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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주 사무총장] 민주당사 단식농성 3일째를 맞아 조합원과 국민들께 드리는 글

작성일 2017.12.20 작성자 교육선전실 조회수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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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사 단식농성 3일째를 맞아 조합원과 국민들께 드리는 글

 

민주노총 사무총장 이영주입니다. 오늘로 민주당사 단식농성 사흘차입니다. 밤이면 불 꺼진 사무실에 찬바람이 창틈을 비집고 들이칩니다. 수돗물과 소금 30g이 제게 허락된 전부인지라, 아침저녁으로 조금씩 나눠 먹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도 찬바람 맞으며 고공농성중인 전주 택시지부 김재주 동지, 파인텍지회 홍기탁, 박준호 동지, 대우조선노조 홍성태 동지를 생각하면 더욱 가슴이 저리고 아픕니다.

 

어제는 민주당 이춘석 사무총장을 만났습니다. 농성을 하게 된 연유와 요청을 드리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애초 이 농성에 돌입하며 내건 요구는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근로기준법 개악 저지 한상균 위원장 등 구속노동자 석방 정치수배자 수배 해제 등이 그것입니다. 이 요구 중 몇 가지는 집권여당이 뜻대로 할 수 없는 내용이란 점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요구를 들고 농성에 나선 이유는, 이 문제들이 이른바 촛불 정권이라는 문재인 정부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출범 7개월 경과하면서 보여 온 촛불정신의 후퇴를 핵심적으로 드러내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민주당사야 말로 이런 성찰을 함께 점검하고 고민할 수 있는 적절한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온 국민이 함께 꾸려낸 정권입니다. 그만큼 기대도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권 초기, 수많은 국민들과 노동자들이 정부의 개혁조치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들이 들려옵니다. 근기법 개악은 재계의 요구로 어쩔 수 없이타협해야 한다, 한상균 위원장은 보수진영의 반대가 거세니 어쩔 수 없이사면이 어렵다, 전교조-공무원노조는 어쩔 수 없이좀 더 기다려야 하겠다, 건설근로자법은 여야 합의가 더디니 어쩔 수 없이연내 처리가 어렵게 됐다. 저마다 억울한 사연을 가진 국민과 노동자들은 그래서 바뀐 세상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물론, 정치의 운동장 곳곳에 숨어있는 방해물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전 정부였다면 어쩔 수 없다는 핑계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촛불항쟁을 함께 만들었던 온 국민의 기대를 받아 안겠다고 자임하고 출범한 이 정부는 다를 것이라 여겼습니다. 그런 문재인 정부이기에 더 많은 성찰과 더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노총도 함께 머리를 모아 성찰하고 토론하겠습니다. 부디 이 농성이 촛불항쟁에 나섰던 우리 모두가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것이 바람입니다.

 

저희는 촛불청구서를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촛불광장에서 우리 모두는 각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민주노총 역시 그러했습니다. 촛불광장에서 모두가 요구하는 촛불청구서는 단 하나, 헌법의 정신에 따라 정의롭게 국정을 운영해 달라는 것입니다. 때론 오판되고 때론 정의롭지 않았던 이전 정부의 행정과 사법의 결과들을 헌법의 정신에 따라 바로잡는 것이 진정한 적폐청산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지난겨울을 함께 뜨겁게 달궜던 광장의 연대정신을 바탕으로 무엇이 옳고, 무엇이 옳게 바뀌어야 하는지 함께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이는 집권 민주당이 해야 할 역사적 책무이기도 합니다.

 

효소 없이 시작된 단식이 사흘을 넘기고 있습니다. 침낭도 깔개도 없는 농성장, 의자를 붙여 잠을 청하면 발끝에서부터 올라오는 한기를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경찰이 막고 있는 민주당사, 그 위력에 막혀 농성장까지 들어오지 못해도 당사 앞 도로에서 크게 소리치며 손 흔들어주시는 덕분에 힘이 납니다. 부디 이 곳 농성장에서 모두를 뵙고 이야기 나눌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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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 이영주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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