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심위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가 날치기로 통과되는 순간 문득 생각난 것이 있다. 바로 지난 96년 말 새벽 김영삼 정부가 한나라당 전신인 신한국당을 앞세워 날치기 통과시킨 노동법 날치기 사태다.

당시 날치기가 통과되자마자 현장의 모든 조합원들이 작업도구를 내려놓고 노동조합 광장에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노조 지침이 없었는데도 조합원들의 자발적 투쟁이 시작됐고, 대정부 투쟁을 예고하는 서막이 올랐던 것이다.
현장 대의원들 모두가 자발적으로 서울로 수원으로 안산으로 밀려들었다. 흔들림 없는 노개투 투쟁이 전개됐다. 생각해보면 그때처럼 신바람(?) 났던 적도 없는 것 같다.

이명박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현장 노동자들의 우려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왜일까? 수구보수의 대변인이 당선돼서? 아니면 노동자 때려잡는 현대건설 사장 출신이라서? 정답은 둘 다였다.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민주노조를 사수하려다 산화해간 선배 노동열사들이 수없이 많았고 피와 눈물로 지켜낸 자랑스런 노동조합이기에 대단한 애착심이 있었다. 그 수혜를 지금 후배 노동자들이 누리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전군 지휘관회의를 창군 이래 처음으로 열었다. 군대도 갔다 오지 않은 군 통수권자가 얼차려를 주는 꼴이니 그 자리에 참석한 수많은 별들이 속으로는 참 떨떠름했을 것이다.

노동도 모르는 사람이 장관직에 앉아서 노조말살 정책에만 혈안이 돼 사고를 치고 말았다. 근심위 날치기 통과를 자행한 정부는 대기업 노조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 필자가 속해있는 기아차의 경우 96년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현장이 너무 조용하다. 조합원 몇몇이 모여 있을 때 근심위 날치기 이야기를 꺼냈다. 반응이 시큰둥하다. 목이 아파라 설명을 했더니 그제서야 겨우 고개를 끄덕인다. 이유가 몰까?

첫 번째 이유가 아마도 무관심일 것이다. 둘째는 노동조합과 소위 활동가라고 하는 사람들에 대한 불신일 것이고, 나머지는 기아차가 요즘 주가도 오르고 차도 잘 팔려서 먹고 사는 데 이상이 없으니까. 이런 이유들이 근심위 날치기를 방치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기아차는 그 동안 여러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부도 이후 대규모 정리해고 구조조정이 벌어지는 상황에서도 투쟁의 선봉대 역할을 해온 건 사실이다. 또 내부적으로 부당한 일을 당하거나 억울한 전환배치, 안전사고, 고충처리 등 조합원들 바람막이가 돼 준 것이 노동조합이다.

현장에서는 하루에도 여러 건의 크고 작은 노사 간 문제들이 발생한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고 조합원 편에 서서 해결하는 것이 노조다. 그런데 노조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대거 줄인다면 현장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을은 문제를 누가 해결할 것인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화성지회를 비롯한 모든 노동조합들은 교육과 설명회 등 모든 홍보역량을 총동원해서 근심위 한심한 날치기를 백지화하기 위한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더 이상 조합원들의 무관심을 핑계로 사태를 묵과해선 안 된다.

이 땅 모든 노동자에게 근심만 주는 이명박 정부와 노동부, 근심위는 천만 노동자들의 투쟁이 두렵지 않은가?

*<노동과세계> 4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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