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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아셈, 그리고 노동자의 2000년 하반기

작성일 2000.09.26 작성자 교육선전실 조회수 3859
아셈, 그리고 노동자의 2000년 하반기

신자유주의 축제, '아셈'이 몰려온다

화려한 '자유무역' 구호속에 구조조정·투자협정 칼날 감춰
무역·투자자유화, WTO 뉴라운드, 농업자유화가 주요의제

'새천년 번영과 안정의 동반자관계'.

오는 10월20~21일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열리는 제3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아셈·ASEM)의 공식 표어다. 25개 나라 정상(정부수반)은 물론 대표단, 기자단을 포함해 3천여명이 참가하고 전세계인이 주목하는 이 '대단한' 회의의 목적은 뭘까. 과연 이 행사는 노동자·민중에게 '번영'과 '동반자관계'를 약속하고 있는가.

<서울의 10월, 두 개의 얼굴>

'세계화에 도전하는 민중의 행동과 연대'.

10월20일 서울에서 한국의 시민민중단체가 모두 결집한 가운데 열리는 '아셈2000 신자유주의 반대 서울행동의 날' 집회의 주슬로건이다. 아셈을 겨냥해 민중의 '행동'과 '연대'가 준비되고 있다면 아셈은 누굴 향해 손을 내밀고 있을까. 그렇다면 이 회의는 노동자·민중에게 뭘 들이댈 것인가.

아셈 자체가 확정된 공식의제 없이 회원국 정상이 자유로이 의견을 교환하는 장이다 보니 회의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아셈 서울회의를 진단해 보자.

아셈은 지금까지 '무역원활화 행동계획', '투자촉진 행동계획' 등을 발표하는 등 아셈 회원국간의 '무역·투자 자유화'를 지속적으로 추구해왔다. 총괄조정기구인 외무장관회의와 고위관리회의는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후속조치의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정상회의에 주요의제를 상정하고 있다.

의장국이기도 한 우리나라는 제3차 서울아셈회의를 통해 △아시아·유럽 비즈니스 포럼 개최로 무역·투자 증진을 위한 제도적 장치 보강 △국제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한 세계경제의 다자무역 질서확립에 기여 △세계-지역-소지역 단위의 지역 경제협력이 상호보완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할 것 등을 경제통상외교 방향으로 내놓고 있다.

이는 김대중정부가 IMF와 초국적자본의 요구에 따라 시행해온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국제적으로 승인 받고, 현재 추진하고 있는 WTO 뉴라운드, 한일·한미투자협정을 기정사실화하는 호기로 삼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한국정부가 발의해 지난 2차 정상회의 때 설치된 아셈비전그룹(의장 사공일)의 보고서는 이러한 의도를 더욱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보고서는 "다자간 무역시스템을 강화하고 뉴라운드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협력관계 구축이 아셈의 중요한 과제"라고 밝히고 있다.

또 지난 7월10~11일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원장 이경태)과 아시아유럽재단이 공동주최한 국제세미나는 아셈 서울회의의 주요의제를 점검했다. 도노반 IMF과장도 참가한 이 세미나에서는 구조개혁 성공을 위한 과제, 농업보조금 폐지 등 농업자유화 문제, 다자무역체제 강화 등을 주로 논의해 아셈의 관심사가 신자유주의 프로그램의 강화에 있음을 짐작케 했다.

<아셈, 그 파괴적 여파>

결국 아셈은 김대중정부가 연내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한미/한일투자협정의 촉매제역할을 함과 동시에 지난해 시애틀 시위 등 민중의 저항으로 좌절된 WTO 뉴라운드에 새롭게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 5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일본무역진흥회 산하 아시아경제연구소가 주최한 한일공동심포지엄에 따르면 한일투자협정이 체결될 경우 일본의 대한국 무역흑자는 34.5% 확대되고, 대다수 주요산업에서 일본의 수출초과를 불러 수직적 분업체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일본쪽 보고서는 결론적으로 "일한경제 일체화가 한일투자협정의 새로운 시도"라고 선언했다.

투자협정이 미칠 파괴적 효과는 여기에 멈추지 않고 노동, 농업, 문화 등 폭넓게 확산된다. 더 이상 스크린쿼터제를 유지할 수도, 농업 등 산업보호를 위한 보조금을 지급할 수도 없다. 노동법상의 권리를 주장할 수도 없고 정리해고를 무한정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투자협정은 초국적기업에게 국가와 같은 위상과 권력을 보장해주는 제도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 투자협정은 외국자본의 내국민대우, 이행의무 금지조항, 국제재판소 제소권, 투자자에 대한 면책특권조항 등을 포함한다.

신자유주의 축제라 할만한 아셈에 맞서 민중의 행동과 연대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노동과세계> 이재철 leecc@kct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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