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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호텔롯데 조합원이 쓴 6월29일 새벽 공포의 400분'

작성일 2000.07.04 작성자 교육선전실 조회수 2488
'호텔롯데 조합원이 쓴 6월29일 새벽 공포의 400분'

6월29일 37층에서 취침 중 오전 04:00경 갑자기 비상! 비상! 이라는 남자직원의 고함소리를 듣고 모두들 비상사태로 들어갔다 .

모두들 신발을 신고 복도로 나와 구호를 외치며 노동가를 불렀고, 남자 직원들은 비상구를 열심히 봉쇄하고 있었다.

공권력이 침투될거란 사실은 알았지만 훨씬 생각보단 겁이 났다. 복도안으로 갑자기 '쾅'하는 소리와 함께 흰 연기가 자욱했으며 메케한 냄새(눈이 좀 매운)가 진동하였으며 순간적으로 앞이 잘 보이지 않아 좀 무서웠다.

하지만 남자 직원들은 그런 상황에서도 비상구 봉쇄에 힘을 썼으며 여직원들을 안심시켰으며, 담요·비닐 등 문을 막을 수 있는 천과 각종 집기들을 문쪽에 세우며 방어막을 열심히 쌓고 있었다.

간간히 빈틈 사이로 공권력 쪽에서 뿌리는 소방수에 카펫이 젖었으며 어떤 남자 직원들은 온 몸이 흠뻑 젖었다.

서로 한순간 한순간 긴박한 상황이 오고가는 중 갑자기 폭탄 소리가 나더니 카펫위로 불길이 확 일며 연기나 나기 시작했다. 그 순간 '화재로 질식사 하는구나...'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남자직원이 서있는 바로 앞에서 터졌으며 그 광음에 남자직원들이 놀랐다. 모두들 긴장과 흥분속에서 일분일분 힘겹게 싸워갔다. 모두들 날이 밝으면 공권력은 철수할 것이라며 우리모두 날 밝을 때까지만 열심히 사수하자며 다짐했다.

날은 점점 밝아왔지만 경찰들은 철수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으며 더욱 강하게 압박해왔다.

불길이 확 일며 매운 공기, 자욱한 흰 연기가 나는 폭탄·최루탄 같은 것을 한발 두발 많을 때는 한꺼번에 네다섯발 정도 발사하였다. 그 때마다 바닥층은 흔들렸으며 그 공포감은 더욱 심해져갔다. 하지만 남자직원들은 몸을 아끼지 않고

여직원들을 보호해주고 격려해주어 아주 큰 힘이 되었다.

하지만 밀폐된 공간이라 숨쉬기가 곤란했다. 어쩔 수 없이 그 때부터 유리창을 깨기 시작했다. 전부 깰 수도 있었으나 필요한 만큼만 깼다. 공기가 통하니 조금은 살 것 같았다.

오전 6시 그때까지 복도에서 구호 외치던 여직원들은 모두 깨진 유리창쪽으로 다가가 구호를 외치며 바닥 카펫 위에 깔렸던 비닐을 창밖으로 늘어뜨렸다.

우리가 위험상황에 처해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기에 종이를 찢어 밖으로 날리기도 하고, 종이 비행기를 접기도 하고, 휴지를 풀어 늘어뜨리기도 했다. 붉은 테잎으로 SOS를 유리창에 썼으며 붉은 수건을 매두기도 했다.

건너편 삼성화재 건물 옥상에서 기자들이 사진을 찍었다. 우린 우리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떨어뜨렸을 때 밑에 있는 사람이 다칠만한 유리나 무거운 물건 등은 절대로 창밖으로 던지지 않았다 .

그러기를 2시간 정도 했을까...

오전 08:00경 갑자기 한쪽 비상구 쪽에서 6∼8발 정도의 사과탄 같은 폭탄이 연발로 터지면서 카펫쪽으로 불길이 확 일었다. 모두들 잔뜩 겁이 났다. 순간 남자직원들이 한족 벽면으로 여직원들애게 엎드리라고 했다. 그 소리가 끝나자만자 와∼하는 소리와 함께 경찰병력이 우르르 들어왔다.

곤봉, 쇠파이프로 바닥치는 소리. 사람때리는 소리가 나며 "모두 고개 숙여, 고개드는 것들은 이 몽둥이로 대가리 맞을 줄 알아"하면서 우리를 한쪽으로 몰면서 무릎을 꿇어서 고개를 못들게 만들었다.

그 때 남자직원들이 "여직원만은 절대 때리지마"라고 경찰 병력들에게 절규하듯 소리쳤다. 너무 무서웠다. 그 남자직원은 진짜 용기있었고, 비록 고개숙이며 겁내고 있었지만 그 남자직원이 너무나도 너무나도 고마웠다.

그러나 그 소리를 들은 경찰은 "이 새끼야"하면서 쇠파이프로 무지막지하게 패기 시작했다. 얼마나 때렸는지 그 직원은 신음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경찰은 우리에게 분풀이라도 하듯 남자직원들을 군홧발로 차고, 방패로 내려찍고 쇠파이프로 얼굴, 등 목, 머리를 사정없이 내리쳤다.

