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미디어실 조회:20796 2009.03.13 09:08

[한국의 글쟁이들] / 구본준 / 한겨레출판

“한국의 글쟁이들” 이라는 제목으로 현재 활동 중인 대표적인 저술가 18명의 집필 세계를 소개한다. 책이라는 것은 간접경험을 통해 현실을 대리 경험하게 해주는 수단이던가. 만약 이 정의가 적절하다면, 이들 18명은 책을 통해 세계를 열어주는 매신져들이다. 사실, 나는 편협한 독서 경향 때문에. 이들 중 절반도 알지 못한다. 다만, 도올과 한비야 정도의 사생활이 궁금했고, 그들의 집필 철학에 관심이 갔을 뿐이었다.

처음의 다소 소박한 의도와는 상관없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각 분야를 대표하는 최고의 글쟁이들을 만나게 되었다. 건축과 미술, 만화작가, NGO활동가 등 너무나 다양하고 다른, 그들의 환경 속에서 나는 몇 가지의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물론, 이들의 다양한 영역만큼이나, 다양한 철학과 패턴.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이지만, 수면 위를 떠오르는 묘한 공통점이 느껴진 것이다.

1. 이들은 전문가이다.
요즘은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주제로 저마다 글을 쓴다. 그래서 방송인, 여행가, 정치인 가리지 않고, 대중적 인기를 기반으로 ‘책’이라는 묵직한 작업에 도전하는 것이 관례가 되었다. 모든 일에는 명암(明暗)이 있겠지만, 이러한 보편화와는 구별적으로 책의, 글의 가치가 값없이 여겨지는 것 또한 사실인 듯하다. 책속에 자신의 분신(分身)을 담아내지 않고, 진지함이 결여된, 그래서 자신의 타이틀과 표지, 디자인등 글 외(外)적인 것에 지나치게 초점을 둔 책들은 어쩐지 조금 위태롭다. 다소 거창에게 시작했지만, 앞서 언급한 18명은 이러한 뜬내기 저술가들이 아니다. 각자가 자신의 영역에서 깊은 뿌리를 박고 있는, 그래서 자신의 분야의 대가가 된, 그런 사람들이다. 물론 교수도 존재 하려니와, 저술을 위해 교수를 그만둔 사람도 있다. 오랜 시간과, 깊은 정성이 숙성되어 나오는 그들의 문장은 ‘종가집 간장 맛’ 만큼이나 자부심과 고집이 느껴진다. 이것은 자의․ 타의에 의해 입증되고 검증된다. 소가 밭을 갈 듯, 묵묵히 외곬수의 길을 걷는 이들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2. 대중을 겨냥한다.
오랜 노력과, 정성으로 한 영역에서 지식뿐만 아니라, 지혜를 익힌 이들은 자신들의 앎을 뽐내지 않는다. 실로, 익은 벼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겸손함은 친절하게 대중에게 다가간다. 지식 하나를 붙잡아서는 전체를 엮을 수 없듯, 그들의 지혜가 아니고서는 일반인들과 소통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각종 논문과, 보고서가 대중을 외면하고 각자의 방문을 걸어 잠그는 현실에서 이들의 노력이 고마울 따름이다.

3. 책벌레다.
책을 쓰는 이들은 책을 읽는다. 글쟁이들을 인터뷰한 구본준씨의 거의 대부분의 묘사에서 이들이 책벌레라는 사실이 느껴진다. 방 전체에 빼곡이 자리한 책들은 말할 것도 없고, 불어나는 책들을 감당할 길이 없어, 가족들과 떨어져 새로 ‘서재집’을 꾸리는 이들까지, 이들의 책사랑은 남다르다. 딱히, 자신의 전공 분야만 파는 것도 아닌듯하다. 다독과, 정독, 속독. 다양한 방법으로 다양하게 읽어나가는 이들은 타인의 글속에서 자신이 써야할 글을 발견하는 듯하다.

4. 치열하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글쟁이에 대한 낭만을 마지막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모두 버렸다. 자유로운 프리렌서, 여행가 등의 다소 자유분방한 삶을 기대했던 그들의 삶은 치열했다. 각자의 스타일에 따라 집필 시간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정한 시간에 글을 쓰고, 공부를 했다. ‘글’ 하나를 위해 인간관계까지 닫아 버리는 이들의 엄밀함 앞에서 글 이라는 것이 이들에게 어떠한 존재인지 궁금해졌다. 흔히, 생각하는 영감(靈感)을 먹고사는 존재로서의 글쟁이가 아닌, 단계를 차근차근 쌓아 올려가는 우직함은 왠만한 직장인들의 일상보다 더 치열하고 빈틈없다.

글쓴이의 표현과 설명은 딱딱하지 않았다. 무지한 나의 수준을 적절히 고려한 듯한 친근한 설명은 18명의 글쟁이들을 거부감 없이 소개했다. 그래서 적어도, 각자의 대표작 한권이라도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마력을 지녔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 는 말처럼, 가볍게 읽어나가던 중에, 이들에게 흠뻑 젖어버리는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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