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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2>외국 노동조합의 조직활동

작성일 2000.03.30 작성자 교육선전실 조회수 3950
외국 노동조합의 조직활동




정이환(서울산업대 교수, 사회학)






1. 머리말




미국을 위시한 여러 나라의 노동조합들은 지속적인 조직률 하락이 노동조합운동을 근본적인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는 것을 절감하고, 조직확대에 운동의 미래를 걸고 야심찬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것은 유럽대륙보다는 영미권 국가에서 특히 현저하며,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런 선진국의 조직활동은 우리나라에도 많은 시사를 줄 것이다.





2. 미국




1) 배경 : 미국 노총 최초로 경선으로 새 노총위원장에 당선된 스위니(Sweeney)는 침체하고 관료화된 미국 노조를 현장노동자의 활력에 기초한 '운동'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하고, 제1의 정책목표로 미조직노동자의 조직활동을 잡았다.


2) 조직활동의 주요 내용 : 미국 노조의 조직활동에서 주목되는 것은 세 가지이다. 첫째는 조직활동에 보다 많은 자원을 투입하는 것이다. 이것은 노총, 산별노조, 그리고 지부(local) 차원에서 모두 행해진다. 둘째는 전통적인 단체교섭과 다른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셋째는 노조인정을 받기 위한 새로운 전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ㄱ) 조직활동에의 자원투자


a) 노총의 활동 : 실제 조직활동을 담당하는 것은 노총이 아니라 산별노조이기 때문에 미국노총은 산하에 조직연구소(Organizing Institute)를 둬 조직가 양성에 힘을 기울인다. 조직연구소에서의 교육은 3일간의 강의식 교육 - 현장훈련(field training)의 오리엔테이션으로 10일간의 집중 훈련- 석달에 걸친 현장실습 등 3단계로 이루어진다. 조직연구소 수료자들은 산별노조에 고용되는데 그간 능력있는 조직가에 대한 수요가 많았으므로 수료자의 90% 이상이 조직가로 고용되었다.


b) 산별노조 및 지부의 활동 : 조직가를 고용하여 직접 신규조직활동을 하는 데 예산과 인력을 혁신적으로 늘였다. 한 예로 국제서비스노동조합(SEIU)은 3년전부터 조직활동을 크게 강화하기 위해 본부의 예산 중 다른 활동의 몫을 줄이고 조직활동에 쓰는 부분을 크게 늘려 1998년 전체 예산의 47%를 조직활동에 썼다. 조직활동 예산을 늘리려면 대 조합원 서비스가 줄어드는 등 어려움이 많아 평조합원의 이해를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상근간부들의 다른 업무를 이관하고 조직활동에 보다 전념할 수 있게 했으며 조합원들의 자원봉사 활동을 강화했다. SEIU간부가 말하듯이 "조직활동에 힘을 쓴다는 것은 단지 돈을 더 많이 쓰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운영의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ㄴ) 새로운 이익대변방식


준조합원(associate membership) - 단체협약의 보호를 받지는 못하지만 정규 조합원에 비해 싼 조합비를 내면서 조합원이 누리는 여러 혜택을 누리는 사람들 - 제도로 중소기업 및 불안정고용 노동자들을 조직했다. 노총이 설립한 '노조혜택'(union privilege)라는 회사가 제공하는 값싼 보험, 낮은 이자의 신용카드, 그리고 자동차 관리업 등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주었다.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못한 상황에서 노동자들을 노조와 연결하는 유용한 통로였지만 제도가 신규조직화 방안으로서는 별로 성공적이지는 못했다고 평가된다. 준조합원들은 노조가 제공하는 서비스에는 관심이 있으나 노조에 가입하려는 적극적 의지를 가지지 않는 것이 보통이었다.




ㄷ) 새로운 전술


사용자가 노조결성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노조를 인정받으려면 노조인정선거를 거쳐야 하는 미국 노사관계법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 결성을 쉽지 않다. 노동자 대중동원과 사회운동과 연대전술로 사용자에게 압력을 넣어 가입원서만으로 노조를 인정하게 하는 방법이 스위니 집행부 등장 이후 미국 노조의 중요한 조직전술로 자리잡았다. 저임금서비스 직종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건물청소부에게 정의를(Justice for Janitors)' 캠페인이다. 불만에 찬 저임금 노동자에게는 잘 적용이 되나 전문기술직 노동자에게는 잘 적용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3)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화




미국엔 정규 노동자 중에도 미조직 노동자가 대다수이고 이들도 고용이 불안정하므로 정규직, 비정규직을 통틀어 조직활동을 벌이고 있다.


