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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보도

[보도]호텔롯데 파업 74일의 교훈-①주요 합의내용과 의미

작성일 2000.08.21 작성자 교육선전실 조회수 4654
호텔롯데 파업 74일의 교훈

1. 호텔롯데 노사는 파업돌입 74일, 경찰병력 투입 54일 째인 오늘 8월21일 △ 입사 3년 지난 비정규직 정규직으로 자동 전환 △ 일방중재 조항 2002년 5월31일 자동 삭제 △ 성희롱 근절 대책 마련 △ 파업관련 징계 최소화 △ 파업관련 고소고발 철회 △ 임금 10% 인상 △ 파업기간 임금과 관련 연말 상여금 70% 지급 등 주요쟁점에 의견을 모았습니다. 노조는 오늘 오전 명동성당에서 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잠정합의 한 후, 오후 3시에 조합원 총회를 열고 가결되면 74일에 걸친 파업을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2. 주요합의 내용과 의미

1) 노사는 3년이 지난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자동 전환한다는데 합의하고, 이에 따라 올해 해당자 113명은 파업 마무리 즉시 정규직으로 전환하며, 나머지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순차로 정규직으로 자동 전환하는 제도화의 길을 열었습니다.

- 호텔롯데는 외환위기 2년을 거치면서 비정규직의 비율이 급격히 늘어 전체 직원 2천8백여명의 56.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비정규직 비율 53%보다도 높은 비율로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이번 파업의 최대 쟁점이 되었습니다. 노사는 무엇보다도 일회성이 아니라 3년이 지나면 자동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제도를 도입하여, 비정규직 비율을 줄여나갈 수 있는 길을 열었습니다.
- 외환위기 이전인 97년 말 현재 47%대에 머물던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은 올해 6월 현재 53%로 급격히 늘어 큰 사회문제로 떠올랐습니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보다도 더 힘들게 일하면서도 임금이 정규직의 50%∼70%밖에 안되고 근로기준법과 4대 사회보험 적용률도 매우 낮는 등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 이런 까닭에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올해 임단협 교섭의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고, 이미 민주노총 가맹 사업장 가운데 이화의료원, 한국우주산업, AC넬슨, 동양화재해상보험, 르로그 등 40여개 사업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화에 노사가 합의하는 등 성과가 나타났습니다.

2) 노사는 또한 단체협약 조항 가운데 단체교섭권과 행동권을 제약하는 조항으로 논란을 빚어왔던 일방중재 조항을 2002년 5월31일 자동삭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 호텔롯데 노사 단체협약에 들어있는 일방중재 조항은 교섭 도중 노사 어느 일방이 지방노동위원회에 중재신청을 내면 단체교섭을 더 이상 하지 못하고 지노위의 중재결과에 따라야 하는 것으로, 그 동안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박탈할 뿐 아니라, 이에 따르지 않고 쟁의에 들어가면 불법파업으로 내몰려 단체행동권을 박탈하는 독소조항으로 큰 문제가 돼왔습니다.
- 노조에 절대 불리한 일방중재 조항은 과거 호텔롯데노조가 철저히 회사와 결탈한 어용노조 시절에 있었던 것으로, 회사는 이 조항을 악용해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무시하다가 중재신청을 내고,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자 불법파업이라며 노조 집행부 8명을 고소고발한 후 경찰병력 투입을 요청해 사태를 이 지경까지 몰고 온 것입니다.
- 지난 7월 국제식품관광노련(IUF)은 호텔롯데 노사교섭과 관련 일방중재 조항에 따른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결정으로 노조의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박탈한 것은 단체교섭권리에 관한 ILO 협약 98호를 위반한 것이라며 한국 정부를 국제노동기구(IL0)에 제소한 바 있습니다.

3) 롯데노사는 최근 크게 사회문제로 떠오른 회사상사의 여직원들에 대한 성희롱과 관련해 노조에서 제시하는 성희롱 근절 대책을 성실하게 협의해 시행하고, 성희롱 소송을 제기한 여직원들에 대해 가해자가 협박 등을 하지 못하도록 회사가 조치하며, 가해자가 이를 어기면 징계하기로 합의했습니다.

- 호텔롯데 여직원 270여명은 지난 8월9일 상습적인 성희롱을 가한 혐의로 회사 임원과 관리자 12명과 대표이사 4명 등 16명과 회사에 대한 총 17억 6천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 또 이 보다 앞서 회사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노동부에 진정을 내, 노동부가 20여명의 근로감독관을 투입해 조사를 벌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회사가 법에 규정된 성희롱 예방 교육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은 사실 뿐 아니라, 교육실시 현황을 조작해 보고한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일으켰으며, 노동부는 이번 주 중으로 조사를 마무리해 성희롱 실태의 윤곽을 잡을 예정입니다.
- 어쨋든 호텔롯데 성희롱 사건은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 노동자들이 처한 참기 힘든 처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사회에 큰 파장을 남겼습니다. 그 동안 겉치례로 성희롱 예방교육을 해오던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고, 말도 못하고 당하고만 있던 여성 노동자들이 각성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여성의 노동권과 연관된 성희롱 문제에 대한 본격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여론을 불러일으켰습니다.
- 노사는 성희롱 근절 대책 마련, 가해자의 피해자 협박 금지에 합의했습니다. 또한 성희롱 관련 민사소송 취하를 위해 노조가 노력한다고 합의했으나, 엄밀하게 개인 대 개인의 소송이고 소송인원이 270명에 달하기 때문에 법원의 판결로 갈 가능성이 큽니다.

