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에 소액 정치자금을 후원한 노조들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표적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소액 다수의 정치자금을 활성화하기 위해 단체(노조)의 정치자금 후원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노동당이 진보신당, 민주노총, 한국노총과 함께 10일 오후 국회도서관에서 연 ‘정치자금 후원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에서다. 이날 토론회는 진보정당과 노조 탄압 도구로 전락한 정치자금법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개정 방안을 모색해 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20110610_polimoney035.jpg

 

소액 다수 후원한 노조 수사는 검찰의 정치탄압

 

토론회에 앞서 진보양당과 양대노총 대표자들은 인사말을 통해 검찰의 정치자금 수사는 진보정당과 노조 탄압을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지금 벌어지는 탄압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진보정치 세력에서 시작되는 진보정치대통합의 돌풍, 그리고 그것으로 만들어진 강력한 야권연대의 힘, 이것을 어떻게든 무너뜨려 보겠다는 것”이라며 “노동자들이 지지하는 정당에 돈 한 푼 내는 것조차 두려워 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이는 노동자들의 정치적 활로를 열어가는 정당에 대한 탄압일 뿐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정치권 기본권, 소액 후원금으로 정치활동을 하는 정치적 기본권을 제약하려는 시도”라고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20110610_polimoney008.jpg

 

이어 이 대표는 “민주노동당은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발의할 것이다. 투명 공개를 전제로 소액 다수 모금을 활성화하고 교섭단체에 과도하게 주어지는 국고보조금을 득표율과 의석수, 당원 당비 납부율에 비례해 교부한다면 정당의 재정 건전성이 충실해지고 정당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중앙당과 (광역)시도당 후원회를 활성화하고 교사,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를 위해 기부금을 허용해야 한다”며 “정치자금이 투명하게 관리되고 국민이 직접 후원한 작지만 깨끗한 돈으로 한국 정치가 움직여야만 온전히 국민을 위한 정치가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2~3년 전부터 노조가 소액 후원을 모아서 (진보정당에)낸 것을 선관위와 검찰이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진보정당의 성장과 발전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보수세력이 진보정당을 탄압하겠다는 명분이 가장 크다”며 “정치적으로 정면 돌파해야 하는 문제”라고 힘줘 말했다.

 

김동만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은 "차떼기 자금이 힘 있는 집권여당에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해 정치자금법을 만들었는데 힘없는 소액 후원자를 범죄자 취급하는 것은 큰 문제다. 검찰이 (노조)당사자를 불러 몇날며칠 괴롭히고 돌아가면 (검찰에서)별 말이 없다. (노조원들은)검찰에 불려가는 것을 굉장히 두려워한다. 그러니 한국노총에 원성이 쏟아진다. 중앙선관위 정당국장이 과거 모범적인 정치참여에 대해 얼마나 광고했느냐"고 따진 뒤 "이상한 검찰, 선관위, 정권이다. 정치 검찰의 폭주에 손 놓고 있을 수 없다. 비현실적인 (정치자금법)31조를 손봐야 한다"고 호소했다.

 

정희성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민주노총은)진보정당 발전이 노동자가 살맛나는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하는 것이라고 해 (후원금을)모금했다. 절차상 시시비비가 있을 수 있으나 애초 법 제정 취지에 맞춰보면 후원금 모금사업은 불법이 아니고 떳떳한 것"이라며 "이명박 정권의 자태는 노동자를 탄압하고 이후 정치후원금 모금을 위축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고 비판했다.

 

20110610_polimoney024.jpg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권영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는 "정치자금법의 문제점을 짚은 토론회지만 검찰과 중선관위에 대한 강력한 규탄"이라며 "정개특위에서 제대로 만들자는 목적을 띤 토론회가 성공해야 한다. (여러분의)명을 잘 받들어 정개특위에서 잘하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또 권 의원은 "정개특위엔 민주당, 한나라당 법안이 이미 제출돼 있다. 단체 허용 범위가 핵심적으로 돼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성안한 법안을 진보진영이 수용할 것인지, 안 할 것인지가 남아 있다"며 "가급적 빨리 처리하겠다. 6월 임시국회에서 합의해 처리하자고 뜻을 모으고 있다"고 정개특위 상황을 전했다.

