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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보도

[성명]단병호 위원장 단식 보름째를 맞는 민주노총 특별 성명서

작성일 2000.08.10 작성자 교육선전실 조회수 3010
단병호 위원장 단식 보름째를 맞는 민주노총 특별 성명서

1. 오늘 8월10일로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이 △ 호텔롯데·사회보험 파업 폭력 진압 책임자 처벌과 정부 사과 △ 경찰병력을 불러들인 롯데·사회보험 사주 처벌 △ 롯데·사회보험 노사실질 교섭 보장과 조기 타결 등을 요구하며 서울역 광장에서 단식투쟁에 들어간 지 꼭 보름째가 되는 날입니다.

말이 단식 보름이지, 쉰 한 살 나이에 아스팔트 바닥이 벌떡 일어설 듯이 푹푹 찌는 이 폭염에 위원장 개인이 겪는 고통과 몸 상태도 결코 예사롭지는 않습니다.

집회에서 직접 연설을 하는 등 큰 어려움이 없었으나, 단식 9일째인 지난 주 토요일부터는 집회 연설도 부위원장들이 대신하고 있고, 몸무게가 7kg이 주는 등 상태가 좋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지금 가장 먹고싶은 게 뭐냐고 물으면 '컵 라면이 그렇게 먹고 싶다'는 단위원장은 지난 7일 신임 김호진 노동부장관이 찾아와 "단식을 풀고 해결하자"고 하자, "파업 폭력진압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가 없으면 이 자리에서 쓰러지는 한이 있어도 단식을 계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6월29일 새벽 호텔롯데 앞에서 폭력진압으로 큰 사고가 터질 것 같은 위기상황이 오자 단위원장은 '민주노총이 평화롭게 해산시킬테니 진압을 중단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경찰에게 끌려가 구타를 당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나를 그렇게 폭행하는데 롯데 조합원들은 얼마나 맞았겠느냐, 눈으로 안 봐도 안다'며 끝까지 책임을 물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절박한 심정에 젖어 있습니다.

2. 60만 조합원을 대표하는 민주노총 위원장의 현 정권에 대한 처절한 항거를 상징하고 있는 단병호 위원장의 단식투쟁은 사실은 민주노총의 대정부 투쟁의 일부입니다.

이미 민주노총은 7월 한달 내내 도심 한 복판에서 거의 날마다 대정부 집회와 시위를 벌여왔고, 지난 7월27일부터 위원장 단식을 포함해 중앙·산별·지역본부의 모든 지도부가 전국 시도 17곳에서 무기한 밤샘농성에 돌입했습니다.

또 8월7일부터는 민주노총 산하 1,300개 단위노조 대표자들이 이 농성에 합류하였습니다. 민주노총 안에 있는 조직이란 조직의 대표자들이 모두 농성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며, 이제 이 투쟁은 조합원들로 확산되는 단계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3. 용서해서는 안 되는 것을 결코 용서하지 않는 일, 이것이야말로 이 땅에 양심과 인권, 민주주의를 살리는 중요한 원칙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동문제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말합니다. 민족경사를 앞두고 한 달도 넘은 문제 가지고 꼭 그렇게 '극한 투쟁'을 벌여야 하겠냐고?

우리는 되묻습니다.

폭력경찰이 호텔롯데노조 파업을 짓밟은 2000년 6월29일 악몽 같은 새벽을 잊을 수 있겠는가?

사회보험노조의 합법파업을 짓밟은 2000년 7월1일을 없었던 일로 할 수 있겠는가?

환한 대낮에 천 삼 백만 노동자를 대표하는 민주노총 위원장 얼굴에 가차없이 주먹을 날린 2000년 6월29일과 7월10일의 경찰 만행을 치떨리는 분노 없이 어떻게 묻어둘 수 있겠는가?

솔개부대가 제2의 광주사태를 방불케 하는 폭력진압으로 임산부와 장애인을 무참하게 두들겨 패고, 쇠파이프로 방패로 군화발로 내리찍고, 착하기만 한 노동자들을 오리걸음 시켜 끌고 간 천인공로 할 만행을 응징하지 않고서, 어떻게 감히 이 땅에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양심이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단 말인가?

남북관계 진전의 이유로 이런 만행을 용서해야 한단 말인가?

4. 민주노총은 한편으로 대정부 투쟁을 계속하면서도 이 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하려고 무던히도 애써왔습니다. 7월21일에는 노정대치국면을 끝내기 위해 우선 롯데와 사회보험의 단체교섭을 재개해 조기 타결할 것을 제안했고, 28일에는 국무총리와 민주노총 대표단이 만나 모든 문제를 열어놓고 해결하자고 정직으로 요청했습니다.

