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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2020년 10월 29일 복수노조 교섭창구 강제 단일화 관련 판결에 대한 민주노총 입장

작성일 2020.11.11 작성자 대변인실 조회수 307

[논평] 20201029일 복수노조 교섭창구 강제 단일화 관련 판결에 대한 민주노총 입장

 

[교섭창구단일화제도가 위헌임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교섭창구단일화제도 폐기하라!]

 

대법원은 지난 10. 29. 교섭대표노조가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총회투표에서 소수노조를 배제하였다고 하여 곧바로 공정대표의무위반으로 볼 수 없고, 절차적 공정대표의무 위반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이고 중요한 사항에 관한 정보제공 및 의견수렴 절차를 누락하거나 충분히 거치지 아니한 경우 등과 같이 교섭대표 노동조합이 가지는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함으로써 소수노동조합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하였다(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7263192 판결).

 

이번 판결은 절차적 공정대표의무 위반 판단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판결이 노동3권 보장과 조합민주주의라는 측면에서 매우 빈곤한 인식을 보여주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이번 판결이 노동현장에서 갖는 실질적인 의미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교섭대표노조가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실시할 때 자신의 조합원들 의견만 물으면 되고 소수노조 조합원들의 의견까지 물을 필요는 없다. 둘째, 교섭대표노조는 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 과정에서 소수노조에 형식적인 공문 몇 차례 발송하면서 정보제공 및 의견수렴을 위해 노력하는 척만 하면 된다. 셋째, 절차적 공정대표의무가 껍데기에 불과한 것이 확인된 마당에 사용자들에게는 자신에게 우호적인 노동조합을 교섭대표노조로 만들고 그 노동조합 대표자를 관리하는 것이 노사관계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위해 더욱 중요해졌다. 넷째, 소수노조는 억울하면 다수노조가 되면 된다.

 

이러한 대법원 판결은 역설적으로 교섭창구단일화제도의 위헌성을 명확히 드러냈다. 모든 노동자는 헌법상 노동3권의 주체다. 헌법 331항은 노동자들이 자신들이 결성하고 선택한 노동조합을 통해 집단적으로 교섭을 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며, 단체행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교섭창구단일화제도 하에서 소수노조 조합원들은 자신들이 결성하고 선택한 노동조합을 통해 집단적인 교섭을 하지 못한다. 자신이 선출하지도 않은 교섭대표노조의 대표자가 체결한 단체협약을 적용받아야 한다. 독자적인 단체행동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교섭창구단일화제도는 헌법 331항에 명백히 위반된다. 특정 시점에 조합원 수가 한 명이라도 더 많은 노동조합에 배타적인 교섭권과 협약체결권을 부여하고 조합원 수가 한 명이라도 더 적은 노동조합으로부터는 그러한 권리를 박탈하기 때문이다. 제도의 합헌을 주장하는 자들은 소수노조는 교섭대표노조를 통해서 교섭에 참여할 수 있고 교섭대표노조에게 공정대표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니 위헌성이 완화된다고 말한다. 이번 판결조차 공정대표의무는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교섭권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기능하고,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가 체결한 단체협약의 효력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에게도 미치는 것을 정당화하는 근거가된다고 이야기 했다.

 

그런데 대법원은 노조법은 교섭대표노조 대표자의 독자적인 권한을 인정하고 있고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 관해서 법에 정해진 바 없으므로 찬반투표에서 소수노조 조합원들을 배제하는 것이 합리적 이유 있는 차별이라고 보았다. 단체협약 체결전 조합원의 의사를 묻는 최종적인 순간에, 조합민주주의가 작동되어야 할 순간에 소수노조를 배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 것이다. 소수노조와 그 조합원들로부터 노동3권을 박탈할 뿐만 아니라 교섭 및 협약 체결과정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의미 있게 개진하는 것이 불가능한 교섭창구단일화제도는 위헌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권위주의 정부 시절부터 계속되어온 한국사회 지배집단과 국가 엘리트들의 집단 무의식에 깔린 조합민주주의에 대한 혐오와 두려움도 보여주었다. 대법원 판결의 원심(20162057671 판결)교섭대표노조에 부여된 공정대표의무는 조합원의 수권적 동의나 조합민주주의 실현을 대체한다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교섭대표노조가 단체협약의 효력을 받는 조합원의 총의를 수렴할 때에는 수권적 동의 또는 조합민주주의의 관점에서 최소한 소수노조 조합원에게 동등하게 위와 같은 절차에 참여할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고 하면서 조합민주주의를 강조하였다. 반면 이번 대법원 판결은 원심을 뒤집고 노동조합의 자주성과 민주성보다는 노사관계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조합원들에 의한 민주적인 의사결정보다는 교섭대표노조 대표자의 독자적인 권한 행사를 강조함으로써 기존 사법부가 가진 보수적인 세계관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주었다.

 

헌법에 비추어 보더라도 또한 현실에 미치는 악영향이라는 측면에서 보더라도 교섭창구단일화제도를 합헌이라고 볼 만한 어떠한 근거도 찾을 수 없다. 이제 공정대표의무가 교섭창구단일화제도의 위헌성을 완화해주는 제도로 기능할 수 있다는 판타지도 사라졌다. 노동자들은 차별받지 않고 헌법 331항에 나와 있는 권리를 누리길 원한다. 교섭창구단일화제도를 즉각 폐기하라.

 

20201111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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