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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의서한]경총은 연장근로수당 삭감 등 근로기준법 개악 추진계

작성일 2000.05.24 작성자 교육선전실 조회수 2905
< 경총에 보내는 항의서한 >




경총은 연장근로수당 삭감 등 근로기준법 개악 추진계획을 철회하고


국민 절대다수가 염원하는 주5일근무제를 이제는 받아들여야 합니다




1. 국민 절대다수가 법정 노동시간을 주40시간으로 단축하여 주5일근무제를 도입하길 염원하는 상황에서, 유독 사용주들만이 국민의 바램을 거스르고 있는 현실을 민주노총은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지난주와 이번주에 걸쳐 전경련과 대한상의가 '주5일근무 시기상조론' '주5일근무 경제파멸론'을 들고 나온 데 이어, 경총이 어제 24일 법정노동시간 단축을 거부한 데서 한발 더 나아가 근로기준법의 연장근로수당 50%를 추가 지급 조항을 개정하여 사실상 초과근로수당을 깎거나 없애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한 것은 결코 묵과할 수 없는 근로기준법 개악 음모라 하겠습니다.




2. 경총은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OECD 가맹 29개 나라 가운데 노동시간이 가장 긴 것은 물론, 세계 일곱번째로 긴시간 노동을 하고 있는 책임이 노동자에게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습니다. 경총은 마치 회사가 말리는데도 노동자들이 돈에 눈이 어두워 연장근로를 밥먹듯 하고, 회사가 휴일·휴가를 쓰라고 하는데도 돈을 더 벌려고 한사코 나와서 일하는 것처럼 전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50%의 연장근로수당을 주고도 이윤이 남기 때문에 연장근로를 반강제로 시키는 사용주의 지시를 거역할 수 없고, 부족한 생계비를 메우기 위해 피로를 간신히 이기며 잔업에 야근에 특근에 내몰리는 게 한국의 노동현장입니다. 휴일·휴가를 회사 눈치 안보고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노동자는 거의 없고, 그 결과 법으로 보장된 휴일·휴가 취득률은 매우 낮은 게 엄연한 노동현실입니다.


더 낮은 임금, 더 긴 시간 노동이란 낡은 수단으로 이윤을 늘리려는 사용주들의 시대에 뒤떨어진 경영방식이 연장근로는 물론 휴일·휴가도 반납하는 일벌레로 몰아가는 게 진실입니다. 경총은 이 엄연한 현실을 왜곡하지 말아야 합니다.




3. 경총은 마치 연장근로수당을 깎거나 없애는 게 실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길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논리입니다.


기본급 비중이 낮아 연장근로로 생계비를 채워야 하고, 연장근로의 주도권이 사용주에게 있는 엄연한 현실에서 연장근로수당을 깎는다면 회사의 이윤만 늘어날 뿐입니다. 생계비가 부족한 노동자들은 더 많은 일을 할 수밖에 없어 실근로시간은 거꾸로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에서도 실노동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법정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것과 함께 연장근로수당과 휴일노동의 법정할증율을 인상하고 연장근로를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아울러 취했던 것입니다. 경총 주장대로 연장근로수당 개정의 목적이 실노동시간 단축에 있다면, 연장근로수당을 현행 50% 보다 훨씬 높이고, 현행 주12시간의 초과근로 제한도 7시간 크게 낮춰야 합니다. 그래야만 사용주들이 값비싼 연장근로 대신 정규시간 내 노동을 선호하게 되어 실노동시간을 단축하게 되고, 아울러 고용도 늘어날 것입니다.


이치가 이러한데 난데 없이 연장근로수당을 깎자고 나오는 저의는 근로기준법 개정 분위기를 틈 타 연장근로수당 삭감, 변형근로제 도입, 연월차·생리휴가 폐지 등 사용주들이 주장해온 근로기준법 전면 개악안을 관철시켜보려는 의도라고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4. 우리는 노동자들이 휴일·휴가 때 제대로 쉴 수 있어야 한다는데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러나 과연 왜 노동자들이 법이 보장한 휴일·휴가조차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지 그 원인을 정확히 진단해야 합니다.


