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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4차산업혁명위원회 권고안에 대한 대변인 논평

작성일 2019.10.28 작성자 대변인실 조회수 701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그린 사회, 당신들의 유토피아

4차산업혁명위원회 권고안에 대한 대변인총 논평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설치한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4차위)25일 대정부 권고안을 발표했다.

4차위는 전 세계가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변혁을 맞고 있다며 정부는 계획 수립이나 실행을 주도하는 대신 민간의 도전시행착오를 돕는 조력자 역할에 그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4차위가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든 변동성·불확실성·복잡성·모호성이라는 시대정신은 객관적 진단이 아닌, 특정 집단의 이해와 목적을 반영한 주관적 규정에 다름아니다.

이 때문에 일자리와 빈곤 문제에 대한 국민불안을 거론하다 느닷없이 혁신과 변화를 이끄는 부문은 오히려 인재가 부족하다며 기존 수단은 해결책이 아니라고 비약하게 된다. 이것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주장인지는 4차위가 고도화할 것을 권고한 인재, 데이터, 스마트 자본 등 새롭게 정의한 생산요소 각 영역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먼저 4차위는 노동시간을 따지지 않고 오직 성과로 평가할 수 있는, 해고와 이직이 일상인 노동자가 인재라고 칭송했다. 4차위는 인재를 노동시간 제한을 받는 노동자가 아닌 스스로 생산수단을 가진 존재로 정의하고, ‘인재성장의 걸림돌과 기업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진다며 후진적 장시간 노동이 아닌 주 52시간 노동제의 일률적 적용을 반대했다. 이 논리라면 노동시간으로 세계 정상에 선 한국은 이미 혁명준비완료인 셈이다.

4차위는 또한 인재육성을 위해서 대학 자율권, 특히 등록금과 의사결정 자율권을 대폭 확대하라고 권고했다. 4차위의 이해와 목적에 부합하는 대학 자율권 확대는 등록금 폭등과 기여입학제 도입을 바라는 사립대와 부유층이 제일 반길 주장이다.

4차위는 이런 인재들이 활약할 산업의 첫 사례로 바이오헬스를 들며 개인 건강정보 활용을 요구했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나 개인 건강정보는 최고 보안등급인데도 이를 활용하는 산업을 활성화하자는 주장이다. 국내 재벌과 다국적 의료기업의 숙원사업이 의료 민영화와 개인정보 활용이다. 4차위는 이를 대변할 위험하고 무책임한 주장을 펼친 것이다.

다음으로 4차위는 데이터의 자유로운 유통과 활용을 위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을 권고했다. 전 국민에 일련번호를 매겨 관리하는 한국은 개인식별이 매우 손쉬운 사회다. 취득에서 유통과 폐기에 이르기까지 매 단계 보안사항을 법으로 철저히 정했는데도 수시로 유출사고를 터뜨리는 국내 민간기업 덕에 이제 한국인 개인정보는 공공재라는 자조가 나오는 판이다. 4차위는 그나마 망분리 등으로 간신히 유지하는 개인의 민감정보나 건강정보 보호를 규제로 치부하고, 거꾸로 활발하게 공유하고 활용하자고 주장한 것이다.

끝으로 4차위가 제시한 스마트 자본이란 이러한 인재산업데이터를 주무르도록 기업 생애 전반을 지원하는 모험 자본이다. 이를 위해 은산분리 완화로 이어질 금융 규제 유연화와, 몇몇 정보를 결합해 개인을 식별해낼 위험성과 신용평가나 신용정보회사에 대한 특혜가 지적돼 국회통과가 무산된 개인신용정보 이동권 도입까지 권고했다. 정보인권을 무력화하고, 기업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주장에 다름 아니다.

4차위는 이 같은 생산요소 고도화를 위해 계획과 실행, 평가로 이어지는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정책 실행 과정을 부정하고, 민간이 국가 차원의 통제권을 넘겨받아 무한도전을 벌이고, 정부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의 뒤치다꺼리를 해주라고 충고했다.

결국, 4차위가 그리는 사회는 계획도, 주도권도, 통제권도 상실한 채 적자생존의 무한 경쟁만이 통용되는 사회. 우리 사회는 단일 기준으로 모든 근로 형태를 관리·조정할 수 없는 경제 시스템이라며 ‘4차 산업혁명을 핑계로 헌법정신조차 부정하는 노동자유계약법을 주장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주장과 다를 바 없는 내용이다.

박근혜는 지금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몇 년 안에 승자와 패자가 갈릴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노동개악을 강요했고, 국정농단 세력은 각종 이권에 개입해서 한 몫 단단히 챙겼다. 온 국민이 고통에 신음하던 IMF 시절, 거품으로 끓어오른 신기술 닷컴광풍의 주역들이 술잔을 부딪치며 외치던 구호가 이대로였다.

하늘이 무너지더라도 작게 뚫린 구멍을 독점한 세력은 하늘 위로 솟아올라 아비규환 세상을 굽어보며 태평성대를 구가할 수 있다. 4차위가 그린 유토피아가 노동자의 디스토피아인 이유다.

 

2019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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