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잇따른 중대재해, 산재사망에 안타까움과 추모가 아닌 구조적 살인에 대한 분노와 근본적인 해결책에 나서야 한다. 같은 현장에서 일하던 아들의 죽음을 접한 아버지, 2007년 이후 3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음에도 상존하는 위험요소에 대해 기본적인 안전설비와 지침도 마련하지 않은 죽음의 제철소, 고용노동부의 집중감독이 시행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반복된 추락사의 조선소. 생명보다 이익을 우선시한 재벌과 자본의 탐욕, 이를 앞장서 지켜주는 정치가 쓰러진 노동자 살인의 주범이다. 안타까움과 애도는 이제 그만. 생명과 안전으로 가는 법, 제도 개선과 정비에 나서자.]
‘가정의 달’이라는 5월이 무색하게 여기저기서 안타까운 노동자들의 사망소식을 접한다. 그리고 반복되는 동일한 유형의 사망원인과 숫자를 언급하기에도 끔찍한 반복되는 살인기업의 이름들이 들려온다. 분노가 치민다. 언제까지 해마다 수천, 수백 건의 중대재해 산재사망의 소식에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애도만 할 것인가?
평택신항에서 일하던 휴학 중인 청년노동자가 필요한 교육과 훈련 없이 작업이 전환배치 됐다. 배치된 새로운 작업은 이미 숙련된 노동자들에게도 사고의 위험과 공포가 항존하는 사고의 위험이 내포된 공정이다. 또한 그 위험한 작업이 이뤄지는 가운데 필수적으로 배치되어야 하는 신호수는 보이지 않았고, 사고 직후 긴급조치를 위해 당연히 119 등 긴급구조체계에 신고가 되어야 함에도 사측에 보고를 시도했다는 사실에 우리는 분노한다.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의 목숨은 이렇게 값없이 매겨졌다.
현대중공업은 창사 이래 이번 죽음이 469번째이다. 최악의 살인기업에 수차례 선정됐던 그 현장에서 또 하청 노동자가 죽었다. 떨어져 죽었다. 11미터 높이의 원유운반선에서 작업을 하다 떨어져 죽었다. 마침 이 죽음의 조선소는 고용노동부의 집중감독이 실시된 지 채 석달이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우리는 분노한다. 관리감독기관의 집중감독이라는 것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현대제철 노동자의 죽음에 돌아온 답변, 일상점검이기에 2인1조 배치가 필요 없다고 한다. 하지만 현장의 얘기는 다르다. 위험한 작업이고 이에 대해 수차례 노동자들의 입장을 전달했다. 점검을 위해 설비를 멈춰야 하지만 설비는 계속 돌아갔고 협착으로 인해 한 명의 노동자가 다시 목숨을 잃었다. 협착이라 표현하지만 끼임이다. 이번 사망원인이 고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을 죽게 한 그 끼임이라는 사실에 우리는 분노한다. 여기에 더해 담당 고용노동지청은 즉각적인 작업중지를 명하지 않고 시간을 끓었다. 같은 사고가 재발되거나 동료의 죽음을 접한 노동자들의 정신적 고통과 불안은 이들의 안중에 없었다.
올 초 제정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자본의 탐욕에 그리고 그들의 이익을 보장해 주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정치권에 아무런 압박도, 위기감도 주지 못한다고 수차례 얘기했다. 오히려 저들의 볼멘 소리에 정치권과 수구언론이 앞다퉈 그나마 제정된 법마저 날개를 꺾고 손발을 묶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제 제발 안타까움과 추모는 그만 하자. 화를 내고 싸워야 한다. 나와는 상관없는, 내겐 닥치지 않을 그저 언론을 통해 접하는 우리 세상의 단면이라 자위하지 말자. 언제든 누구에게도, 나에게도 닥칠 수 있는 현재이고 미래임을 직시하자. 그리고 이 지옥같은 세상을 바꾸기 위해 나서자. 아침에 출근했던 그 모습 그대로 온전하게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세상을 위해 나서자.
민주노총은 안전한 세상, 생명과 존엄이 지켜지는 세상을 위해 나갈 것이다. 불평등 구조를 깨고 사회대전환을 이루기 위한 하반기 총파업과 이를 성사시키기 위한 오늘의 투쟁에 집중할 것이다. 취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제정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및 하위 법령의 제·개정을 위한 투쟁에 나설 것이다.
2021년 5월 10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