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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

작성일 2000.08.18 작성자 노동과세계 조회수 2361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

호텔롯데와 사회보험노조에 대한 공권력투입을 계기로 민주노총 투쟁의 예봉을 꺾고 하반기 구조조정을 원활히 추진하려던 정부의 의도는 당사자를 선두로 한 민주노총의 강력한 대응으로 저지 당했다. 그러나 IMF 이전과 달리 투쟁은 장기전의 성격을 띠면서 조직적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다. 전국의 단위사업장들 또한 지난 2년 동안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밀린 현장동력을 복원하는데서 적극적 연대투쟁의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IMF금융위기 이후 한국경제는 거시경제 지표상의 회복에도 불구하고 자본시장 완전개방에 따른 세계경제체제 편집으로 말미암아 위기의 주기가 짧아지고,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 또한 이에 편승해 해외매각, 민영화, 통폐합 등으로 초국적 금융자본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함으로써 한국경제의 불안정성을 부채질하고 있다. 더욱이 남북관계 진전을 발판으로 정권유지 의도와 맞물려 동북아지역에서 미국의 비용을 떠 안음으로써 경제적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

하반기에도 계속될 기업, 금융, 공공, 노동 등 4대부문의 구조조정은 기본적으로 정부 주도하에 진행될 전망이다. 그 과정에서 각 부문의 강력한 저항이 예상된다. 특히 IMF체제의 가장 피해자인 노동자들은 각 부문 공히 자본과 정권의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기본방침에 따라 또 한 차례 위기에 빠질 게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노동자들의 저항은 필연적이고, 정부는 시계추처럼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가이드라인을 넘어서는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공권력이라는 폭력을 휘두를 것이다. 따라서 역관계에 비추어 볼 때 개별적 대응은 승리를 예견하기 어렵다.

공안탄압은 정부내 강경파가 주도하는 전략이 아니라 구조조정에 저항하는 세력에 대한 자본의 일상적인 활동일 뿐이다. 자본의 활동은 노동진영이 얼마나 힘을 결집하느냐에 따라 공안탄압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자본의 주기적 위기와 극복, 그 구조조정 과정에서 펼쳐지는 잉여노동력의 착취와 노동자 탄압은 그림자처럼 늘 노동계급을 뒤따르고 있다.

호텔롯데와 사회보험노조가 공안탄압의 거센 파도에 강력하고도 끈질긴 투쟁으로 맞서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파일 뿐이다. 저 멀리 자본의 수평선에서는 공안탄압이라는 제2, 제3의 파도가 거세게 몰려오고 있다.

이 점에서 민주노총호는 지금 갈림길에 놓여 있다. 모래턱에 걸려 좌초할 것인가, 아니면 다시 힘을 추스려 두 사업장 문제를 성과 있게 마무리하면서 새로운 구조조정의 파도에 맞서 힘차게 항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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