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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보도

[성명] 경찰청장은 무엇으로 사는가

작성일 2000.07.25 작성자 정보통신 조회수 2417
< 성명서 >

경찰청장은 무엇으로 사는가

'민주노총 도로행진에 사용료를 물리자'
'시위도중 여경을 성희롱했다' 잇단 민주노총 음해 장난

롯데 폭력진압·경찰시험 비리·제2의 옷로비 사건 겹쳐 사면초가
… 그렇다고 얄팍한 장난을?

1. 문관이 아니라 무관에 해당하는 경찰총수라는 자리는 굵은 선과 대의에 충실한 명예를 생명으로 하는 자리이다. 하지만 이무영 경찰청장의 최근 행동은 이와는 거리가 멀고, 특히 경찰청이 얄팍하고 유치한 음해공작을 일삼아 실망스럽다. 물론 이무영 경찰청장의 처지가 다급하긴 다급한 모양이다. 의사한테 뺨맞고 노동자한테 화풀이한 격인 호텔롯데 파업 강제진압 과정에서 테러진압 전담 '솔개부대'를 투입하고 임산부·장애인까지 폭행한 데다 음주진압 의혹까지 받고 있으니 그럴만도 하다. 더구나 경찰공무원 승진 시험 문제를 이무영 청장이 쓴 책에서 베껴 내 인세를 챙긴 의혹에다가, 경찰제복을 둘러싸고 제2의 옷로비 사건까지 불거져 나와 이무영 청장의 목을 겨누고 있으니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 아니겠는가.

2. 하지만 아무리 다급하다고 해도 이건 너무 유치하다. 경찰청은 경찰청 홈페이지에 민주노총이 최근 연이은 집회에서 도로를 점거해 시민들에게 교통불편을 줬다며 집회 후 행진에 대해 도로사용료를 걷는 게 어떠냐는 네티즌 투표 형식을 빌어 민주노총을 매도하고 음해하는 치졸한 행동을 벌이고 있다. 또 경찰청은 민주노총이 시위현장에 투입된 여경들에게 언어폭력 등 성희롱을 했다며 그 피해사례를 공개하고 앞으로 성희롱 행위자를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3. 우선 경찰청 홈페이지에 띄워놓은 도심 차로행진에 대한 의견조사를 보면 형식은 찬반투표이되 내용은 민주노총을 음해하는 흑색선전물이다. 민주노총이 교통을 방해하고 경찰을 때렸다는 사진을 실어놓고, 더구나 지난 20일 집회 시위 과정에서 경찰이 일요뉴스 김용덕 기자를 폭행해 부상당한 사건을 마치 민주노총이 폭력을 휘둘러 기자가 다친 것처럼 거짓사실까지 담아놓았다.
물론 민주노총은 집회시위의 자유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이지만, 잦은 집회시위로 교통체증 등 시민에게 불편을 끼치는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으며, 되도록 시민 불편을 줄이려 노력해왔다. 특히 지난 6월29일 호텔롯데 파업 현장에 폭력경찰이 투입되기 이전까지 민주노총은 기본권 행사과정에서 불필요한 충돌이나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나름대로 애써왔다. 하지만 호텔롯데 경찰병력 투입 이후 정부가 이를 사과하기는커녕 집회현장에서 계속 폭력을 행사하며 민주주의와 인권을 압살하기에 이에 강력히 항의하고자 불가피하게 잦은 대규모 도심집회를 강행해왔다.

4. 7월 한달동안 계속된 잦은 도심집회와 행진의 원인이 다름 아닌 6월29일 호텔롯데 파업에 대한 제2의 광주사태를 방불케 하는 경찰의 폭력진압 때문에 일어난 일인 것이다. 그런데 이를 바로 보고 입체감 있게 정국을 수습할 생각은 않고, 도로행진에 사용료를 물리자는 발상은 참으로 생각이 좁은 행정 편의주의에 지나지 않는다. 더구나 도로행진에 사용료를 내야 한다면 돈 많은 사람들이나 시위를 할 수 있지, 가난한 노동자와 서민은 집회시위도 하지 말라는 말 아닌가. 더구나 교통체증의 원인이 시위대열의 행진에만 있는 게 아니라, 시민의 차량을 바리케이트 삼고 지나치게 많은 경찰차량과 경찰병력을 동원한 경찰의 대처방식에도 큰 원인이 있다는 점은 애써 감추고 있지 않은가.

