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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보도

<자료>□ 대법원에 보내는 가족들의 탄원서 모음

작성일 2000.03.07 작성자 교육선전실 조회수 8672
□ 대법원에 보내는 가족들의 탄원서 모음




안녕하세요? 저는 고 2인 학생입니다. 아버지께서 3년이 넘도록 회사 문제로 힘들어 하시는 모습을 보고 하나뿐인 자식으로써 이 방법이 조금이나마 아버지께 도움이 되고자 쓰게 되었습니다.




제가 중 1이 되던 해......아버지께서 다니시던 삼미특수강이 포항제철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부당해고 되면서, 그 일이 이렇게 힘들게 될지 몰랐습니다. 그 때부터 아버지는 집에 계시고, 어머니는 허리가 아프신데도 불구하고 일을 하러 나가셨습니다. 제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어머니는 아프셔서 누워 계시고, 아버지는 쓸쓸히 술을 마시고 계셨습니다. 아버지, 어머니께서 힘드실 때 아무런 도움이 되어주지 못하는 제 자신이 밉고 짜증이 났습니다.




이 때부터 제가 방황의 길로 빠져들게 된 것 같습니다. 아버지, 어머니의 싸움은 하루라도 안하는 날이 없었습니다. 싸우고 난 후의 뒷정리는 항상 저였고, 저는 유리조각을 치우다가 발에 찔려, 피를 흘리면서 유리를 치우고 눈물을 닦으면서 발을 치료하였습니다. 그 때의 제 심정은 그 누구도 모를 것입니다. 아버지가 부당해고되기 전에는 아버지, 어머니, 저 세식구로 그 어느 가정보다도 행복하고 따뜻한 가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예전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실직 이후, 지금까지 아버지께서는 서울과 창원을 오가며 고생을 하셨습니다. 아버지는 그 추운 겨울에도 시멘트 바닥인 서울역에서 이불 하나로 버티며 지내고 계신다는 어머니의 말씀을 듣고, 저는 따뜻한 방에 누워있는 제가 부끄러웠습니다. 그리고 맨 정신으로는 추위 때문에 잠을 자지못하여, 항상 술을 마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인지 서울에서 돌아오신 아버지의 모습은 한 마디로 '백발노인'이었습니다. 머리는 하얗고, 이마의 주름살은 더욱더 선명하고, 피부는 꺼칠꺼칠하였습니다. 아버지 앞에서는 차마 눈물을 흘리지 못하겠어서, 혼자 많이 눈물을 흘리곤 했었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자신에 대한 자존심, 자부심이 많으신 분이신데, 아버지의 뒷모습은 너무도 초라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조금만 있으면 풀린다는데. 해결이 되지 않으니 아버지도 이제는 자신감이 없으셨나 봐요......




옛날에 비해 술의 양은 늘고, 모든 생각을 부정적으로 하셨습니다. 저 딴에는 아버지께서 서울에 가셔서 추운 겨울에 고생을 하시는데 하는 생각에 나라두 아버지, 어머니께 걱정이 되지 않게 하자고 노력했었는데 아버지의 이런 모습을 보니 아버지가 너무도 미웠습니다. 그 뒤에도 생활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저는 점점 집에 들어가기가 싫고, 친구들과 노는 것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밖에서 놀게 되니, 돈이 있어야 하고 그래서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나쁜 짓도 많이 했었습니다.




그 때에는 그렇게 하면 안되는 거는 알지만 저는 그 당시에 돈이 필요하였고, 집에는 돈이 없었기에 딴 방법이 없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는 자신들도 힘드셨기 때문에 저는 신경도 안쓰셨습니다. 제가 이렇게 방황을 할 때 옆에서 잡아주려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저는 그 애들의 말들이 너무도 역겹고, 내가 힘든게 뭔지도 모르면서 모든 것을 쉽게 말하는 친구들이나 선생님들이 너무도 싫었습니다. 그래서 학교가 싫어지기 시작하였고, 학교에 가기가 싫으면 친구들과 교복을 입은채로 돌아다니곤 했었습니다.




참!!! 지금와서 생각하면 너무도 후회가 됩니다. 저 진짜 바보지요. 이렇게 저희 가족은 다들 따로 생활을 하고, 대화의 시간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된 이유는 아버지 때문입니다. 매일 술에 찌들려 사시던 아버지께서 어느날 길거리에서 몇 개 되지도 않는 모자를 파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자존심이 많으셨던 우리 아버지께서...... 그 순간 저는 눈물이 핑 돌고 아버지께 너무도 죄송했습니다. 아버지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면서도 큰 목소리로 가격을 부르고 계셨습니다.




