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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보도

[논평] 이번 보궐선거의 출발이 어디서 기인했는지 살피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선거가 되길 바란다.

작성일 2021.03.31 작성자 대변인실 조회수 777

[논평] 이번 보궐선거의 출발이 어디서 기인했는지 살피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선거가 되길 바란다.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다. 벌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반드시 원인에 기반해야 한다. 그래서 가장 먼저 명확히 해둬야 할 것이 있다. 이번 보궐선거는 권력을 이용해 성추행을 저지른 서울시장이 잘못을 대면하여 반성하지 않은 채,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벌어지는 선거다. 몹쓸 일이 벌어졌고, 몹쓸 상황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여전히 폭력에 노출된다. 선출된 권력이 잘못을 저지르고 사라졌기에 결과적으로 그와 그의 정당을 신뢰해 시정을 맡겼던 많은 사람들도 피해를 입었다. 그러하기에 이번 선거는 그 피해를 복원하고 피해자들이 다시 일상으로 안온하게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어야 한다.

 

총체적 난국. 오늘의 선거 국면을 표현하자면 총체적 난국이란 말 말고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가해자의 친우들은 그를 두둔하며 피해자를 공격하기 바쁘다. ‘지지표 결집이라는 그럴싸한 말을 내뱉지만 그 말은 자신들의 지지자들을 피해자 괴롭히기에 몰두한 파렴치한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수백억 원의 선거비용, 책임을 등진 시장에게 받은 시민들의 피해는 거론되지도 않는다. 지지표를 결집하고 다시 권력을 움켜쥐기 위해 당헌까지 바꾸는 정치세력에게 피해자는 이미 없다.

 

망자가 된 가해자의 정무부시장이었고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유력 정치인 임종석이 대표적이다. 그는 가해자가 정말 몹쓸 사람이었냐고 되물으며 그의 업적을 칭송하기 바쁘다. 가해자의 이름을 용산공원에 새기고 싶다는 말에서는 그가 이미 피해자의 고통 따윈 머릿속에서 삭제해버렸음을 알 수 있다. 정작 서울시장 후보는 그에게 자중해줄 것을 요청했다. 대부분의 대중은 누군가의 고통에 공명하지 못하는 정치세력에게 신뢰를 보내지 않는다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서울시장 후보 박영선이 고통받는 사람들의 편에 선 후보는 아니다. 그는 동성애를 싫어한다라고, “동성애는 하나님의 섭리가 아니라고 말하며 성소수자들을 사회의 바깥으로 내모는 사람이다. 집권여당의 책임 있는 정치인이면서도 해고된 공공부문의 노동자들이 캠프 사무실에 들어앉아도 눈길 한 번, 언급 한 번 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가 임종석에게 발언 자제를 요청한 것은 피해자와 고통받는 이들에게 공감해주기를 요청했다기보다는 표 떨어지는 소리는 하지 말라는 요청에 가깝다.

 

그렇다고 정통 적폐세력이 피해자와 시민들과 고통받는 노동자의 편일리 없다. 그들은 집권여당 세력에게 성추행당이니, 무책임 정치니 하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고 있지만 그들이야 말로 정통 성추행당이며 무책임 정치의 대표다. 학생들에게 밥을 주지 않겠다며 눈물을 쏟던 전 서울시장과 동성애 안볼 권리를 주장하며 차별에 앞장 선 정치인의 결합은 사실 언급의 가치도 없을 지경이다.

 

뽑을 사람이 하나 없어서 이번 선거는 포기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거대 보수정당 후보의 면면만을 살핀다면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인 이번 선거에서 당연히 나올 법한 말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원인을 살펴야 한다’. 선거가 발생한 원인은 전 서울 시장의 성추행이고, 이번 선거, 나아가 한국 정치가 이토록 총체적 난국이 된 원인은 차별과 혐오, 배제와 불평등, 소외와 폭력이 일상화됐기 때문이다. 폭력을 지지층 결집으로 표현하는데 어색함이 없고, 추행을 낭만으로 표현하는데 거리낌이 없는 사회. 차별과 배제를 통해 표를 얻거나 해고된 노동자들과 가난한 서민들의 삶에 집중하는 것보다 콤팩트 하게 집값을 올려주는 것이 좋은 시장이라는 환상에 빠져있는 사회가 이 총체적 난국을 만들었다.

 

이 난국을 타개하고 뽑을만한 사람이 있는 선거를 만드는 일은 이 사회를 바꾸는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번 선거를 정권을 평가할 수 있는 상징적 선거라고 얘기한다. 마찬가지로 이번 선거는 그저 상징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이 불평등하고 폭력적인 사회, 차별과 배제가 일상인 사회를 바꾸기 위해선 이 상징에 천착할 것이 아니라 이 상황을 만들어 온 원인을 파악하고 타개해야 한다. 민주노총이 사회의 구조를 바꾸고 불평등과 차별을 없애는 총력의 투쟁에 나설 것이다.

 

2021325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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