합니다. 하나는 임금삭감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쉬운해고를 통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입니다.

대단히 모순되는 이야기입니다.

일단 저는 그 많은 내용들을 다 말할 생각이 없습니다. 다만, 작년에 전체 노동자들에게 공공연하게 받아들이라고 요구했던 임금피크제, 박근혜정부 노동개혁의 첫 단추였습니다. 임금피크제는 특정 연령, 정년에 가까운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는 제도입니다. 적게는 10%, 많게는 50%를 깎아야 한다고 정부의 용역보고서는 말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강요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업이 인건비가 커서 고용을 못하고 있으니, 너희가 임금을 깎아서 고용을 보장하라, 그리고 그렇게 깎인 임금으로 재원을 만들어서 고용절벽 상태에 있는 청년 노동자들의 고용 문제를 해결하라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말하는 임금피크제, 장년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는 문제일 뿐 청년실업 문제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면 그 돈을 깎는다고 해서 기업이 반드시 그 돈을 청년 고용을 위해 쓴다는 아무 약속도 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정부가 이 임금피크제를 우리가 반대하자 정부는 공공기관부터 임금피크제를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경영평가를 통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는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예산을 압박, 줄이고 임금을 동결시켰습니다.

그 결과 작년에 312개에 달하는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가 도입되었습니다. 우리는 반대했으나,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반대하는 노동자들이 대기업, 정규직, 철밥통, 기득권, 하다못해 자신의 앞길을 막는 파렴치한이라고 몰아붙였습니다.

그리고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도입을 강요하는 민간 대기업과 민간 선도기업을 중점 관리 사업장으로 발표했습니다.

 

결과는 이렇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가 도입되었습니다. 정부가 중점 관리했던 민간 선도기업의 66%에 임금피크제가 도입되었습니다. 정부의 주장이 옳았다면, 2016년 올해 청년실업은 대폭 줄었어야 합니다. 장년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안정됐어야 합니다. 그러나 결과는 어떻습니까. 20163월 현재, 2000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청년고용은 최하를 기록했습니다. 역대 최고의 청년실업률입니다. 정부의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이었습니다. 또 하나, 장년 노동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 임금피크제가 도입된 사업장에 장년 노동자들이, 임금피크제 도입 기간이 길면 길수록 퇴직금과 임금이 엄청나게 깎입니다. 그 손해를 감수할 수 없어서 희망퇴직을 썼습니다. 도대체 정부가 말했던 장년 노동자들과 청년 노동자들이,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그 임금피크제의 실상은 이렇습니다.

 

저는 박근혜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이 얼마나 많은 거짓으로 점철되었는가 하는 것을 이 자리에서 일일이 반박하지 않겠습니다. 그 거짓말은 책 한권 분량으로도 차고 넘칩니다. 아마 임금피크제 연장선상에서 올해 진행되고 있는 성과연봉제만큼은 반드시 이야기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6월 말까지 모든 공공기관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였습니다. 난리가 났습니다. 사실 정부는 능력 중심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성과연봉제가 불가피하다고 이야기하지만, 뭐라 이야기한다 하더라도 본질은 임금삭감입니다. 그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성과연봉제를 통해 쉬운 해고의 디딤돌로 만들고자 한다는 것입니다. 저성과자로 낙인 찍히면 우리는 일자리에서 쫓겨납니다. 이런 사실을 숨기고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작년과 마찬가지로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통해 예산을 압박하고 임금을 삭감하겠다는 이 정부. 저는 그래서 묻습니다. 남의 돈을 빼앗기 위해 협박을 일삼고 돈을 빼앗습니다. 이는 협박, 갈취에 해당합니다. 이 똑같은 짓을 정부가 하면 어떻게 됩니까. 임금 삭감을 위한 일자리 늘리기, 실패했습니다. 성공할 수도 없습니다. 또 하나, 쉬운 해고를 통한 일자리 늘리기. 정부의 정책이 가고자 하는 것, 임금삭감과 쉬운 해고를 통한 비정규직 100% 사회, 내일 잘릴지 모레 잘릴지 모르는 불안정 노동의 사회, 이것이 한국 사회의 미래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이 문제가 해결된다고 했을까요. 한국사회 양극화의 핵심은 부자들의 10%50%의 소득을 차지한다는 데 있습니다. 재벌들의 곳간은 차고 넘치는데, 고용이 늘어나지 않는 건,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투자해야 할 모든 돈을 재벌들의 곳간에 쌓아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치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작년 2015, 5대 재벌이 사내유보금으로 갖고 있는 돈이 500조입니다. 30대 재벌이 갖고 있는 사내유보금 710조입니다. 올해는 어떤가 보겠습니다. 소위 예금을 포함한 현금성 자산이, 올해 기업들은 작년에 비해 70조가 늘어나서 591조에 달합니다. 올해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은 845조입니다. 올해 정부 예산 387조의 두배가 넘는 돈입니다.

