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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성명] 이주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범정부적 대책이 더 마련되어야 한다!

작성일 2021.01.08 작성자 미조직전략조직실 조회수 155

이주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범정부적 대책이 더 마련되어야 한다!

- 고용노동부·농림축산식품부의 어업 분야 고용허가 주거시설 기준 대폭 강화보도자료에 대한 논평

 

1. 영하 16도의 한파 속에 지난 1220일 포천 지역 농장의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자다가 숨을 거둔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속헹씨의 산재사망 사건을 계기로 너무나 열악하고 심각한 이주노동자 숙소환경에 대한 문제제기가 빗발치자 16일자로 고용노동부와 농림축산식품부가 합동으로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농어업 분야의 이주노동자 고용허가에 필요한 주거시설 기준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제라도 대책을 내놓았다는 의미가 있고 일부 진전된 부분이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미흡한 대책이라고 본다.

 

2. 우선 실태조사한 내용을 보면, 부처 공동으로 노동자와 사업주를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응답 노동자의 70%가 가설 건축물(컨테이너, 조립식 패널, 비닐하우스 내 가설 건축물)에 거주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 56.5%는 주거시설용으로 신고되지도 않은 시설이었다. 그런데 이런 실태와 앞뒤가 맞지 않게 정부는 숙소시설과 관련, 난방, 목욕화장실, 채광 및 환기 시설, 남녀 침실 구분은 99%가 구비하고 있어 기본적인 생활 여건은 마련되어 있다고 보았다. 시설의 질은 따지지 않고 형식적 유무 여부만 파악하다보니 기본적인 생활여건이 마련되어 있다고 본 것 같은데, 과연 기본적인 생활여건을 무엇으로 보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농촌에 흔하게 있는 검은 비닐로 둘러싸인 비닐하우스 내 조립식패널 시설에 창문이 있으면 채광 및 환기가 제대로 되는 것인가? 숙소 바깥에 있는 재래식 이동용 화장실, 프로판가스와 각종 농자재가 어지러이 있는 한켠에 샤워꼭지가 달려 있으면 목욕·화장실이 갖춰진 것인가? 우리가 볼 때 기본적인 생활여건은 갖추어지지 않았다. 전화응답이나 사업주설문 말고 실질적인 현장 실태조사를 해야 할 것이다.

 

3. 대책으로 내놓은 것에 대해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21.1.1.부터 고용허가 신청(신규, 사업장 변경, 재입국특례, 재고용 등) 시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조립식 패널 등을 숙소로 제공하는 경우에는 고용허가를 불허한다는 것은 이들 숙소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옳다고 본다. 그런데 왜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 조립식 패널만 불허하는가. 비닐하우스 바깥의 컨테이너, 조립식 패널 등 임시 가건물도 실상을 확인하여 문제가 되면 금지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 사업주들이 비닐하우스만 걷어내면 되는 것인가. 현행 건축관련 법령(시행령, 조례 포함)상 주거목적으로 가설건축물을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가설건축물을 기숙사로 제공하는 것은 그 어떤 경우에도 불법이다. 그럼에도 고용노동부가 비닐하우스 안과 밖을 구별하고, 가설건축물 축조신고필증 제출여부를 구별하려는 것은 결국 이 문제를 미봉책으로 덮으려는 술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농촌의 현실상 농장주들이 농막을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편법을 지자체에서 용인하는 문제와 일정한 비용을 징수하며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제공하는 기숙사의 문제는 엄연히 구별되어야 한다. 정부발표대책은 근로기준법상 기숙사 관련 조항, 외국인고용법상 기숙사 관련 이주노동자 보호조항의 취지를 몰각시키는 것으로 속헹씨 등 이주노동자의 피해를 절대로 막아낼 수 없다.

 

4. 또한 기존에 존재하는 사업장들의 숙소의 경우, 이주노동자가 희망하면 지방관서의 외국인근로자권익보호협의회를 통해 사업장 변경을 허용한다고 한다. 사업장 변경사유 고시 개정 전에 이렇게라도 하는 고육지책일텐데, 현행 반기에 한 번 여는 권익보호협의회를 매월 열어야 할 것이다. 사실 이주노동자가 사업장 변경을 하더라도, 다른 사업장들이 대부분 임시 가건물 숙소일텐데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농어업이 다른 업종으로 사업장 변경을 못하도록 제한해 놓으니 노동조건, 주거환경 개선이 근본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것 아닌가.

 

5. 정부는 사업주가 고용허가 전에 기숙사에 대한 시각자료를 제출해서 노동자가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도록 사전확인, 모니터링을 강화하겠고 한다. 어업 분야에서 외국인을 다수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방안들이 실효성을 가져야 하고, 실질적인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원방안으로 정부가 농어가의 주거시설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빈집 등 유휴시설을 활용해 이주 여성노동자의 주거환경 개선을 지원, 10개소 시범실시하고 대상확대를 검토한다는 것이다. 이 역시 너무 미흡하다. 지역별로 주거시설 개량이나 유휴시설 활용을 하기 위해서는 부처 뿐 아니라 해당 지자체도 나서도록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

 

6. 이주노동자는 머슴이나 노비가 아니다. 말할 줄 아는 기계도 아니다. 피와 살이 있는 같은 인간이며 법적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는 노동자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이주노동자가 안전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숙소를 보장하려 한다면, 문제가 거세게 제기될 때마다 미봉책으로 땜질해서는 안된다. 우리 대책위는 이주노동자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범정부적 대책을 다시금 강력히 촉구한다.

 

첫째,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 조립식패널 뿐만 아니라 하우스 밖의 임시 가건물도 금지해야 한다. 화재, 전기사고, 자연재해 등 위험에 무방비인 불법 시설에 사람이 살아서는 안된다. 인간다운 주거환경 보장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둘째, 모든 임시 가건물 숙소에 대해 숙소비를 받지 못하게 해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2017년에 만든 숙식비 징수지침부터 폐지해야 한다. 통상임금의 8%, 15% 식으로 과다징수를 허용하는 지침이 있어서는 안된다.

셋째, 농어업 이주노동자가 열악한 숙소환경을 벗어날 수 있도록 사업장 변경 자유를 보장하고, 농어업에서 다른 업종으로도 이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사업주들이 노동, 주거조건 개선을 점진적으로라도 하게 될 것이다.

넷째, 일부 지자체에서 농업이주노동자 숙소에 대해 진행하고 있는 것처럼 지자체 내 숙소환경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범정부적으로 방침을 세워야 한다.

 

2020.1.7

이주노동자 기숙사 산재사망 사건 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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