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시행에 대한 민주노총 입장
1월 16일 오늘부터 30년 만에 전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이하 개정 산안법)이 시행된다. 그러나 구멍이 숭숭 난 개정 산안법과 후퇴와 개악을 거듭한 하위법령, 산안법 무력화를 시도하는 재벌 대기업과 사업주 단체의 행태에 희망보다는 더할 수 없는 분노와 참담함을 느낀다.
위험의 외주화 금지를 내세웠던 개정 산안법은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으로 정작 구의역 김 군, 김용균, 조선하청 노동자들은 도급금지에서 제외되었다. 건설기계 원청 책임 강화 대상에서는 사고 다발 기계장비가 빠졌고, 250만 특수고용 노동자 중에서 9개 직종만 적용하고, 그마저도 안전보건 조치를 차등 적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대 재해 발생 현장의 전면 작업 중지를 후퇴시키고 개악해서 사람이 죽어 나간 현장에 안전조치를 한 뒤 작업을 재개한다는 기본원칙도 무너뜨렸다.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으로 산안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지난 1년 동안 유족과, 노동 시민사회단체가 하위법령에서라도 보완하자고 했던 요구는 수용되지 않고, 오히려 더 후퇴하고 개악된 하위법령으로 시행 첫날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더욱더 경악할 것은 부족하고 구멍이 숭숭 난 개정 산안법조차 재벌 대기업 현장에서 꼼수 계약으로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제철 현장에서 <도금작업 도급금지>를 무력화하기 위해, 작업을 쪼개고 계약직 채용을 강행했다. 또한 경총 등 사업주 단체는 노동부의 지침, 고시 등을 더욱더 누더기로 만들어서 산안법을 무력화하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실제 현장에 직접적으로 미치게 되는 정부의 지침, 해석은 후퇴에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교통사고, 자살과 더불어 산재사고사망 절반 감소를 임기 내에 달성하겠다고 발표했고, 올해는 청와대에 담당관까지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작 노동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도급금지 확대를 포함한 위험의 외주화 금지 권고에 전향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산재사고사망 절반 감소를 진정으로 추진한다면, 정부가 누누이 사고사망 감소대책의 핵심이라고 이야기해 왔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에 도급금지범위를 확대하라는 인권위 권고를 이행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또한, 산안법을 무력화하는 기업에 대한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민주노총은 개정 산안법이 현장에서 실질화 되도록 단협체결 투쟁을 비롯한 현장의 노동 안전보건 활동을 강화할 것이며, 산안법을 무력화하는 기업에 대해 현장부터 전 조직적으로 강력한 대응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또한, 위험의 외주화 금지, 작업중지 명령, 특수고용노동자 적용확대 등 법 개정과정에서 구멍이 숭숭 나고, 후퇴와 개악을 거듭한 산안법 개정 투쟁에 다시 나설 것이다.
개정 산안법은 ‘법을 위반해서 발생한 산재 사망에 대한 1년 이상의 형사처벌을 부과하는 하한형 도입’이 삭제된 상태로 시행되어 여전히 종이호랑이 법이다. 실효성 없는 가중처벌로는 오로지 이윤만을 앞세우고 산재사망을 노동자 과실로만 몰고 가는 기업의 행태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없다. 산재 사망은 살인이다. 매일 6~7명이 죽어 나가는 일터,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같은 참사가 반복되는 사회는 이제 끝내야 한다.
민주노총은 2020년이 산재 사망과 재난사고에 대한 기업의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 재해 기업 처벌법 제정의 원년이 되도록 시민사회와 함께 투쟁할 것이며, 100만 조합원과 함께 법 제정 투쟁을 앞장서서 전면적으로 전개할 것이다.
2020년 1월16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