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해지 할테면 하라. 더 물러설 곳도 없다"
[인터뷰] 전면파업돌입한 하이닉스-매그나칩 하청노조 신재교 지회장
하이닉스-매그나칩 반도체는 올해 회사설립 이후 최대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메모리 부문(매그나칩) 매각을 완료하기 전인 올해 2분기 하이닉스는
최대분기 이익을 달성했으며, 3분기에는 해외법인을 포함해 매출액 1조 5980억원, 영업이익540억원, 당기순이익 5140억원을 달성했다.
그러나 이런 눈부신 성장의 이면에는 10년 근속의 하청노동자가 최저임금의
기본급을 받고, 주야 맞교대로 일해야만 1년 2천만원에 턱걸이하는 혹독한 착취가
있었다.
하이닉스의 사내하청에서 10년을 일해온 한 노동자의 딸이 원청에 들어갔다.
이제 1년이 갓 넘은 그녀가 받는 1년 임금은 2천 180만원. 주야맞교대, 잔업과 특근으로아버지가 받는2천 20만원보다 많았다. 이 아버지는 원청에 당당하게 입사한 딸이 내심자랑스러우면서도, 스스로는 "아내와 아이들 앞에서 항상 부끄럽다"며 최근 하이닉스를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았다.
하이닉스-매그나칩 청주공장의 하청노동자들이 15일 파업에 돌입했다.
노동계에 대한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는 2004년 겨울, 94.4%의 높은 찬성률로 전면파업에돌입한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금속노조)의 신재교 지회장을 만났다.
△신재교 지회장 ⓒ민중의소리
-임금수준이 어떠한가?
우리들은 10년에서 15년을 근무한 노동자들입니다. 그러나 임금은 1년을 근무한 노
동자와 다르지 않습니다. 1년이나 5년이나 만원, 이만원의 차이일 뿐 모두 최저임금에 걸려있습니다. 기본급을 최저임금에 맞추는 상황이고, 하청업체의 바지사장들은 해마다 낮은 액수를 제시합니다. 10년 근속을 한 노동자가 주야맞교대를 해야만 겨우 2천만원을 받습니다.
-하청 업체들이 계속 바뀌는 것으로 안다.
15년 된 형님이 한 분 계시는데 10번도 넘게 업체의 이름과 사장이
바뀌었습니다. 지금 성훈 테크놀로지에서 근무하는 한 노동자를 보면 10년전 우양기업사로 입사해,우양OM, 모전, 정일산업, 에프엠택, 성훈 테크놀로지로 업체명이 바뀌었습니다. 하이닉스는관리자로 일하던 사람이 정년퇴직을 하면 1, 2년 계약을 맺어 그를 업체사장으로 부임시킵니다.
처음에는 원청과 임금이 같았습니다. 그런데 회사가 바뀌면서 재계약을 할
때마다 임금이 조금씩 빠졌습니다. 특히 IMF로 원청이 힘들다는 이유로, 우리는 원청
노동자들과 함께 3백 퍼센트의 상여금을 삭감하고 무임금으로 휴가처리에 응하기도 했습니다.그렇게 해왔습니다. 그런데 회사가 다시 번창하니까 원청노동자들은 호봉수를 인정받고성과급도 받게 되었는데, 하청노동자들에게는 최저임금이 계속 강요되었습니다. 바지사장들은도급계약을 위해 자기개발수당이나 능률수당 등 그나마 지급되던 수당들을 점차 없앴고그러다가 상여금까지 깎아버렸습니다.
-정규직들의 경우에는 어떠한가?
아웃소싱이다 협력업체다 해서 계속 회사를 쪼개 나가고 있습니다.
정규직들의 경우에도 3년 고용을 보장하는 조건 등으로, 분리된 회사로 보냅니다. 대표적인사례가 휴먼플러스입니다. 이렇게 무수히 쪼개서 결국 비정규직으로 채운다는 얘기입니다.
ⓒ민중의소리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는 어느 정도인가?
하이닉스 반도체의 전신인 '금성 일렉트론'은 설립 당시부터 생산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전기·자동제어·전기영선·공조대기·열원설비 등의 업무에 노조가
설립되면 위험하다고 판단, 위장도급회사를 만들어 이들 업무를 하는 노동자
들을 비정규직화 했습니다. 우리가 처음 노조를 만들었을 때도 회사측 관리자가
와서 노조를 탈퇴하지 않으면 자른다고 했습니다. 이미 한 관리자는 노동부에
진정이 되어서 처벌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이닉스·매그나칩의 하청업체들이 불법파견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아침에 출근을 하면 처음하는 일이 컴퓨터를 켜서 원청 엔지니어의
작업지시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업체 사장이나 소장과 작업과 관련한 회의를 단 한번도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업무가 원청관리자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작업도구도 모두 원청이 제공하는 것입니다. 하청업체들의
경우 경영상의 재정적 독립성이 전혀 없습니다. 그냥 서너평되는 사무실과 소모품
외에는 자산이 하나도 없는 것입니다.
-노동계가 많이 위축된 시기에 파업까지 각오한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는 그렇게 노력을 하고 고통분담을 한다는 차원에서 임금삭감을
감수했는데, 그들은 이제 아무것도 내주지 않습니다. 결국은 자신들의 자본을 축적하기 위한것이었죠. 우리 노동자들은 너무나 억울합니다. 더이상 물러서면 살 수도 없고노동자가 아니라 비굴하게 하인취급을 당해야 합니다. 10년 이상을 근속해도 먹고 살 수가없기 때문에 아내도 일을 해야 하고, 초등학교에도 들어가지 않은 아이들이 혼자 집에서 놉니다.
비정규직 철폐만이 답인 것입니다.
-계약해지도 될 수 있는데
계약해지가 올 수 있다는 것은 예상했다. 그러나 우리가 어차피 언제든
계약해지를 당할 수 있는 비정규직이므로 우리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 싸워야 한다. 계약해지할테면 해봐라는 것이다. 청주에서 하이닉스-매그나칩의 비정규직 문제, 사회적문제인 비정규직 문제를 가지고 1년이라도 싸울 각오를 하고 있다.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본 축적을 위해서 너무 많이 우리 노동자들을 수탈하고 있다.
노동자들에게도 노동자들이 창출한 이익을 나눠주야만, 회사와 같이 일을 하고 소비도 할 수있는 것인데 그들은 돈벌이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우리 경영계도 이제 생각을 바꿔야할 때다. 비정규직이 계속 양산되면 누가 열심히 살려고 노력을 하겠는가. 이 사회는완전히 하인과 양반처럼 이등분될 것이다.
ⓒ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