여기저기서 푹 푹 꼬꾸라졌으며, 반항하는 남자직원의 목소리도 간혹 들렸다. 무조건 머리박고 눈도 못 들게 했다.

"눈 나랑 마주치는 것들은 내가 그 눈갈 후벼파 주겠어!!"

"이 씨발놈들아 내가 너희들 때문에 잠 한숨 못자고 새벽부터 뺑이치고 이 짓 하고 있어. 개새끼 씨발놈들 같으니라고"하면서 분이 안 풀렸는지 앞에 있던 남자직원들을 또 패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입에도 못 담을, 생전 듣도 못한 욕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고개숙이고 있던 우리들은 인간이기보단 지나가는 벌레만도 못한 것이었다. 그때의 모멸감, 치욕감이란 그 상황에 없었던 사람은 절대 느끼지 못했으리.

계속되는 공포감 조성과 "고개드는 년들, 조금이라도 들썩거리는 것들은 가만두지 않겠다"고 공포하면서 곤봉으로 말 잘듣고 있는 직원들을 또 개 패듯 패고 있었다.

이들이 진정 우리와 같은 국민인가? 진정 민주경찰이며, 민중의 지팡이라고 했던가?...

수많은 생각과 치욕스러움...혼돈스런 것 밖에 기억나지 않았다. TV에서나 봤던 "광주사태"가 생각났으며 지금이 21세기이지만 진압하는 걸 보면 80년대 그대로였다.

우리는 진짜 방어할만한 몽둥이도 없었으며 모두들 얇은 옷을 입고 있었으며 경찰들이 하라는 대로 순순히 응했는데 왜 이렇게 진압해야 하나. 정말 화나고 분했다. 어떤 여직원들은 분하고 겁이나서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다.

순간 이 상황이 싫은 것보다 롯데가 싫은 것보다 우리나라가 싫었다. 그리고 5.18 광주사태를 거친 김대중이, 공권력에게 맞아 다리를 아직도 절뚝거리며 걷는 장애를 가진 김대중이 이렇게까지 할 수 있나...정말 알 수 없었고 분하기만 했다.

그 때 "솔개부대 철수"라는 외침이 들렸고, 뭔가 후다닥 움직이는 발자국 소리들과 함께 후레쉬가 막 터졌다.

대장같은 사람이 "야!! 이 새끼들 미쳤어? 곤봉 뒤로 안치워?, 너희들 영창가고 싶어 환장했어"라는 소리를 쳤다.

아마 기자들을 의식하고 경찰들의 과진압을 그만 두게 하는 것 같았다 그때부터 그들의 어떠한 상소리도, 어떠한 폭력도 없었다. 기자가 들어와 사진을 찍으며 한시간 가량의 공포스런 시간은 조금은 덜해졌다. 우리들은 고개를 조금씩 조금씩 들었다.

갑자기 구석으로 몰려서 한시간정도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고 꿇어앉아 모두들 다리에 경련이 일었으며, 화장실이 없었기에 모두들 화장실이 급했다.

또 너무 맞아 머리가 찢어져 피가 줄줄나는 사람, 최루탄을 사람에게 쏴 파편이 다리를 찔러 찢어져 철철 피가 흐르는 사람, 장애인 등록증을 보이며 때리지 말라고 애원했음에도 무자비하게 맞아 옆구리를 꾹 쥐어짜며 앉아있기도 힘든지 서있으면서 호흡조차 곤란해하던 아저씨, 머리를 맞아 혹이 주먹만하게 난 아저씨……. 너무너무 무서운 광경이었고, 붉은 피들이 얼굴에서 다리에서 팔에서 줄줄 흐르고 있었다.

아비규환이 따로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인데도 그들은 전혀 꿈쩍하지도 않고 목석처럼 가만히 서 있었다. 전라도 사투리 쓰는 키큰놈이 눈을 부라리며 응시하고 있었다. 우리들이 30분정도 부탁한 후에 겨우 화장실을 갈 수 있었다.

아침 9시경, 모든 상황은 종료된 듯 진압되었다.

남자들은 먼저 나가라면서 짐승 잡듯이 부상당한 사람들을 주먹으로 옷을 집으며 질질 끌어냈다. 그때 여직원들이 "그러지마!! 우리들이 알아서 걸어나갈테니 만지지마!!"라고 외친 후 우리가 스스로 2열로 어깨동무를 하며 나갔다.

옆방에서 청자켓, 청바지에 조끼입은 병력들이 의자에 앉아 90도 정도로 휘어진 쇠파이프를 들고 있었다. 우리는 37층 비상계단을 통해 로비까지 내려갔다.

로비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건 그 많은 병력이 인간벽을 쌓고 좁게 통로를 만들어 그 좁은 통로로 우리는 지나갈 수 있었다.

그 길로 닭장차를 타고 뿔뿔히 경찰서로 이리저리 흩어졌다.

그 때가 10시30분정도. 경찰서 도착 후 진술서 작성을 하고 4시간후 경찰서 다른 장소로 옮겨져 약 하루 정도를 보내고 명동성당으로 복귀했다.

명동성당에서 다시 우리 동지들을 만났을 때 기뻤으며 뜨거운 동지애를 느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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