어느 회사건 휴일·휴가를 노동자들 뜻대로 사용할 수 있는 곳은 가뭄에 콩 나듯 합니다. 진정으로 휴일·휴가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으려면 가장 먼저 사용주가 반성해야 합니다. 또 휴일·휴가조차 반납하고 일을 해야만 먹고 살 수 있는 낮은 임금을 개선해야 합니다. 정말 피치 못할 사정이 없는 한 노동자가 청구하는 휴가를 사용주가 가로막지 못하도록 최소한 노사 단체협약에 명문화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연간 4-6주 정도의 유급휴가를 연속으로 보장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연속휴가가 가능하도록 해야 합니다. 휴가를 쓰면 동료가 피해를 보는 현실에서 휴일휴가 사용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연초에 전체 노동자의 연간휴가 사용 계획을 세워 계획에 따라 휴가를 갈 수 있도록 하는 등 사용주들의 노력이 뒷받침 되어야만 '휴가·휴일 완전소진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이 말만으로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아울러 경총에서 마치 우리나라의 휴일·휴가가 선진국 보다도 엄청나게 많은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사실에 맞지 않기 때문에 바로잡아야 합니다. 우리나라 국경일은 다른 나라에 비해 적지 않은 수준이지만 연단위 휴가 전체로 본다면 선진국들에 비해서 휴가일수는 부족한 게 정확한 사실입니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연 최소 3주∼7주에 이르는 유급연속휴가(여름, 겨울휴가)를 법이나 단체협약으로 보장하고 있는 사실까지 감안하면 우리나라 휴가일수는 매우 부족하며, 크게 늘려야만 실노동시간을 단축할 수 있습니다.





5. 또 하나 분명히 할 것은 휴일·휴가를 다 사용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실노동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보조수단이란 점입니다. 이것만으로 실노동시간은 필요한만큼 줄어들지 않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조직률이 낮고, 사용주의 힘이 노동자를 압도하는 상황에서 법정노동시간 단축은 실노동시간을 단축할 가장 효과가 크고 확실한 현실성 있는 수단입니다.


우선 경총이 법정 노동시간 단축이 실노동시간을 줄이는 데 별 효과가 없는 듯이 주장하는 점은 잘못된 것입니다. 주 48시간에서 주 44시간으로 법정노동시간이 단축되었던 89년을 전기로 91년까지 3년 동안 실노동시간은 3.3시간이나 단축되었으나. 89년 이전 3년, 또는 법정노동시간 단축 효과가 없어진 그 뒤 3년 동안은 실노동시간 단축 효과가 매우 적었습니다. 법정노동시간이 단축되었을 때가 평상시에 비해서 3-4배의 실제 노동시간 단축효과가 있다는게 증명되고 있는 것입니다.




◁ 89년 법정노동시간 단축을 전후로 한 실제노동시간의 변동


자료: '노동부, 『매월노동통계조사보고서』, 각호.





아울러 법정노동시간 주44시간이 결코 긴 게 아니며, 실노동시간이 법정노동시간 밑으로 내려갈 때가 법정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게 적절하다는 경총의 주장 역시 어불성설입니다.


한국은 OECD 29개 나라 가운데 주5일근무제를 도입하지 않는 유일한 나라입니다. 프랑스는 64년 전에 주5일근무제를 도입했고, 대부분의 나라들이 1960∼70년대에 주5일근무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한국은 연간 노동시간이 2,600시간으로 OECD 가맹국 가운데 단연 최고이며, 체코(2,070시간)와 함께 유일하게 연간 노동시간이 2,000시간을 넘는 나라입니다. 노사간 협약노동시간이 법정노동시간을 밑돌아 법정 노동시간이 상한선이 되는 외국과 달리, 법정 노동시간조차 하한선이 될 정도로 실노동시간이 긴 게 한국의 노동시간입니다. 실노동시간이 법정노동시간 밑으로 내려갈 때를 기다리자는 것은 한국의 노동현실에 맞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6. 노동시간 단축은 시기가 너무 빠른 게 아니고 너무 늦었습니다. 경제규모 세계 13위의 나라가 세계 7위의 긴시간 노동을 하는 현실은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경총과 사용주들은 연장근로수당 개정,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와 같은 노동시간 단축에 해가 되는 근로기준법 개악 음모를 철회하고, 국민염원과 시대추세에 발맞춰 주5일근무제 도입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만약 사용주들이 주5일근무제 도입을 계속 거부한다면 노사관계는 결코 순조로울 수 없으며, 민주노총은 5월31일로 예정된 주5일근무제 도입 등 3대요구 실현을 위한 총파업을 강력히 벌여나갈 것입니다.




2000년 5월 24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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