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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보도

[성명]외신에 나와야 입여는 청와대

작성일 2001.04.03 작성자 교육선전실 조회수 2244
< 민주노총 2001.4.3 성명서 >

외신에 나와야 입여는 청와대

1. 청와대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지난 2월16일 대우자동차 사상 최대규모인 1750명 정리해고 단행 - 2월19일 정리해고에 항의하는 노조 파업 무력으로 진압 - 20일 첫 화염병 시위 등장 - 이후 한달 동안 계속된 민주노총의 '정리해고 중심 구조조정 중단' 촉구 대정부 투쟁에 대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입을 열긴 열었는데, 그 이유는 외신에 민주노총 시위가 보도돼 나라망신을 시키고 외국자본이 투자를 꺼리니 엄하게 다스리라는 것이었다. 국민들이 아무리 아우성 쳐봐야 소용없고 외신에 나와야 반응을 보인다는 김대통령과 청와대 특유의 습관이 발동한 것이다.

2. 화염병 시위는 정부가 자초한 것인데, 외신 보도로 입을 청와대의 사태 원인 진단이나 해결 방향은 여전히 엇나가고 있다. 여러 차례 밝혔듯이 최근 한 달 넘게 계속되고 있는 화염병 시위는 잘못된 정리해고 중심의 구조조정 정책을 무력으로 밀어붙인 정부가 자초한 것이다. 김우중은 해외에서 호화생활하고 있는데 노동자들만 사상 최대규모로 정리해고하고, 그에 대한 항의조차 무력으로 짓밟고, 수 천명이 경찰병력을 주둔시킨 가운데 공장을 돌리고, 부평 전체에 아예 합법집회 자체를 원천봉쇄하며 해고노동자 가족까지 짓밟아 임산부를 유산시키는 정부는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 이른바 '공권력'이 이성을 잃으면 국민은 전혀 다른 저항으로 나아가게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역사에서 배웠다. 따라서 정부가 잘못된 정책을 수정해서 자연스럽게 화염병 시위를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고무총탄이든 화염병 전담 기동 타격대든 경찰의 물리력으로는 정부 실정에 대한 저항으로 시작된 화염병 시위를 막지 못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군사정권 때 이미 뼈저리게 겪었다. 그런데도 대통령이나 청와대나 그저 경찰의 물리력을 강화하는 방향만 내놓으니, 이러다가는 시위대와 경찰 충돌로 어떤 불행한 일이 닥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3. 외신보도도 정부가 자초한 면이 크다. 경찰 안에서도 사납기로 소문난 기동대가 괜스레 '31일 민중대회에 공중에서 폭발하는 살상무기인 신종 화염병이 등장할 것'이라며, 직접 실험까지 해 언론들 불러다 놓고 9시 뉴스와 일간지에 크게 내보내고, 살수차를 쏜다, 고무총탄을 발사한다 난리를 냈으니 외신들은 이날 마치 무슨 큰 일이라도 날 줄 알고 모두 귀를 쫑긋 세우고 취재에 나섰다. 하지만 애초부터 경찰의 자작극에 가까웠던 신종 화염병 또는 폭탄형 화염병은 아예 나오지도 않았는데도, 이미 자가발전식으로 흥분해있던 경찰은 마무리 집회하는 방송차를 습격하는 과잉진압을 자행했고, 이 과정에서 시위대와 하지 않아도 됐을 충돌을 하게 됐다. 신종 화염병 운운하는 발상은 노동자를 비롯한 민중들의 시위가 인명 살상 등을 전혀 추구하고 있지 않는 고도의 정치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나온 것이다.
31일 민중대회는 민주노총의 정권퇴진 투쟁이 농민, 빈민 등 전체 민중진영으로 확산되는 의미가 가장 큰 집회로, 올해 들어 최대규모의 대규모 도심 정권퇴진 투쟁이었다. 이런 행사 의미는 사라진 채 언론은 경찰이 미리 분위기를 조성해놓은 '신종 화염병 출현 여부'에 관심이 쏠렸고, 이는 외신들이 '화염병 시위'에 초점을 두고 보도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이다.

4. 정부는 3월31일 민중진영이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시작한 것을 정말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민생파탄과 개혁실패에 실망한 민중세력은 정부에 대한 미련이나 기대를 씻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정치를 엉망으로 해온 것 보다 더 절망스런 것은 남은 임기 동안 더 나빠지리라는 확신이다. 노동자들은 해고와 실업대란에, 농민들은 농가부채대란에, 도시서민들은 전세월세대란에, 국민들은 복지대란에 시달리고 있으나, 정부는 파탄 난 민생문제를 수습할 진지한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외국자본과 재벌의 이익을 위해 노동자와 서민들의 생존권을 짓밟는 일을 예사로 하고 있다.
개혁이 실종되고 결국 실패로 끝났으며, 남은 임기에도 기대는 금물이라는 판단이 현 정부 개혁정책이 성공하길 진심으로 바라던 수많은 사람들을 절망에 젖게 하고 있다. 현 정부의 유일한 정책 성공이라 불리던 남북관계 진전마저 미국 부시정권의 훼방으로 더 이상 발전하기 어려운 냉정한 현실에서 국민의 정부는 과연 어떤 존재 의의가 있는가. 정권을 잡은 사람들에게 말고, 진정으로 민주화를 바라고 싸워왔던 노동자와 민중에게, 또 민주화의 혜택을 누려야 할 국민들에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정부가 정말로 이 사태가 오래가지 않기를 바란다면 진지하게 시국수습책을 내놓아야 한다. 대우차·생보사를 비롯한 정리해고 중심의 구조조정 정책에 대해 다시 재검토해야 하며, 한국통신 계약직 노동자들의 투쟁에서 엿보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을 해결할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민생안정과 개혁완성을 위한 결연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화염병 시위도 정권 퇴진 투쟁도 막을 수 없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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