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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공선]을 읽고 - 정지혜

작성일 2008.12.04 작성자 교선문화실
<게공선>을 읽고
“우리에겐, 우리 말고는, 같은 편이 없어”

정지혜

소설 게공선은 1929년에 쓰였다. 당시 일본 어업노동자의 현실을 끔찍하리만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지은이 고바야시는 비합법 공산당의 당원으로, 일본프롤레타리아문화연맹의 조직원으로 활동하다 1933년 체포되어 고문을 받다 살해당했다. 당시 그의 나이 서른 살이었다.

게공선은 바다 위에서 게 통조림을 만드는 ‘공장선’이다. 먹고 살 길 막막한 노동자들은 몇 푼이라도 벌어보려고 바다로 나선다. 그러나 그들이 게공선에서 경험한 현실은 ‘죽음’이었다. 이렇게 혹사당하다간 그냥 꼬꾸라지겠다, 내일이면 나도 시체가 되어 저 차가운 바다 속에 던져질 것 같다, 일 초라도 더는 몸을 지탱하기도 힘든데 꾀병 부린다고 각목으로 맞고 난간에 매달리면서 어업노동자들은 처음엔 두려움에 떨었다. 그 다음엔 억누를 길 없는 분노로, 마지막엔 노동자 집단의 힘에 대한 각성으로 나아간다.

“… 더욱 힘을 내자구. 갈 데까지 가면, 거짓말이 아니야. 저들이 우리를 더 무서워한단 말이야. 벌벌 떨지 마. 선원과 보일러공이 없었으면 배는 움직이지 않아. 노동자가 일하지 않으면 동전 한 푼도 부자의 호주머니에 들어갈 수 없어. 배를 사거나 도구를 준비하는 돈도, 마찬가지로 다른 노동자가 피를 짜서 벌어준 거야. 우리한데서 착취해간 돈이야.”

1차 파업은 실패했다. 파업 중인 게공선으로 군함이 다가왔을 때, 아직 순진한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편일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의 군함이니까, 우리 국민의 편일 게 분명해.”
그러나 무장한 군인은 파업 주동자 아홉 명을 체포해갔다.
파업이 깨지고 또 다시 가혹한 노동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은 문득 깨달았다.
“우리에겐, 우리 말고는, 같은 편이 없어. 이제야 알았다.”
“우리가 틀렸어. 저렇게 아홉이면 아홉 사람 모두 넘겨주는 게 아니었다. 우리 모두, 모두가 하나라는 식으로 행동해야만 했어.”
<그리고 그들은 들고 일어났다. 다시 한 번 더!> 이것이 이 소설의 마지막 구절이었다.

그리고 작가는 그 뒷일에 대해 두 세가지를 덧붙였다.
두 번째 파업은 성공했다는 것. 육지로 귀향했을 때 다른 게공선에서도 파업이 있었다는 걸 서로 알게 되었다는 것. 두세 척의 배에서 ‘불온 선전’의 작은 책자가 나왔다는 것. 노동자들을 학대하던 ‘감독-게공선 현장 책임자’도 결국 자본에게 배신당하고 버려졌다는 것 등.
마지막으로 ‘조직’ ‘투쟁’이라는, 이 위대한 경험을 처음으로 알게 된 어업노동자와 잡일꾼들이 경찰서의 문을 나서자, 다양한 노동 계층 속으로 각각 파고들었다는 것.
몇 줄 안되는 작가의 ‘덧붙이는 글’에서는 작가의 의도가 확연히 드러난다.
이 책도 소설이라기보다 생생한 선동문처럼 느껴졌다.
자연발생적인 투쟁이라도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처참한 노동계급의 현실, 노동계급이 나아갈 바-노동운동의 방향성은 공산주의 운동과 일치할 수밖에 없음을 작가는 소설 <게공선>을 통해 주장하고 있다. 생생한 묘사-현실을 그려주기 때문에 작가의 의도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독자들에게 스며들게 된다.
1929년 이 소설을 읽었을-나오자마자 판매 금지 되었지만- 일본 노동자들의 심경이 어땠을 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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