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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자본의 우위에 선 대한민국 헌법임을 증명하라!

작성일 2013.06.12 작성자 대변인 조회수 11292

[기자회견문]

자본의 우위에 선 대한민국 헌법임을 증명하라!

현대자동차 파견근로법 위헌소원에 대한 교수학술 4개 단체 및 노동계 입장서

 

 

교수학술 4개단체와 민주노총 및 사내하청대책위등 노동단체들은 현대자동차가 신청한 근로자파견법 위헌소원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보호장치까지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보고, 헌법재판소가 내일 예정된 공개변론을 신속히 중단하고 현대차의 헌법소원을 기각할 것을 촉구한다.

 

지금 현대자동차가 위헌소원을 제기한 법은 1998년 2월20일 제정돼서 같은 해 7월1일부터 2007년 7월1일 개정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시행됐던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제0조 제3항 고용의제 조항이다. 이 조항은 논란의 여지를 무수히 가진 근로자파견법에서 그나마 파견근로 남용을 막고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한 조항으로 포함됐다. 즉 ‘2년 이상 일한 파견근로자는 원청에 직접 고용한 것으로 본다’는 조항이다.

 

그리고 이 나라의 사내하청 비정규 노동자들은 그들을 위한 최소한의 보호장치로 만들어졌던 '고용의제' 조항에 기대어 원청회사의 '사용자'성을 주장하면서 노동위원회와 법원에서 자신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는 투쟁을 해왔고 하나씩 쟁취해왔다. 그리고 이는 너무도 당연한 결과였다. 노동자에 대한 업무감독을 가지고 그 노동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갖는 자가 바로 그 노동에 대한 사용자인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 아닌가 말이다.

 

하지만 애초에 근로자파견법은 노동과 자본간의 고용관계를 중심으로 한 법률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근로자 '파견'업, 즉 근로자 공급업에 대한 법률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노동자와 고용주, 혹은 사용자간의 근로계약에 대한 법이 아니다. 이 법에서 노동은 사용되는 물품과 같은 것으로 전제된다. '파견근로자보호등에 관한 법률'이라는 말자체가, 즉 파견근로와 보호라는 말이 함께 하는 것이 어불성설인 것이다. 그래서 사용자들은, 현대차 같은 원청회사들은 자신들이 직접 고용하지 않은 사내하청 노동자들 업무감독하고 부리면서도, 그에 대한 사용자로서 근로기준을 지켜야할 의무는 다 피해갈 수 있는 이 법을 쌍수를 들고 환영했던 것이다.

 

그런데 노동자들이 이 법과 그 핵심조항인 '고용의제' 조항에 의거해서 원청회사의 사용자성을 하나둘 씩 밝히니 이번엔 이 법이 위헌이라고 일시에 태도를 돌변한 것이다. 그 가시적인 전환점이 된 것이 바로 현대차 노동자 최병승의 근로자지위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이다. 그리고 이 판결로 인해서 현대차는 현대차 전체에 만연한 사내하청 불법파견을 중단하고 대법원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판결을 수용한 가시적인 계획을 내놨어야한다.

 

하지만 그런 사회적 요구를 수용하기는 커녕, 현대차는 이제 터무니없는 몽니를 부리고 있다. 이제 법원에서 기댈 것이 없어진 현대차는 헌법재판소에 근로자 파견법이 기업의 자유, 자유로운 고용 계약의 자유를 훼손하여 자신의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이 법의 '고용의제'조항의 합헌성 여부를 심리해달라고 제기했고, 헌법재판소는 이를 수용하여 6월 13일 공개변론을 열기로 했다.

 

교수학술 4개단체와 노동계는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다는 사실에 참담한 심경을 금할 길이 없다. 국내 서열 몇 위의 재벌회사가, 전세계에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국민기업이라는 회사가,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난 사안에 대해서 버티다 못해서, 최후의 수단으로 헌법소원이라는 최종적인 절차를 밟으면서 사법민주주의를 우롱하는 행위에 대해서 말이다. 그리고 서류심리로 대부분 그치는 헌법재판소가 공개변론이라는 절차를 현대차에 허용한 것에 대해서 말이다.

