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열사 윤종광 민주노총전북본부장 조사
윤종광 열사여! 동지여!
노동해방의 대지에 깊게 뿌리 내린 동지의 신념을 잊지 않겠습니다.
담장 밖 수많은 소식들이 전해지지만 부고(訃告)만큼은 담장을 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얼어붙은 대지를 비집고 기어이 싹을 틔우는 투쟁의지로 그깟 병마 이겨내고 훌훌 털고 일어설 거라 의심치 않았습니다.
조금만 더 버텨내면 손 맞잡고, 어깨 맞대고, 마음과 마음으로 민주노조운동의 후사를 도모할 날이 올 거라 기도했습니다.
윤종광 열사여! 동지여!
황망한 부고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뭣이 급하다고 첩첩이 쌓인 이야기보따리 풀 시간도 주지 않고 그리 먼 길 떠났나요.
지금 이 순간만큼은 마주앉아 술 한 잔 나눌 시간마저 앗아 간 모든 것에 분노합니다.
노동해방을 위한 길, 민주노조운동 30년 외길을 걸어 온 동지여!
그 길은 대공장노동운동 혁신을 지역연대와 투쟁으로 돌파하겠다는 길이었습니다.
그 길은 지역본부를 투쟁의 구심으로 만들기 위한 길이었습니다.
그 길은 민주노총을 모든 노동자의 희망으로 만들기 위한 길이었습니다.
이제 동지가 걸어 온 길을 우리 모두의 길, 민주노총이 가야 할 길로 받아 안겠습니다.
2015년, 박근혜 정권의 노동개악에 맞서 물러섬 없이 총파업에 나서야 한다는 동지의 부리부리한 눈빛과 우렁우렁한 목소리가 잊히지 않습니다.
고심이 많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어렵다고 가야할 길을 돌아가서는 안 된다는 동지의 말이 죽비처럼 내려쳤습니다.
다시 또 같은 상황이 와도 흔들리지 않는 동지의 말이 원칙이 되고 기준이 될 것입니다.
윤종광 동지여! 열사여!
육신은 사라지겠지만 노동해방의 대지에 깊게 뿌리 내린 동지의 신념은 영원할 것입니다.
좁은 독방 벽면에 열사의 명패 붙이고 곡차대신 물 한잔 올려놓고 먼 길 보내드립니다.
차별과 착취가 없는 세상을 열어 가는 길에 한 줄기 빛이 되어 동행할 거라 믿습니다.
열사가 걸어온 길, 80만 조합원과 2천만 노동자와 함께 거침없이 이어가겠습니다.
모든 고뇌 내려놓고 병마 없는 곳에서 평안히 영면하시길 바랍니다.
화성교도소에서
민주노총 위원장 한상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