5. 언어폭력이든 신체접촉이든 여경을 성희롱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혹시나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민주노총은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경찰의 발표는 아무런 근거가 없지 않은가. 단순히 개연성을 가지고 민주노총을 매도해도 되는가. 아무리 이무영 경찰청장 처지가 다급해도 말이다. 노동자나 사회운동 단체에 조그마한 법 위반 사항이 있어도 가혹하게 구속,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경찰이 이런 일이 있었다면 가만히 있었겠는가.
민주노총 음해 차원에서 경찰이 발표한 내용을 대서특필한 언론의 태도도 문제가 있다. 경찰의 호텔롯데 폭력진압의 참상과 음주진압 의혹 때 애써 냉정을 유지하며 간단한 기사로 넘어갔던 중앙일보가 경찰의 의도를 뻔히 알면서도 사회면 주요기사로 취급한 것은 공평성과 객관성을 잃은 보도로 유감이다.

6. 한가지 더 지적할 일은 이른바 '무최루탄'과 '여경'을 동원한 이무영 경찰청장의 시위대처 이벤트 전술은 이제 그 수명을 다했다는 점이다. 최루탄 대신 섬광탄 연막탄을 쏘고, 테러진압 부대를 임산부를 포함한 여성 수백명이 있는 밀폐된 공간에 투입해 제2의 광주사태를 방불케 하는 폭력진압 앞에서 '최루탄만은 안쐈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경찰이 쇠파이프와 군화발, 방패로 시위대를 내리찍고 한 방에 40바늘을 꿰매는 중상을 입히고 있는 폭력진압 현장에 여경을 세워놓은 들 그게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괜스레 나이어린 전경들과 연약한 여경들만 다치고 마음고생 시키는 일 아니겠는가. 경찰은 이제 발가벗은 폭력으로 얼룩진 '무최루탄'과 '여경'으로 대표되는 기만에 찬 시위대처 이벤트 전술을 걷어치우고 솔직히 군사독재 시절의 경찰로 돌아갔다고 선언하는 게 차라리 솔직하지 않겠는가.

7. 우리는 무더운 여름에 더 이상 경찰청과 사회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은 입씨름과 힘겨루기를 하고 싶지 않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단순하다. 이무영 경찰청장이 자신이 스스로 약속하고 자기 정치생명의 상징처럼 자랑해온 '무최루탄' '여경'으로 대표되는 경찰개혁 정책을 스스로 걷어차고, 평화로운 파업 농성장을 테러진압 부대를 동원해 폭력으로 진압하고, 이 과정에서 임산부와 장애인을 폭행한 제2의 광주사태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는 것이다. 괜스레 전경과 여경들 고생시키는 시위진압 전술을 내린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이무영 경찰청장은 올해 1월19일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단병호 위원장과 굳게 맹세한 '절대로 노사문제에 개입않겠다'던 약속을 깬 데 대해 왜 말이 없는가. 의사한테 뺨맞고 노동자에 화풀이한 데 대해 왜 아무런 사과조차 없는가. 단병호 위원장을 두 번이나 닭장차로 끌고 가 두들겨 팬 경찰의 행동에 대해 왜 말 한마디 없는가.

8. 경찰의 명예는 이런 식으로 민주노총을 음해한다고 회복되는 게 아니다. 더구나 경찰행정의 총지휘부인 경찰청장의 명예는 더 더럽혀질 뿐이다. 이는 호텔롯데 파업 폭력진압에 이어 또 다시 경찰의 위상을 스스로 진흙탕 속에 처박는 유치하고 치졸한 행동이다. 이런 일 그만하고 경찰의 진정한 위상을 회복하라. 왜 민주노총이 화가 났으며, 이 무더운 여름에 남북간 경사가 겹친 8월에 더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결의하는지 그 진정한 뜻을 잘 알면서도 왜 경찰은 한사코 사태를 파국으로 몰아가는가. 이무영 경찰청장이 호텔롯데 파업 강제진압에서 지은 원죄를 덮으려는 데서부터 단추를 잘못 끼워졌다. 이무영 경찰청장은 진정한 무관의 총수답게 깨끗이 자리에서 물러나라. 경찰의 진정한 명예회복과 후배 경찰들의 앞날을 위해서 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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