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타워크레인 노동자의 고공농성은
노동자·시민의 안전을 위한 정당한 투쟁이다.
6월 3일 오후 5시를 기해 전국 건설현장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노동자·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소형 무인 타워크레인에 대한 정부의 규제방안을 요구하며 제대로된 대책이 나올 때까지 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소형 무인 타워크레인의 위험성은 지난 3월 서울 은평구 서부경찰서 신축공사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붐대가 꺾인 사고의 사례만 보아도 확인이 가능하다. 사고가 발생한 타워크레인은 FT-140L이라는 기종이다. 이 장비의 최대 인양 하중은 2.9t(정격하중은 50~63% 미만)이지만,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면 콘크리트와 호퍼(바스켓)를 합친 무게만 최소 2.8~3.0t가량이다. 이는 정격하중을 훨씬 넘는 무게다. 서부경찰서 신축현장에서만 정격하중을 무시한 채 작업했던 건 아니다. 타워크레인이 주로 인양하는 철근 한 다발의 무게는 평균 2t이다. 3t 미만의 소형 타워크레인은 대부분 설계 하중을 무시한 채 작업하는 셈이다.
이렇게 위험한 소형크레인은 2013년에 도입된 이후 작년 1,808대로 급증했다. 별다른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1대당 30만원의 수수료를 내면 사용가능하고, 대형(유인) 타워크레인과 달리 3일간 20시간 교육만 받으면 면허를 딸 수 있다. 또한 저가제품을 들여와 불법 개조를 일삼는 상황에서 소형타워크레인에 대한 재원규격과 등록기준도 부실하다. 장비별 형식신고도서와 설계도면 비교 검토결과 차이가 나는 것이 경실련 보고서를 통해서도 확인되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3년간 소형 타워크레인에서만 30건 이상의 사고가 발생했다. 도심지 속 타워크레인 사고는 밑에서 작업하는 노동자들 뿐 아니라 시민들의 안전을 크게 위협한다. 2019년에 발생한 서울 청담동 빌라 신축공사 현장이나 서울 은평구 서부경찰서 신축공사 현장 사고의 경우 시민들이 지나다니는 도심지 속에서 설치된 소형 타워크레인의 사고가 발생했다. 정부에서 관리 감독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부실한 서류를 제대로 검토도 하지 않은 채 승인한 1800대가 넘는 소형타워크레인이 지금 건설현장에서 운행 중인 셈이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기 위한 요행을 바랄 수 밖에 없는 것인가?
정부는 산재사망을 절반으로 줄인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지난해 산재사망은 오히려 증가했다. 해마다 600명이 죽어나가는 건설현장에 20%가 넘는 사망사고는 건설기계 장비에서 발생한다. 장비 사고 중 65% 이상은 굴삭기, 덤프, 이동식 크레인 등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노동부는 산안법 하위령에서 원청 책임 적용 대상으로 사고 다발 기종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소형 타워크레인이 건설기계로 등록될 때부터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국토부에 요구해왔다. 하지만, 국토부가 제대로된 대책도 내놓지 않아 수많은 노동자들이 죽어갔고, 노동자들이 고공농성을 하게까지 만들었다. 이쯤되면, 문재인 노동부가 진정 건설업 사망을 줄이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 인지 의심스럽다.
민주노총은 안전한 사회,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책임을 다하지 않는 노동부와 국토부를 다시한번 규탄한다. 고공농성을 부른 소형타워크레인의 위험한 현실과 정부, 기업의 안이한 대처는 외면한 채 또다시 노동자 때리기에만 집중하는 언론 역시 규탄의 대상이다.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이상 산재사망 절반 달성은 불가능하다. 정부는 당장 노동자의 요구를 수용하라. 민주노총은 노동자·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끝까지 엄호할 것이다.
2019년 6월 4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