그 반면, 우리는 어떻습니까? 다수 노동자, 서민의 삶은 어떻습니까?

우리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실질임금은 2.3% 하락했습니다. 한국사회 최저임금 6,030, 그것도 못 받는 노동자가 4명 중 한명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30%, 여성 노동자 30%가 최저임금도 못 받고 있습니다.

 

저는 그래서 또 묻습니다. 성과연봉제 도입할 때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요건에 해당하므로, 노동자들의 동의 없이는 이거 위법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 장관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지 않고, 이사회 의결로 효력을 발휘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는 성과연봉제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고, 따라서 이사회 의결로 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 또는 노동자 과반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도대체 누가 불법을 부추기고 선동하고 있습니까. 도대체 한국사회에서 누가 가난한 노동자들의 주머니를 약탈해서 재벌들만 배불리는 정치를 강요하고 있습니까? 배고픈 사람 옆에 두고 혼자 밥을 먹지 않는 것이 인간의 예의라고 합니다. 배고픈 사람의 밥상을 뺏어서 재벌의 식탁을 차리는 이 정권에 맞서 싸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정부는 우리의 것을 빼앗아가면서 우리를 설득하지 못했습니다. 우리의 동의를 얻을 최소한의 도덕적 정당성도 잃었습니다. 그저 정부가 한 것은 국민을 두고 찍소리 하지 마라, 억압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권력을 유지했습니다.

작년 한해에 걸쳐 지속적으로, 체계적으로 시위 진압 훈련을 받는 기동대를 포함한, 물리력을 갖춘 경찰병력과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기소와 구속이라는 법적 강요, 이것이 박근혜정권의 공안통치를 유지하고 지탱하는 두개의 기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정권의 이런 본질이 작년 11.14. 광화문에 모여서 민생파탄에 대한 책임을 묻고, 정부정책의 중단을 요구했던 노동자들을 폭력적으로 짓밟았던 경찰의 계획을 통해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그날 경찰은 수만명의 병력을 무장시켰습니다. 차벽과 물대포와 최루액과 캡사이신과 철제 와이어, 쇠파이프까지 준비했습니다. 경찰은 이미 집회가 시작되기 전에, 회의를 통해 비상 명령을 내렸습니다. 우리는 폭도였던 것이 아니라 애당초 폭도로 규정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경찰의 살수차에 맨 몸의 농민이 쓰러졌습니다. 그는 지금 6개월이 넘도록 일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11.14. 광화문 광장을 가로막았던 경찰 병력은 국가폭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이 정부에게, 11.14 보였던 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아무 가치도 없습니다.

백남기 농민이 쓰러지자 정권은 그 다음날 대대적인 선전.선동에 들어갑니다.

