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보호 3법 개악 논의 당장 중단하라
국회 정보보호 3법 개정 시도에 대한 민주노총 성명
여야 국회가 사회적 합의 없이 기업의 정보 장사와 이윤 확대를 위해 국민의 정보인권을 위협할 정보보호 3법 개악에 매진하고 있다. 경제성장과 산업발전 논리로 국민 인권과 민주주의 희생을 강요하는 철 지난 개발독재 방식이 관철되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29일 “국회는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점에서 권리를 지키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법사위 의결에 반대 태도를 밝혔다. “개인정보의 상업적 활용에만 치중하고 그에 따른 정보 주체의 권리 침해를 방지할 수 있는 장치는 미미한 채 국회를 통과해서는 안 된다”는 채 의원 발언은 정확하고 솔직한 지적이다.
동아일보가 정보보호 3법 통과 지연을 비난한 28일 보도를 보면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누가, 왜 이 법을 요구하는지 알 수 있다. 동아일보는 정보 제공 동의를 일일이 받아서는 도저히 ‘해외 업체’들과 경쟁할 수 없다는 관광정보 업체 하소연을 실었다. 여기서 말하는 ‘해외’에는 모든 국민에 일련번호를 매기고, 국가 차원에서 광범위하게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통제해 숱한 폐해가 알려진 중국 정도만 해당한다. 동아일보가 무섭게 성장한 기업 사례로 중국 경쟁사를 든 이유다.
우리나라와 중국을 제외하면 동아일보가 언급한 ‘타깃 마케팅’에 활용할 개인 식별 정보를 처리하는 나라가 또 있는가. 정보보호 3법 개악을 추진하는 기업과 여야 국회의원은 개인정보 수집 자체가 없거나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제한적인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이 오히려 ‘혁신적’인 빅데이터 기술과 마케팅 기법을 내놓는 상황을 ‘가짜뉴스’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우리 경제의 미래가 어둡다는 우려가 나올 때 국회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라며 “데이터 산업은 미래 산업의 원유라고 하는데, 지금은 원유 채굴을 막아놓은 상황”이라고 협박 같은 발언까지 했다.
정보 장사나 신용 장사 기업들이 경영단체를 내세워 정보보호 3법 개악을 요구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미래를 개척할 방법이 없어서가 아니라, 선진국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개인정보에 기반한 갈라파고스 같은 경영행태에 안주하고 싶어서일 뿐이다.
이들은 그동안 방대한 개인정보를 제대로 관리조차 못 해 숱한 보안 사고를 일으켰다. 그러나 이들이 부과받은 과징금을 양심적으로 전액 납부했다는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 능력도, 양심도 없는 이들에게 무엇을 믿고 정보인권을 기대하겠는가.
국회가 법 개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을 거론하며 업계 요구를 덜렁 받아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을 추진했던 박근혜 정부가 차라리 투박하나마 순진해 보일 지경이다. 문재인 정부와 여야 국회는 당장 반인권‧반민주 정보보호 3법 개악 추진을 중단하라.
2019년 11월 29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