비정규 불안정고용 노동자 조직화 사례로는 캘리포니아주의 가정간호사(homecare worker) 조직화사례가 대표격이다. 최저임금을 받으며, 고객의 요청이 있을 때만 일하는 극도의 불안정고용 노동자들인데 끈질긴 노력과 사회운동과 연대하여 단협이 없는 상황에서 1만5천명이 노조에 가입했고, 가정간호사의 노조 결성자유를 박탈한 주법을 개정했다.




3. 영국




1) 배경


조직률이 1985년 45.5%에서 1995년 32.9%로 급락하는 상황에서 영국노총(TUC)은 1996년부터 '새로운 노조운동'(New Unionism)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새로운 유형의 노동자 조직화(서비스산업의 여성노동자, 파트타임 노동자 등 저임금 노동자들, 전문직 화이트칼라 노동자)는 미국과 호주의 경험을 많이 참조한 것이다. 다만 영국상황을 반영해 '불만에 찬 노동자를 동원하고 사용자와 투쟁하여' 조직을 한다는 접근보다는 노조에 관심이 덜한 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이 어떻게 어필할 것인가가 주요한 관심이 되고 있다. 실제 조직활동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신규조직 성과도 크지 않다는 비판 속에 조직활동이 과거보다 현격하게 활성화되었다는 평가가 주된 흐름이다.




2) 조직활동 주요 내용


첫째는, 영국노총의 '조직아카데미'는 미국의 조직연구소를 모방한 것으로 4회의 5일 숙박교육과 4회의 3일 숙박 워크샵을 1년에 걸쳐 실시한 후 각 산하노조에 배치되어 고참 조직가와 함께 실제 조직활동에 참여하면서 훈련을 받는다. 노총의 주도아래 전국노조들도 GMB의 불꽃(Flare) 캠페인, 그리고 주로 파트타임 등 비정규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운송 및 일반노조(TGWU)의 링크업(Link Up) 캠페인 등 조직활동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둘째, 화이트 칼라, 여성, 소수인종 노동자 등 새로이 등장하는 노동자들의 '새로운' 요구에 부응함으로써 조직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1984년에 금융기관(Unity Trust Bank)을 설립해 개인연금, 대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유니온로'(Unionlaw)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노조와 관련되지 않은 조합원의 사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도 싼값으로 법률서비스를 제공했으며, 이동상담센터도 개설했다. 이처럼 개인주의적 요구를 겨냥한 사업이 조합원수를 늘이는 데 큰 도움이 안됐다는 평가가 더 많기는 하나 변화에 적극 부응하려는 자세는 평가할 만 하다.


셋째, 조직활동 자체는 노동조합 의사결정과정에 여성 및 청년 노동자의 대표성을 강화하여 새로 성장하는 노동자층에 더 가까이 다가가려 했다. 노조의 이름을 바꿔 참신하고 매력적인 이미지를 가지고자 하였다.




3) 비정규직 조직화




영국은 비정규노동자, 특히 파트타임 노동자의 조직화를 미국보다 더 중요한 과제로 다뤘다. 예를 들어 영국노총 산하 최대 노조 TGWU가 1980년대 말부터 시작한 링크업(Link Up) 캠페인은 주로 파트타임과 임시직 노동자의 조직화를 목표로 한 것이었다. 또한 영국노총도 파트타임 노동자를 대변하고 조직하기 위한 체계적인 활동을 펴고 있다.


첫째, 단지 비정규노동자들을 노조로 가입시키는 것이 아니라, 노조가 그들을 더 잘 대변하고 그들의 권익을 높이기 위한 여러 활동들이 조직화 활동과 함께 추진했다. 링크업 캠페인에서는 비정규노동자를 가입시키는 것과 더불어 비정규노동자들의 복지, 산업안전보건, 교육훈련, 동일기회 등을 집중 제기하였고, 지역의 시민운동에 적극 참여하는 것도 중요한 활동으로 삼아, 노조가 사회정의를 추구하는 조직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하고자 했다. 노총은 1995년부터 파트타임 노동자를 위한 태스크그룹을 출범시켜 2년간 연구조사활동, 홍보활동, 제도개선활동 등을 벌였다.