아까 보신 것처럼 도심 마비, 폭도, 심지어 소요. 단 하루의 집회는 정권에 의해 폭도로 매도되고 폭도로 규정되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도대체 왜 그렇게 했을까요. 저는 세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번째 이유는 경제 실정에 따른 민생파탄의 책임에 분노한 민심의 화살을 민주노총에게 돌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두번째는 13만에 달하는 노동자, 농민, 서민들의 그 분노가 자칫 일반 국민의 불만으로 옮겨 붙어 이 정권을 향한 분노로 터져나올까 그것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세번째, 민주노총에 대한 오래된 적개심입니다. 이 정부는 들어서자마자 역대 정권이 한번도 하지 않았던 민주노총에 대한 대규모 공권력 투입, 철도파업 때 했습니다. 저는 그걸 구미에서 연합뉴스 생방송으로 봤습니다. 기가 막혔습니다. 도대체 어떤 잘못을 했다 하더라도 한 건물을 모든 병력이 탈탈 터는 것을 24시간에 걸쳐서 생방송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저는 이렇게 받아들였습니다. 정부에 대들면 이렇게 된다, 본때를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그 하루의 집회로 2천명의 경찰병력이 조사에 나서서 1,500명을 수색하고 조사하고, 그 중에 수십명을 구속하는, 역대 단일사건 중 최악의 공안탄압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마찬가집니다. 이 정권은 노동혐오 정권입니다. 노동자에 대한 혐오가 없었다면 민주노총의 위원장님은, 한 나라 노동계의 대표인 한상균 위원장에게 8년형을 구형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희는 박근혜정권의 노동개혁, 아니 노동개악이 중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정부에게 이렇게 제안했습니다. 정말로 일자리를 늘리고, 정말로 한국사회 양극화 해결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한가지는 최저임금 대폭인상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노동시간 단축해서 고용을 늘려야 한다고 얘기했습니다.

이것은 세계 모든 나라들이 가고 있는 방향입니다. 이 재원, 있습니다. 정부는 임금피크제로 2천억 재원을 확보해서 10만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얘기했으나, 2014년 법인세 감세액이 25천억입니다. 그 돈이면 100만 명의 청년실업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정부도 알고 있습니다. 노동시간 단축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고용창출의 방안이라는 것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왜 하지 않습니까.

재벌과 기업이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미 일본은 동일노동-동일임금을 통해 격차 해소에 나섰습니다. 미국과 독일은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해서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도대체 한국 사회를 살리는 진짜 방법이 뭔지, 저는 이번 판결을 통해서 사회적 토론을 시작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박근혜정부가 가고 있는 길, 한때 여러 나라가 갔지만 지금은 아무도 가지 않는 길입니다. 그 길에 박근혜 정부 혼자 서있습니다. 그 길의 끝은 1% 재벌이 천국에 이르는 길이고, 99% 노동자. 서민이 벼랑으로 내몰리는 천길 낭떠러지의 길입니다.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국민 대다수는 지금, 한여름 뙤약볕 아래 자갈밭길을 걷는 것처럼 팍팍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희들은 그들의 고단한 삶을 쓰다듬는 따뜻한 손길이었습니다. 불행하게도, 많은 국민들은 법이 힘 있고 돈 있는 사람들의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저는 법이 본래적으로 지키고자 했던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법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래서 이번 판결이, 여전히 법이 살아있다는 것을 많은 국민들이 믿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재판장님께 부탁드립니다. 초반에 제가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는 이번 판결에 앞서서 왜 이런 사건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는지, 한국 노동자의 삶은 어떤지, 정부의 정책은 과연 옳은지, 민주노총이 제안한 그 정책은 왜 받아들여지지 않았는지, 이 대책을 갖고 함께 이야기하자고 하는 우리의 제안은 대통령도, 노동부 장관도 왜 단 한번도 응하지 않았는지, 이 사정을 충분히 파악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11.14 그 광화문 광장에서 국가폭력 앞에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키고 싶었던 그날의 우리들에게 죄가 없다는 판결을 기다립니다.

지금도 우리 사회를 바꾸기 위해, 사람다운 존엄을 지키기 위해, 쫓겨나지 않기 위해, 내 아이들과 소박한 밥상을 마주하는 일상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저는 그들 모두가 꼭 힘을 냈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갇혀있지만 그들이 승리할 때까지 온 마음을 다해 저항하겠습니다.

끝으로, 다시한번 백남기 농민의 쾌유를 기원합니다.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2016628일 배태선

 

배태선 동지는 6월 28일 공안검찰로 부터 징역 6년형을 구형받았습니다. 선고는 719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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