 

토론회는 최규엽 새세상연구소 소장이 사회를 맡고 김장민 새세상연구소 상임연구위원이 '정치자금법상 후원금 제도개선 방안'을 발제하고 정용건 사무금용연맹 위원장, 우태현 한국노총 중앙연구위원, 정관호 전교조 정책실장, 김형탁 진보신당 사무총장, 손재권 중선관위 정당국장이 지정토론을 벌였다.

 

노조 정치후원 허용 '공감', 영리단체 후원 허용은 '이견'  

 

토론회에선 “누구든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는 기부할 수 없다”는 정치자금법 31조 2항의 표현이 애매해 자의석 해석이 가능하고 노조와 진보정당을 탄압하는 데 악용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 조항은 불법 정치자금을 엄격히 차단하고 소액 후원금을 활성화한다는 본래 취지였다.

 

이와 관련해 김장민 연구위원은 "정치자금의 민주성, 형평성, 투명성을 전제로 한다면 노조나 기업의 후원 자체를 금지할 필요가 없다"며 "정치선진국에선 노조의 설립 목적인 노동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정치자금의 후원과 기부를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은 노조나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가 보편화돼 있으며 미국은 기업과 노조를 비롯한 다양한 단체의 PAC(정치활동위원회)를 허용해 이를 통해 별도의 기부금을 조성, 관리하고 있다.

 

정용건 사무금융연맹 위원장은 "정치자금은 투명성, 자발성, 대가성의 문제다. 투명성이 확보되면 어디서 가져와도 문제가 될 게 없다. 투명성이 문제가 되면 대가성으로 처벌하면 된다"며 "진보정당에 소액기부를 해서 대가를 바라는 것은 단 한 가지다. 올바른 정치, 투명한 정치, 노동자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해달라는 것이다. 그것이 대가성이냐. 대가성이면 다 잡아가면 된다"고 항변했다.

 

정 위원장은 "이제 (노조의 정치후원을)열어야 한다. 자발성과 관련해 10만 원씩 자기가 먼저 내고 이듬해 2월 돌려받는다. 본인 동의 없이 가능한 세상이냐. 노조를 민주주의 학교라고 한다. 자발성을 지키지 않으면 집행부가 내려가야(물러나야) 한다. 그런 노조가 소액 후원한 것에 대한 검찰 수사의 중단을 촉구한다. 조속히 법을 바꿔 달라"고 호소했다.

 

김장민 연구위원은 정치자금법 개정의 쟁점사항인 기업 등 영리단체의 정치후원과 관련해 "단체의 기부한도를 1년간 총액별, 후원회별 최소액으로 제한하고 그 내용을 공개하는 것을 전제로 법인의 정치자금 기부를 허용해야 한다"며 "대기업과 정치권의 유착을 막기 위해 한 단체가 1년간 할 수 있는 후원금의 총액을 연간 3천만 원 수준으로 제한하면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김형탁 진보신당 사무총장도 공감을 표하며 "단체와 법인의 연간 후원 한도를 5천만 원 이하로 낮추는 제한을 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태현 한국노총 중앙연구위원은 "영리 법인은 존재적인 목적에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영리단체 허용은 제고해야 한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20110610_polimoney048.jpg

 

중앙당‧광역시도당 후원회 부활시켜야

 

지정토론자들은 중앙당‧광역시도당의 후원회 부활에 대해선 모두 공감했다. 김장민 연구위원은 "당의 재정 건전화와 선거 경비의 합법적인 조달을 위해 중앙당과 시도당 후원회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기정 민주당 의원, 유성엽 의원 등은 "비례대표를 제외한 모든 지방선거의 후보자와 예비후보자에게 후원회를 둘 수 있도록 후원회 지정권자를 확대"하는 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중앙당‧시도당 후원회 부활에 대해선 김형탁 진보신당 사무총장뿐 아니라 손재권 중선관위 정당국장도 동의했다. 손 국장은 "일반인들이 정당에 후원하는 방법이 당원으로 가입하고 당비 내는 것과 선관위에 기탁하는 것이다. 본인이 좋아하는 정당에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기회를 허용해야 한다"며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정당 후원제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 참가자들은 또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자금 기부에 대한 제한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광호 전교조 정책실장은 "교사‧공무원의 정치적 자유 보장은 미룰 수 없는 민주적 권리"라며 "변화된 정치적, 시대적 환경에 맞게 교사와 공무원에게도 정치적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10610_polimoney012.jpg

 

 

20110610_polimoney045.jpg

 

글= 진보정치 황경의 기자

사진= 진보정치 정택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