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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보도

[성명]'고엽제전우회'의 한겨레 유린을 강력히 규탄하며

작성일 2000.06.28 작성자 교육선전실 조회수 2571
'고엽제전우회'의 한겨레 유린을 강력히 규탄하며
부끄러운 역사 책임지는 계기 돼야 … 진실 향한 한겨레 기자정신에 아낌없는 박수를

1. '대한민국고엽제후유의증전우회' 소속 2200여명이 어제 한겨레신문사를 무참히 짓밟은 것은, 베트남전에서 일어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에 대한 비뚤어진 자기 합리화에 기초해서, 진실을 보도한 언론사를 폭력으로 유린한 범죄행위로 규탄 받아 마땅하다.

정부는 환한 대낮에 언론사를 참혹하게 짓밟은 불법 폭력행위를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한 발 더 나아가서 이번 일을 계기로 베트남 전 때 한국군이 저지른 양민학살의 진상을 낱낱이 밝히는 한편, 이 문제에 대한 우리의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2. 우리는 최근 50년 전 이 땅에서 미군들이 죄 없는 우리 백성들을 참혹하게 학살한 사건을 몸서리치며 되살리며, 진상규명과 함께 미국의 책임 있는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민족은 물론,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 모든 사람들이 미군의 잔혹한 노근리 학살을 규탄하고 있다.

묻건데 베트남전 참전 군인들이 베트남 양민 학살에 대해 '어차피 전쟁이란 극한 상황에서 현지 주민의 희생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베트남에서 한국군이 베트남 양민을 학살한 것과 미군이 우리 백성을 학살한 것이 무엇이 다른가?

3. 물론 우리는 베트남전 참전 때 생긴 고엽제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참전 군인들 또한 베트남 파병을 결정한 박정희 정권과 미국에게 희생당한 또 다른 희생자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정한다.

아울러 당시 베트남 양민 학살의 주된 책임 또한 베트남 파병을 결정한 정부와 미국, 그리고 양민 학살을 작전 차원에서 지시한 책임자들에게 있다는 점도 인정한다.

하지만 아무리 전쟁이라 하더라도 죄 없는 양민을 학살하는 것은 시효 없이 처벌받는 명백한 전쟁범죄이며, 이와 관련된 모든 사람은 최소한 사실을 인정하고 참회하는 게 마땅한 도리이다.

4. 한겨레는 베트남전 참전으로 고엽제 후유증으로 시달리는 참전군인들의 아픔을 어느 언론 보다 깊이 있게 다뤄왔다.

한겨레21이 베트남 전 때 한국군의 양민학살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을 때 우리는 한없이 부끄러웠다. 중국에 유린당해왔던 먼 역사를 떠올릴 것도 없이 일본군과 미군을 비롯한 강대국에 짓밟힌 역사만을 간직한 우리에게 '우리도 전쟁범죄의 가해자'일 수 있다는 충격을 감출 수 없었다.

미국과 일본에게 전쟁범죄의 책임을 묻는 만큼, 우리 또한 베트남 사람들에게 '가해자로서' 책임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진실 앞에 고개 숙이지 않을 수 없었다.

5. 전쟁은 지울 수 없는 상처와 그에 따른 분노를 오래도록 남긴다. 참전군인들의 고엽제로 인한 고통이든, 학살당한 베트남 양민들의 아픔이든 함께 치유해나가야 한다.

전쟁의 책임을 규명하고 다시는 전쟁범죄와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와 사회 각계각층에서 베트남전 양민학살의 진상을 밝히는 책임 있는 노력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고엽제전우회의 한겨레 유린은 분노를 엉뚱한 곳에 터뜨린 위험천만한 행동이며, 마땅히 한겨레에 깊이 사죄하고 이번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진실보도에 앞장서는 한겨레와 한겨레21 기자와 일꾼들에게 뜨거운 격려와 큰 박수를 보내며, 굽힘없이 역사와 진실이 승리할 때까지 앞장서 나갈 것을 당부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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