죽고 싶을 정도로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제가 힘들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방황을 했었던게...... 아버지는 회사일로 돌아다니시다가 시간이 남을 때마다 길바닥에서 모자를 팔았던 거였습니다. 그래서 저도 학교 친구에게 몇 개 되지는 않지만 열심히 팔았습니다. 팔면서 조금의 부끄러움도 있었지만, 지금 아버지의 심정은 어떨까? 하고 생각해보니 조금이나마 아버지께 힘을 주고자 팔았었습니다. 하지만 모자를 사려는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모자장사를 이어 이제는 아버지의 남동생인 삼촌이 일하시는 곳에 가셔서 청소등 여러 가지 일을 하시고 계십니다. 몇십년동안 일을 하셨던 아버지는 지금 현실에 너무도 비참해 하시고 힘들어 하십니다.




저도 역시 아버지와 같은 심정입니다. 학교에서 공납금 용지가 나올때마다 걱정이 되고, 친구들과 잘 어울려 다니지 못하므로, 저는 '왕따'라는 것을 몸으로 부딪쳐야 합니다. 아직 아버지, 어머니께서는 모르고 계시지만, 저는 친구들과 놀러다니지 못하는 것은 참을 수 있겠지만, 왕따는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듭니다. 이제는 왕따보다 더 큰 불행은 없겠지요.


아마 모든 실직자의 가정은 저희와 비슷할 것입니다.




애들은 방황을 하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항상 싸우시고, 눈에 뻔한 일들입니다. 언제 이 일이 확실히 해결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시는 예전과 아니 지금과 같은 불행을 느끼고 보지 않습니다. 지금 아버지께서 다니셨던 회사가 어떤 상황인지 저는 모릅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도요. 제가 바라는 것은 한가지뿐입니다. 아버지 딸로서 아니, 모든 가정의 가장이신 아버지들의 어깨에 큰짐이 되고 있는 이 문제를 조금이나마 가볍게 해드리고 싶어서입니다. 대법관님께서 이 글을 읽을 수 있으실지는 모르겠지만, 읽을 기회가 되신다면 저는 대볍관님께서 이 글을 읽으셨다는 것만으로도 쓴 보람이 생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저의 속마음을 털어놓기에는 힘이 들었어요.




대법관님!!!


또 한번 말씀을 드리는데, 다시는 그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처럼 힘들어 하는 애들이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해결 방안이 되길 바라며...... 이만. 안녕히 계십시오.




2000년 3월 삼미특수강 부당 해고자 김병철 딸 드림






추운 겨울입니다.


서로의 손목을 꼭 쥔 채 긴 어둠의 터널속을 걷는 듯한 끝이 보이지 않는 아주 어두운 밤입니다.




존경하옵는 법관님의 댁내엔 두루 평안하신지요.


유행한다는 감기에 걸려 고생하시는 가족분은 없으신지 ?




저희집에는 초등학교 이년생인 여자아이와 일년생인 사내아이 그리고 여섯 살박이 여자아이와 남편 그리고 저 이렇게 다섯식구가 보금자리를 틀고 있는데, 요즈음은 줄줄이 감기 때문에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입니다. 잘 떨어지지도 않고 무척 끈질긴 적을 만난 것 같습니다. 문득 스쳐간 신문에서 I.M.F.는 유행성 감기와도 같다고 비유한 기사가 생각이 납니다. 한번 걸리면 다시 걸리기 쉽고 처방법은 많으나 확실한 처방법은 없어 사전에 예방이 최고라 했습니다.




어렵고 좌절하기 쉬운 시대, 나약한 실직자의 가족으로서 살아간다는 게 힘이 들고 전쟁과도 같은 일상 속에서 의지할 곳 없어 송구스럽게 존경하옵는 법관님께 마음을 놓아 볼까 하여 이렇게 글을 적어봅니다. 저의 남편은 십이년을 삼교대의 어려움 속에서도 삼미특수강인으로 꿋꿋이 생활해 왔습니다. 무척 믿음직한 우리 아이들의 유년을 책임져 줄 태양같은 존재였지요.




그러나 아시다시피 갑작스러운 회사의 부도와 포항제철의 부당한 인수로 인하여 성실히 일하는 아빠의 모습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잘 간수하지 못한 붉은 머리띠를 아이들의 노리개인양 이마데 두르고 노는 것을 볼때마다 지켜보는 한 남자의 아내로서 마음 울컥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무심코 성질이 나서 아이들을 윽박지르면 영문을 모르는 아이들의 얼굴엔 웃음이 사라지고 금방이라도 눈물을 토해낼 것같이 공포에 질려서 고개를 떨구어 버립니다.