 

헌법소원이 무엇인가. 헌법소원은 법의 판결로도 구제되지 못한 억울함을 가진 자가 자신의 '헌법적 기본권'을 수호하기 위해 마지막 보루인 헌법재판소에 소원하는 절차이다. 근데 정몽구회장과 현대차가 과연 여기에 부합하는 당사자인가 묻고 싶다. 현대차와 정몽구 회장이 과연 법으로부터도 배제된, 버림받은 자인가. 아니다. 정몽구회장과 현대차는 10년의 불법파견을 버젓이 행했다. 그리고 근로자파견법을 쌍수를 들고 환영했던 재계의 수뇌다. 그런데 이제 와서 법원이 '고용의제'조항을 들어서 최소한의 노동자의 생존권을 인정하고 근로자지위를 인정하라고 불리한 판결을 연달아 내리니,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했다. 이것이야말로 법의 남용이다. 법절차를 오용하는 것이다. 아니, 법으로 법을 우롱하는 시도이다.

 

그럼 여기서 옹호되어야할 현대차의 '헌법적 기본권'은 그럼 과연 무엇인가. 이 사안에서 헌법이 어떤 준거를 제시해야하는가. 현대차는 법률대리인을 통해서, 근로자파견법의 고용의제를 합헌이라고 인정한다면, 고용경직성의 증가로 기업의 경쟁력이 저하되고 나아가 수많은 유사한 집단소송이 야기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조항이 기업의 자유, 고용(계약)의 자유를 부정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우선 착각이다. 애초에 파견근로법은 '근로 혹은 고용계약'에 대한 법률이 아니다. 이 법은 기본적으로 노동과 자본의 계약관계에 대한 법도 아니며, 따라서 이 법이 근로계약의 자유를 훼손하고 있다고 볼 것이 아니다. 오히려 노동자들은 주장한다, 제발 제대로 된 계약을 맺자고! 우리를 부리는 당신들이 나의 사용자로 나서서 나와 계약을 하자고! 현대차가 그렇게 고용계약의 자유와 사적 자치를 부르짖는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

 

그리고 대한민국 헌법은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되도록 근로자의 근로조건 기준을 국가는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32조 제 3항). 헌법재판소는 이대로 하면 된다. 헌법재판소는 근로자의 인간적 존업이 보장되도록 근로자의 근로조건 기준을 법류로, 즉 근로자파견에 관한 법 등로 정할 수 있도록 한 이 헌법조항이 과연 현대차가 말하는 '기업의 자유'보다 하위인지를 판단해야할 것이다. 왜냐하면 현대차등 원청회사들은 우리가 1년을 계약하던, 2년을 계약하던, 노동을 직접고용하던 간접고용하던, 파견고용하던 모두 사적 자치이고 기업의 자유라고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업의 자유가 이 헌법 32조 3항보다 우선한다고 평결하라고 헌법재판소에 지금 요구하고 있다.

 

과연 대한민국 헌법은 자본의 우위에 서 있는가. 아니면 대한민국 자본은 대법원 확정판결보다 더 우위에 있는가. 현대차는 노동위의 모든 절차를 거치고 법원의 모든 절차를 거쳐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불법파견과 정규직 전환 판결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지금 국민의 헌법적 기본권을 부인하는 세력이 누구인지, 헌법재판소는 똑똑히 확인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법의 이름으로 법을 우롱하는, 법절차를 남용하고 악용하는 현대차의 위헌소원을 즉각 기각해야할 것이다. 현대차의 위헌소원은 결국 수많은,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뿐 아니라 900만에 이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자기자리 찾기'를 지연시키는데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요구한다.

현대차는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의 대법원판결을 이행하고,

헌법재판소는 현대차의 파견근로법 위헌소원을 즉각 기각하라.

2013년 6월12일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조, 전국비정규교수노조, 학술단체협의회, 민주노총, 사내하청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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