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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보도

[성명] 경제5단체장 '시국선언'에 대하여

작성일 2000.12.07 작성자 교육선전실 조회수 2336

경제5단체장 '시국선언'에 대하여



1. 어제 12월5일 전경련, 경총 등 경제5단체장이 모여 발표한 이른바 '현 시국에 대한 경제계선언'을 듣고서 우리는 참기 어려운 분노를 느낀다.

경제를 망친 장본인들이 죄의식은 온데 간데 없고 오히려 경제파탄으로 피해를 보는 노동자와 국민들에게 큰 소리 치는 모양이 참으로 어이가 없다. 재벌과 부유층이 IMF 외환위기를 불러온 주범이라는 사실은 세살 박이 어린애도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재벌과 부유층은 지난 3년 동안 씻을 수 없는 죄 값을 달게 받기는커녕, 온 국민이 피눈물 흘리며 더 가난해질 때 거꾸로 더 큰 부자가 되더니, 지금은 죄의식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한발 더 나아가서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여성 노동자들을 보호할 노동관계법조차 논의하지 말라고 협박하고 나선 것은 참으로 개탄할 일이다.


2. 재벌과 부유층을 이렇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정부가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에 따라 밀어붙이고 있는 구조조정이다. 노동자, 농민, 서민들을 구조조정의 희생물로 삼아 재벌과 부유층이 더 부자가 되는 구조조정을 절대 종교처럼 떠받드는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은 마침내 경제파탄의 죄인을 경제회생을 위해 시국선언을 해도 괜찮은 양심세력으로 복권해 준 것이다.

정부가 절대 신(神) 처럼 떠받드는 1차 구조조정이 남긴 것은 20년 전으로 확대된 빈부격차요, 더 깊어진 경제력 집중이며, 알짜배기 기업의 해외매각이었다. 이미 1차 구조조정으로 20대 80의 사회로 쪼개진 빈부격차는 2차 구조조정을 거치면 더 확대될 것이며, 1차 구조조정으로 전체 노동자의 53%, 700만에 도달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2차 구조조정을 거치면 훨씬 더 늘어나고 말 것이다. 경제를 망친 재벌들은 청산되기는커녕 금융까지 장악하고 자식과 형제들로 핵분열한 수많은 삼성과 현대 후손재벌에게 경제력이 쏠리는 일은 더 심해지고 있다. 1차 구조조정으로 주요 은행과 포철을 비롯한 알짜배기 민간기업들이 외국에 넘어간 데 이어 공기업과 대우자동차까지 외국자본에 팔아 넘기려는 2차 구조조정으로 막무가내로 나아가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 금융, 기업, 노동 4대부문 구조조정은 한 마디로 요약하면 '노동시장 유연화'일 뿐, 그 어디에도 재벌개혁이나 부패관료 청산, 자립경제와 같은 진정한 경제개혁은 없다. 2차 구조조정은 1차 구조조정 보다 더 참혹한 결과를 낳고 말 것이며, 죄인은 더 떳떳해지고 애꿎은 노동자 서민은 또 다시 '경제회생의 걸림돌'이란 누명을 쓴 채 분노에 떨어야 할 것이다.


3. 재계가 참으로 경제를 되살리고 국민들이 편안히 먹고살기를 바란다면 시국선언을 하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경제도 어려운데 무슨 놈의 노동법 개정이냐. 집어치워라' '구조조정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의 집단 이기주의를 쓸어버려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말하기 전에 스스로 꼭 해결할 게 있는 것이다.

먼저 대우자동차를 망쳐놓고 외국으로 도망가 베트남에서 바둑두고 프랑스와 독일을 오가며 호화생활을 즐기고 있는 대우재벌 전 총수 김우중 회장을 돌아오게 해야 한다. 그래서 회사 부도로 피울음을 토하고 있는 대우 노동자들과 국민 앞에 무릎 꿇게 해야 한다. 그로 하여금 외국으로 빼돌린 어마어마한 재산을 토해내 대우자동차를 살리는데 보태게 하고, 노동자 한 사람이라도 덜 쫓겨나게 성의를 다해 죄값을 조금이라도 치르게 해야 한다. 또 하나 새파랗게 젊은 애가 수천억 원씩 뿌리며 국회의원, 정부관료, 국정원 까지 매수해 돈질을 하면서 난장판을 만드는 경제계의 불법과 탈법, 부정과 부패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최소한 '상징'으로라도 이 정도 조치는 하고 나서 시국선언을 해야 할 것 아닌가. 그렇지 않고서는 절대다수 노동자와 서민들은 구조조정의 희생물이 돼 하루 앞을 걱정하고 자식의 진학을 염려해야 하는 판에, 온갖 불법과 탈법을 동원해 더 많은 재산을 불리는 재벌과 부유층의 배부른 시국선언이라고 밖에 달리 들리지 않는다.


4. 김대중 정부와 정치권은 재벌과 부유층의 협박에 넘어가지 말고 노동자들의 피맺힌 현실을 똑바로 보고 정말 노동정책다운 노동정책을 펴야 한다. 임기가 끝나기 전에 '자칭 40년 노동자 친구라는 사람이 대통령으로 있는 정부에 노동정책 자체가 없다'는 수모는 벗어야 될 것 아닌가.

정부는 노동자 서민에게만 고통을 강요하고 재벌과 부유층은 더 부유하게 하는 잘못된 구조조정을 중단하고 정말 이 길이 맞는지 다시 검토해야 한다. 세계7위의 긴 시간 노동의 고리를 끊고 노동조건 후퇴 없는 주5일근무제를 도입하는 일, 척박한 노동조건에 놓인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정규직으로 갈 수 있다는 희망과 최소한 차별을 없애주는 일,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가운데서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노동자들의 모성을 보호하기 위해 유급 출산휴가를 국제추세에 맞게 늘리는 일, 세계 모든 나라와 똑같이 노조 전임자 임금은 노사자율로 알아서 하게 돌려놓은 일, 노사가 맺은 단체협약이 최소한 지켜지게 법을 보완하는 일 등 어느 한가지도 빼놓을 수 없는 노동개혁의 알갱이들을 올곧게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정부가 보이는 태도는 너무나 실망스럽고 분노를 자아내게 한다. 기업에서 노동자를 내쫓고 외국에 팔아야만 경제가 산다는 맹목에 가까운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고, 재벌과 부유층이 강렬히 요구하는 월차·생리휴가 폐지, 초과근로 할증률 인하, 변형근로제 확대 등 근로기준법 후퇴안을 받아들이려 하는 게 바로 정부 태도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천삼백만 노동자의 염원을 무시하고 재벌과 부유층들의 협박대로 근로기준법을 개악하려 하면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며, 그 뒤 일어나는 모든 사태는 모두 정부가 책임져야 할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


5. 재벌과 부유층은 경제를 망쳐 국민을 고통스럽게 한 죄인임을 스스로 되새기고, 시국선언 이전에 자기반성부터 철저히 할 것을 천삼백만 노동자와 사천만 국민의 이름으로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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