둘째, 노력에 비해 성과가 크지 않은 파트타임 및 비정규노동자 조직화에 나서기 위해 노조 내부의 조직문화를 변화시키는 노력을 기울였다. 노총의 태스크그룹은 이를 위해 ① 노조 조직활동을 파트타임노동자에게 맞도록 재조정하며 이를 위해 특별 조직활동가를 채용하거나 학생단체와의 협력 등을 추진할 것, ② 단체교섭 안건으로 파트타임 노동자들의 문제를 더 중요하게 다룰 것, ③ 셋째 노조 의사결정기구에 파트타임 노동자들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게 할 것을 제안하였다.


조합원 감소추세를 막을 정도의 괄목할만한 성과는 없었으나 캠페인이 시작된 이후 신규조합원이 상당히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고용이 불안정한 노동자들은 이직률이 높아 조합원으로 오래 머물러 있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영국의 경험을 보면, 노조의 주체적 노력이 미흡하기도 했지만, 비정규노동자의 조직화가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 인식하게 된다.




4. 호주





1) 배경


1976년에 51%이던 조직률이 1997년에는 30.3%로 하락했고, 특히 1992년부터 1997년 사이에 9%나 하락한 호주에서는 1987년부터 '전략적 조합주의(Strategic Unionism)'를 채택하여 노동조합이 임금 및 노동조건 위주의 단체협약에만 몰두하는 것에서 벗어나 전사회적 문제들에 적극 나서서 정치, 사회 내의 노동조합의 입지를 넓히고 조직률 하락도 막으려 했다.


이를 위해 노조 내부개혁을 위한 노조통합과 산별노조 건설을 추진해 주로 직종별 노조이면서 300개가 넘던 노동조합 수가 80여 개로 줄었으며, 전체 조합원의 98%가 20개의 대노조에 의해 대표되게 되었다. 1990년대에 와서는 미국의 영향을 받아 조직화사업단(Organizing Works)을 만들어 신규조직활동을 보다 본격 추진하기 시작했다.




2) 조직활동 주요 내용




ㄱ) 노조조직 재편 :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보다 많은 자원을 조직활동에 쏟기 위해 1980년대 말 이후 노조통합 및 산별 조직화를 추진했으나 조직재편이 본격 진전된 1990년대에 조직률 하락은 여느 때보다 현격하게 나타났다. 조직재편 만으로는 호주의 '조직률 위기'의 해결책이 되지 못한 것이다.




ㄴ) 노조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확대 : 조합원들에게 다양한 서비스 혜택이 돌아가면 비조합원에게도 노조가 더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라는 판단으로 1980년대의 호주노총 총회에서 채택한 '노조의 이미지를 좋게 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다. 조합원 유형도 학생, 은퇴자 등에까지 확대하고, 금융서비스(보험, 대부)를 실시했으며, 소비자에 대한 할인, 개인적 카운셀링(의료, 재정 등)도 확대하였다. 또한 노조출판물의 면모를 바꾸고, 연구 및 문화활동을 후원하였고, 노동자들이 노조와 당장 접촉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워크라인(Workline)이라는 전화센터를 만들었다.




ㄷ) 조직화 사업단(Organizing Works).


미국의 조직연구소를 본따서 93년에 설립해 처음 2년간 최소한 100명의 젊은 조직가를 훈련시키려 했다. 노조 내부 조직가들이 30-40대 백인남성이어서 젊은 노동자나 여성노동자, 외국인 노동자를 조직하기 어려워 여성 및 젊은 조직가를 양성하려 했다. 산별노조들의 추천과 신문광고를 통해 모집하여 9개월간 훈련한다.


훈련에 필요한 경비는 노총과 이들을 고용할 노조들이 함께 분담하여 94년부터 기마다 20∼70여명씩 6기를 배출했고 주로 여성, 비영어권, 젊은층을 양성해 노조로 배치했다. 조직가 양성만으로는 조직률 하락을 되돌리기에는 불충분했기에, 조직화사업단은 조직가 양성을 가장 주된 사업으로 하면서도, 노조 내에 조직화문화(organizing culture)를 심는 일에도 힘을 기울였다.