4) 이밖에도 노사는 파업관련 징계 최소화, 임금 10% 인상, 파업기간 임금과 관련 연말에 상여금 70% 추가 지급 등에 합의했습니다.

- 회사는 파업과 관련해 현재까지 60여명을 해고했으나 이 가운데 대부분을 철회하고 징계를 최소화하기로 했으며, 파업참여를 이유로 계약해지된 23명의 비정규직도 복직시키기로 했습니다. 또 임금 10% 인상, 상여금의 70%를 파업기간 중 임금으로 지급키로 했습니다. 또 회사가 파업과 관련해 노조와 민주노총 간부들을 상대로 내놓은 58억의 손해배상소송과 조합비 가압류를 취하하고, 성희롱 관련 민사소송 취하를 위해 노조가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호텔롯데 파업이 남긴 교훈

'세계의 눈이 쏠린 남북정상회담 프레스센타에서 벌어진 파업' '정부가 의사한테 뺨 맞고 노동자에 화풀이한다' '솔개부대가 술 먹고 음주진압했다' '진압경찰이 임산부·장애인을 폭행했다'… 지난 6월9일 파업 돌입, 6월29일 경찰병력 투입 이후 호텔롯데 파업을 두고 터져 나온 수많은 말만큼이나 호텔롯데 파업 사태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케 했습니다. 호텔롯데 파업이 남긴 교훈과 의미, 이후 전망을 살펴봅니다.

1) 첫째, 무엇보다도 노사문제에 경찰이 개입해 파업을 폭력진압하는 것은 결코 사태해결에 도움이 안되며 오히려 장기파업은 물론 노동계와 정부의 정면대결로 발전해 노,사,정 모두에게 큰 부담을 준다는 사실이 입증되었습니다.

- 경찰은 6월29일 새벽 여성 400여명을 포함한 1천여명이 파업 농성을 벌이던 호텔롯데에 테러진압 전문 일명 '솔개부대'를 앞세워 진압을 감행했습니다. 제조업도 아닌 서비스 업종인 호텔 노동자들의 파업 현장에 경찰병력을 투입한 것은 명분이 없다, 특권층인 의사들의 의료폐업에 손놓고 있던 정부가 힘없는 노동자들을 희생양으로 추락한 공권력의 권위를 만회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등 비난이 빗발쳤습니다. 더구나 진압과정에서 음주진압 의혹이 제기되고, 임산부와 장애인을 폭행하는 등 무차별 폭행을 가해 120여명의 노동자가 진단서를 끊는 등 과잉폭력진압이 사회문제로 떠올랐습니다.

특히 진압장면을 TV로 본 국민들이 '국민의 정부에서 제2의 광주사태를 방불케 하는 폭력진압을 자행한다'는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정부는 이에 아랑곳 않고 7월1일 다시 사회보험노조 파업 현장에 경찰병력을 투입해 폭력진압을 감행했습니다. 더구나 폭력진압에 항의하는 민주노총 단병호 위원장을 6월29일과 7월10일 두차례에 걸쳐 전경차로 끌고 가 가차없이 주먹을 날리는 폭거를 자행했습니다.

- 하지만 불법파업을 조기에 끝내기 위해 경찰병력을 투입한 정부의 의도와는 정 반대로 두 사업장의 파업은 경찰 투입 이후 50일이 넘도록 장기파업으로 나아갔습니다. 이는 경찰 투입 이후 길어야 열흘 남짓 지나면 정상조업이 이뤄지던 예년과는 판이하게 다른 현상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이제 노동자들의 의식이 크게 성장하여 경찰병력을 투입해 파업을 폭력으로 진압하는 야만스런 노동정책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롯데 노조원들은 공공연하게 '우리가 얼마나 큰 죄를 지었길래 경찰한테 이토록 당해야 하느냐'며 한 여름 뙤약볕에도 아랑곳 않고 50일이 넘도록 대정부 투쟁을 벌였습니다. 두번째로 민주노총이라는 뚜렷한 사회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민주노총은 호텔롯데 파업 경찰 투입을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규정하고 곧바로 대정부 투쟁에 돌입, 한달이 넘는 도심 대규모집회에 이어 단병호 위원장이 오늘 현재 22일째 단식농성을 벌이는 등 배수진을 치고 저항했습니다.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경찰병력으로 압살하는 일만큼은 이번 기회에 반드시 뿌리뽑겠다는 민주노총의 끈질긴 투쟁은 앞으로 정부의 파업현장 경찰 투입에 엄청난 부담이 따를 것임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습니다.

