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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투쟁현장에서 만난 사람들 2-박찬준·박윤희 내외/ 힐튼호텔노조 조합원

작성일 2000.08.04 작성자 교육선전실 조회수 2743
박찬준·박윤희 내외/ 힐튼호텔노조 조합원

"파업 함께하니 부부신뢰 더 깊어져요"

내리쬐는 땡볕과 푹푹 찌는 무더위, 거리집회 때마다 부딪히는 경찰특공대의 위협 속에서 40일 넘는 파업에 지치고 힘들 법도 하지만 "끝가지 가자"면서 서로 용기를 북돋아주는 부부 조합원이 있어 눈길을 끈다. 힐튼호텔노조(위원장 김상준) 조합원 박찬준·박윤희씨 내외가 바로 그 멋진 한 쌍이다. 부부가 나란히 파업집회에 참가해 구호를 외치는 모습에 힘이 두 배로 샘솟는다.

같은 직장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은 3년 동안이나 한 팀이 돼 같은 장소로 야유회를 간 인연으로 96년 5월 결혼에 골인했다. 회사 야유회도 한꺼번에 갈 수 없는 호텔업무의 특성에 비춰 세 차례나 같은 팀에 묶여 가기란 매우 드문 일이라고 한다. 남편은 88년에 입사해 현재 식음료부 중식당 소속이고, 아내는 91년에 입사해 같은 식음료부 로비라운지에서 일한다.

그러나 지금은 파업 중이다. 부부는 모자 위에 '단결투쟁'이라 쓰인 머리띠를 매고 있었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 역시 세 차례 진행된 노조 파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열성 조합원이다. 결혼식을 올린지 한달 뒤인 96년 6월말 임단협이 깨져 나흘 동안 파업을 벌였고, 지난해에는 9일 동안 계속됐다. 올해는 8월1일 현재 꼬박 40일째다. 회사쪽은 그럼에도 지난 25일 교섭을 마지막으로 아무런 말도 없다. 회사쪽은 이번 파업 기간에 '불법파업이니 엄단하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두 차례나 집으로 보냈다.

"어렵더라도 노조의 정당한 파업에 같이하고 있다는 사실에 부부간의 신뢰가 더 깊어지죠."함께 파업하니 어떠냐는 물음에 대한 남편 박찬준씨의 대답이다.

그러나 '신뢰'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무리해서 집을 샀더니 융자금 상환에, 적금에 정말 빠듯했어요. 더군다나 올해는 여느해와 달리 회사가 '무노동무임금'을 엄격히 적용하는 바람에 걱정이 태산이에요."

지난달 월급에서는 파업이 벌어진 7일분의 임금이 빠졌다. 그러나 이것은 '전초전'에 지나지 않는다. 파업이 8월까지 넘어가면 상여금이 나오는 달이라 모두 4백여만 가량이 날라간다고 한다. 다른 조합원들도 대부분 마이너스 통장 신세를 지고 있지만 같은 직장에서 맞벌이하는 이들에게는 경제적 타격이 '두 배'인 셈이다. 일하는 시간대가 달라 밤이슬 맞으며 연애하다 대낮에 같이 출퇴근한다고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그래도 월급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요. 돈에 자존심을 팔 수는 없잖아요? 우리에겐 비정규직 문제라던가 적정인력 확보를 통해 후배들에게 더 낳은 근무조건을 만들 의무가 있고, 더 좋은 직장을 만들기 위해 지금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해요."

박윤희씨가 당차게 얘기를 풀어놓는다. 그는 얘기 끝에 "노조 집행부는 이번 파업기간 동안 매일같이 철야농성이어서 부인들이 대부분 독수공방 신세라 마음 한 구석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며 "이 말은 꼭 넣어달라"고 웃음을 머금었다.
정경은 joungke@kct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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