제1기 수료생들은 약 13,800명의 신규 조합원을 확보(수료생 당 174명)했고, 1994년과 1995년의 결과를 보면 훈련에 드는 비용의 2배의 조합비 수입을 올리는 등 성과가 컸고 평가도 좋다. 돈을 떠나서 지금까지 '조직될 수 없는' 것으로 생각되던 업종, 여성과 젊은이, 그리고 비영어권 근로자들이 노조운동에 참여하게 되었다.


조직화사업단은 조직가 양성만이 아니라 노조 내에 조직화 문화를 심는 것- 조직활동 강화, 작업장에서 이기기, 조직화 기술, 조직화 관련 도서관 개발, 숙력조직가 교육 등 각종 교육·지원사업 - 도 중요한 활동으로 삼고 있다.


그 밖에 호주 노총은 조직률을 높이기 위해 노총 집행위원(Executive) 중 여성의 비율을 높이고 노조의 활동 중 여성을 위한 활동의 비율을 높이는 등 내부 개혁과 지역운동 및 시민운동의 연계를 강화했다.




5. 한국에의 함의




첫째, 조직활동은 그냥 '미조직노동자를 끌어안자'라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자원, 즉 돈과 인력이 투입되어야 이를 위해서는 노조 내의 '문화적 혁신'이 필요하다. 우리 노동자들은 노조의 돈을 비조합원을 위해, 그것도 성과가 의심스러운 활동에 쏟아붓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신규 조직활동을 노조의 당장의 과제로 삼고, 이를 위한 준비를 갖추는 것이 '기업별 노조의 극복'과 같은 정도의 문화적 혁신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산별노조 건설과 관련되기는 하지만 별개의 과제이다.


둘째, 조직활동의 강화는 곧 노조의 운영방식, 나아가 경우에 따라서는 노조의 조직구조의 변화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도 간부에 여성의 비율이 너무 적다는 점은 이미 수없이 지적된 것이며, 이를 포함하여 노동조합의 운영과 일상활동을 전체적으로 재조정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조직활동이 주로 지역단위로 이루어지므로 지역수준 노동조합 조직을 실질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방안도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미국과 영국에서의 조직활동의 기조는, 과도하게 일반화하자면, '동원화 모델'과 '마케팅 모델'로 나눌 수 있다. 한국의 노동정책과 노사관계 상황은 영국보다는 미국에 가깝고 경제위기 이후 저임금 불안정고용 노동자가 크게 늘었으며, 노동자들의 탈계급화나 개인주의화 보다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돌파할 수 있는 단결력인 문제이기에 '동원화 모델'이 기본이다. 그렇지만 한국 노동자들의 학력이 상승하고 있고, 화이트칼라가 주요 조직대상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노동자들의 '성찰성'이 증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마케팅 모델'에서도 배울 게 많다. 하지만 어떤 모델이건 기존 노조의 의식적 노력이 필요하다.


넷째, 노동시간단축, 단체협약 지위 인정, 전임자 임금 보장, 부당노동행위 근절, 단결권 보장 등 조직화에 유리한 제도적 조건을 형성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또 미국처럼 모기업노조가 단체협약을 통해 사내하청업체의 조직화를 지원하는 시도는 검토할만 하나 문제는 모기업 조합원이 자신의 노동조건에 대한 양보를 통해 하청기업 노동자의 단결권을 인정받는 것을 수용할 것인가이다. 이는 노조내의 문화적 혁신이 전제돼야 한다.


여섯째, 영국의 경험에서 보듯이 비정규직의 조직화는 단지 그들에게서 가입원서를 받아내는 활동만으로 되는게 아니라 이들의 권익을 실제로 보호할 수 있는 활동과 함께 이루어져야 하며, 노조가 기존 조합원만의 이익이 아니라 전체 노동대중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관점에 입각해야 비정규노동자들 사이에도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외국과 한국은 환경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구체적인 전술을 그대로 가져다 쓸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우리의 실정과 조직대상에 맞게 창조적인 방법들이 개발되어야 할 것이며, 다른 나라에서와 같이, 실천을 통해 배우는 과정이 축적되면서 조직활동의 전술도 다양화되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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