성실히 일하여 작은 꿈을 꾸고 살던 힘찬 노동자에서 붉은 머리띠에 하얀 '투쟁'이란 글자를 이마에 새긴 힘없는 투사가 되어야 하는지 어리석은 여자의 소견으론 너무나 슬픈 일입니다. 한 번씩 돌료들과 상경하여 투쟁하러 간다는 어깨가 지친 남편의 뒷모습엔 침낭하나 속옷 몇벌을 꾸깃꾸깃 넣은 크지도 않은 작은 베낭이 너무나 무거워 보여 이 세상의 걱증을 다 짊어진 듯 합니다. 길거리 잠을 자고 길거리 밥을 먹는 남편을 보고, 그냥 깨끗이 잊고 돌아서서 밑진 듯 바보처럼 살자고도 했지만, 돌아서면 내뱉은 말은 우리아이들의 편안히 잠든 모습에서 사라져 버리고 맙니다.




이 아이들의 내일, 내일, 내일 밤에도 오늘밤처럼 부모 곁에서 미소를 머금은 채 편안히 잠들 수 있을까. T.V에 나오는 불행한 가족처럼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은 꼬리를 물어 몇날 밤을 지새우기도 한답니다.




존경하옵는 법관님.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서투른 투쟁에 지친 남편의 아내로서 저의 사정만 염치없이 적어 놓았지만, 묵묵히 최선을 다하여 살아가던 옛날처럼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 저는 믿고 싶습니다.




지금은 스스로 잘 되리라 믿고 의지하며 위안하며 살아가는 형편이지만, 세상 누군가는 저희들 쪽으로 손을 들어줄 수도 있겠지요.




존경하옵는 법관님.


삼미특수강에서 몸을 바치다 불현 듯 어려워진 가족들과 가엾은 저희 가족에게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은혜를 베풀어 주십시오. 저희는 정의를 믿고 싶습니다. 서투른 글, 여러번 재판장님께 보냈지만 해답은 없었습니다.




존경하옵는 법관님,


하나 밖에 없는 은혜를 가엾은 저희 삼미특수강 가족에게 베풀어 주십시오. 서투른 글 끝까지 읽어주시고, 염치없게도 많은 시간을 허락없이 빼앗은 것 같아서 정말 죄송합니다. 새해, 바라시는 소망 모두 이루시고, 부디 존경하옵는 법관님과 가족의 건강을 진심으로 소원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00년 삼월 삼미특수강 부당해고자 이수근 아내 올림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창원 특수강에 고용승계를 실시하라고 주장하는 본 사건의 당사자인 신동국이라고 합니다. 1997년 삼미특수강과 창원특수강 사이에 계약이 성립된 직 후 모친이 별세하신지 금년 2000년 2월 26일 (음력 1월 22일)로 3주년을 맞이 하였습니다. 현장에 근무하는 현장직 사원으로 삼미에 몸 담은지 10여년 지나 현재 기나긴 법정싸움이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에게는 수많은 고통의 연속이었습니다.




일년의 반을 서울의 거리를 헤메고 거리잠을 자고, 찬바람과 싸운지 만으로 3주년이 되었습니다. 수많은 아픔들도 보았고, 점점 피폐해지고 정서가 메말라 가는 나 자신을 문득 문득 느껴지는 찰라가 무섭고 공포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함께 해 온 동료들이, 친척 및 친구들이, 가족들이 내 앞에서 말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언듯언 듯 스치고 지나가는 근심어린 눈빛이 내게는 두려움일 뿐입니다. 고통일 뿐입니다. 죄스러울 뿐입니다. 가정불화가 생기고, 부인들이 부업을 찾아 다니고, 가정에서 전자부품 한 개를 조립해야 2원 내지는 3,4원씩하는 일거리를 붙들고 하루종일 매달리고, 신문을 돌리고, 파출부 일을 하고, 식당 써빙을 하고 애쓰는 모습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가슴속이 숯검정이 되어 갑니다.




눈물이 핑도는 아픔입니다. 연로하신 부모님들께서 한분 두분 세상과 이별하시고 동료가 동료의 자녀가 사고를 당하고 병이 들고 ...... (같이 생활하시던 형님 한 분이 중풍으로 쓰러지셔서 겨우 반신불수를 모면은 하셨지만, 거동이 불편하신데 군에서 제대한지 얼마되지 않은 아들이 사고를 당하여 사경을 헤메는 바람에 돈을 버는 사람은 없고 돈을 쓰는 사람밖에 없으니 막막한 심정 뿐입니다.) 홧병이 될 것 같은 가슴만 메어져 옵니다.


누구의 잘 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더 이상 대법원의 판결이 연장되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이기고 지는 것은 판사님들 권한이시니 제가 무어라 할 말은 없습니다.




아무쪼록 빠른 시일안에 좋은 결과가 되기를 기원하면서 두서없는 글월을 맺겠습니다.




건강하시고 가정에 행복이 깃드시기를 빌겠습니다.








2000년 3월 삼미특수강 부당해고자 신 동국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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