- 경찰병력 투입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던 노동부 장관, 노동행정을 담당하는 노동장관-청와대 복지노동수석-노사정위원장 등 이른바 빅3를 제끼고 판을 친 경제논리와 공안논리, 이제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 않으려면 이른바 빅3가 '자기 밥그룻도 못챙기도 노동행정을 강경파들에게 뺏겼다'는 비판을 경청하여 대오각성해야 할 것입니다.

- 지난 50여일 동안 노정대치국면의 뇌관이었던 호텔롯데 노조 파업이 마무리됨에 따라 민주노총과 정부의 노정관계도 사회보험 파업 해결과 경찰폭력에 대한 사과 문제만 정리하면 정상화의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하지만 노사문제를 경찰병력을 동원해 해결하려는 정부의 태도 변화 없이는 노정관계는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입니다.

2) 둘째, 비정규직 문제가 노사관계의 최대 핵심현안으로 떠올랐음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 호텔롯데노조 파업의 핵심쟁점은 뭐니뭐니 비정규직 문제였습니다. 정규직 사원들의 임금 수준 자체는 완전 밑바닥 수준은 결코 아닙니다. 그런데도 호텔롯데에서 파업이 터져나온 것은 바로 전체의 절반 수준이 훨씬 넘는 비정규직 문제였습니다. 이제 비정규직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만이 아니라 비정규직과 정규직 노동자들의 공통의 문제로 떠올라 있음이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 외환위기 동안 오히려 큰 흑자를 올린 호텔롯데는 오히려 노동자들의 정년을 단축하는 등 불이익과 함께 비정규직을 크게 늘려왔으며, 그 결과 정규직의 고용불안도 심각해지게 돼 정규직 노동자들로 구성된 노조가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최대 과제로 내걸고 파업에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 더구나 파업과정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거 파업에 참여한 것도 보기 드문 일이었습니다. 파업의 마무리 과정에서도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물론 파업에 참여했다고 계약해지당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복직문제가 중요한 쟁점으로 떠올라 결국 복직을 이뤄냈습니다.

- 정부 차원에서 전체 노동자의 53%에 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에 대한 종합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앞으로 노사관계는 더욱 더 치열한 대립과 투쟁으로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3) 셋째, 재벌의 시대에 뒤떨어진 노조관은 노사관계는 물론 노정관계까지 파국으로 몰고 갈 수 있음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 99년 말 노조 민주화를 내걸고 민주집행부가 들어서 민주노총에 가입한 뒤부터 롯데그룹은 오직 민주노조를 와해시키는 것 말고는 아무런 노무관리 정책이 없었습니다. 마치 87년 처음 민주노조가 들어섰을 때 이것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대세임을 모르고 경찰병력을 불러들이고 심지어 식칼테러까지 자행하며 한사코 노조를 깨려다가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서야 '노조를 인정하는 경영'으로 전환한 현대 그룹 정주영 회장의 모습이 2000년에 롯데그룹에서 되살아나는 듯 했습니다.

- 롯데그룹은 우선 과거 어용집행부를 앞세워 투표함 개표에 문제가 있다며 민주집행부의 당선에 시비를 걸었습니다. 하지만 법원 판결에서 지자 이번에는 민주노조 집행부를 상대해주지 않는 방법을 썼습니다. 3월부터 노조가 요청한 임단협 단체교섭에 단 한 번도 응하지 않은 것입니다. 5월 들어 한번 교섭에 나왔다가 노조 교섭위원들이 노동가요를 불렀다며 퇴장해버린 게 6월9일 이전 노사 본교섭의 전부였습니다.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자 회사는 경찰병력 투입을 요청해 끊임없이 노조원들을 잡아가라고 온갖 로비를 다하고 결국은 6월29일 그 난리가 난 것입니다. 오죽했으면 법원이 노조 간부 7명 가운데 4명의 영장을 '교섭에 무성의한 회사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며 기각했겠습니까?

- 하지만 '2000년 판 정주영 모습'을 한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시대에 뒤떨어진 노조관은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했습니다. 회사가 밝히는 손실액과도 비교도 안되는 롯데에 대한 엄청난 이미지 타격,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배신감 만이 손실이 아닙니다. 낡은 노조관에 들러리 서 준 정부의 잘못된 노동정책 때문에 한 회사의 노사 단체교섭에 지나지 않던 롯데문제는 전 사회문제로 나아갔고 두 달에 걸친 노정대치국면으로 나아가 사회에 큰 부담을 주고 말았습니다.

- 롯데그룹이 낡은 노조관을 바꾸지 않고 간부 해고 등 노조와해에 몰두한다면 노사갈등은 피할 수 없으며, 언제든 이번 사태와 같은 엄청난 일을 다시 겪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습니다.

- 따라서 이번 파업사태를 계기로 롯데그룹 노무관리의 문제점에 대한 철저한 진단과 반성이 필요하며, 변화하는 시대를 따라잡지 못하는 재벌에게 사회의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정부 또한 특별근로감독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재벌의 잘못된 노조관을 바로잡아야 할 것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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