또한 7월29일 집회를 끝으로 대정부 집회를 중단하고 남북장관급회담이 열리는 신라호텔 집회를 취소하며 대화와 교섭으로 해결하려 해봤습니다.
하지만 이른바 노동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노동장관, 청와대 복지수석, 노사정위원장 등 빅3를 비롯해 어느 누구 하나 책임 있게 나서지 않았습니다. 개각이나 국회 날치기 사건이다 여당 내 선거다 해서 노동행정에 관한 한 무정부 상태에 수습능력을 잃은 정부 모습을 확인할 뿐이었습니다.


롯데재벌도 정부의 이런 상태를 잘 알아서인지 7월17일 장성원 사장이 '청와대에 불려갔다 왔다'며 명동성당에 나타나 교섭하자고 생색을 내고는 바로 다음날부터 노조 교섭위원 네명 해고, 조합비 가압류, 58억 손해배상 소송 등 교섭의지와는 정반대 행동을 일삼았습니다.

개각 발표로 신임 노동장관이 취임해 사태해결의 기대를 모으던 지난 7일에도 보란듯이 노조 교섭위원 네 명을 포함한 11명의 해고장을 날렸습니다. 단식이 길어지자 노동장관이다 중앙노동위원장이다 노사정위원장이다 다녀가는 사람은 많지만, 국무총리 면담조차 성사되지 않고 있으며, 제2의 광주사태가 불리는 폭력진압에 대해 단 한 사람 책임지지도 않고, 단 한마디 사과도 없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남북이 화해하는 마당에 국내의 화합을 못 이룰 이유가 없다'면서 '분야, 계층, 세대, 지역간 화해 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지만, 최대 노정대치 현안인 민주노총의 투쟁은 아무런 해결 전망이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5. 노동조합 다운 노동조합을 겪어보지 않은 롯데는 호텔롯데에 민주노조가 들어서자 이를 깰려고 경찰병력을 불러들였습니다. 마치 87년 정주영, 김우중 회장처럼 말입니다. 이것이 사태의 본질입니다.

문제는 아직도 롯데는 이 무모한 계획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경찰병력으로 안되니까 이번에는 대량징계로 노조를 깨려 하고 있습니다. 전 조합원의 10% 남짓 되는 120여명을 대량징계하겠다며 벌써 15명을 해고했습니다. '노조 없는 경영'이란 원시시대의 단 꿈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롯데재벌 신격호 회장이 마치 87년 노조가 처음 생길 때 식칼테러와 경찰투입을 감행하던 정주영, 김우중 회장의 모습을 2000년도에 되풀이하는 것은 신회장 자유일지 모르지만, 변화하는 시대에 역행하는 이런 모습이 나라와 사회 전체에 어떤 악영향을 주고 있는지는 정부가 깊이 있게 통찰해야 할 문제입니다.

롯데파업 폭력 진압으로 시작된 오늘의 사태는 결코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미 롯데 폭력진압은 세계의 뉴스가 되었고, 오늘도 단병호 위원장 단식 15일을 맞아 세계 곳곳에서 항의집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미 외국의 인권단체와 노동단체들은 이 문제를 DJ 노벨평화상 문제와 연관지으려는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10월에 열릴 아셈회의나 관광산업에 미치는 영향, 한국의 얼굴이라 할 호텔롯데에 진주하고 있는 전투경찰의 모습… 롯데 문제는 단순히 롯데 문제가 아니라 우리 경제의 대외신인도 문제와도 연결된 문제이며, 특히 현대사태가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상황에서는 더 그렇습니다. 노동행정의 무정부 상태도 문제지만 이렇게 수습능력 없이 방치하는 식으로 악화되는 상황이 되풀이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하기 짝이 없습니다.

6. 민주노총은 지난 7월29일∼31일 남북장관급 회담이 열리는 신라호텔 앞 집회를 취소한 바 있습니다. 남북관계가 진전되는 민족경사를 민주노총이라고 반대할 리 없기 때문에, 또 되도록 이면 대화와 교섭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만 모두 허사였습니다.

민주노총은 오는 8월15일 서울에서 공안탄압 분쇄 전국노동자대회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 때까지 이런 식으로 사태해결이 안 된다면 민주노총은 8월15일 대회와 관련해 중대한 결단을 내릴 것입니다.

남북관계 진전을 악용해 민주주의와 인권을 파괴하고 노동자를 탄압하는 김대중 정권의 기만과 이중성을 폭로하는 강력한 투쟁을 벌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 나아가서 집권 후반기로 들어서는 현 정부의 성격에 대해서도 분명한 결단과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상태로는 격앙된 조직 내부의 분위기와 조합원 정서로 볼 때 하반기 정부에 대한 민주노총의 태도는 급류를 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부나 언론이나 양심과 정의를 바라는 사람들조차 6월29일 새벽을 잊더라도 민주노총은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끝까지 책임을 묻고 이 문제 해결의 과정을 정부 정책에 대한 판단의 잣대로 삼을 것이며, 그에 따라 행동해나갈 것입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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