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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보도

[성명]제약자본 의료계 금융자본에 휘둘리는 건강보험정책

작성일 2002.07.15 작성자 정책기획실 조회수 2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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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2002.07.15 성명서1 >

제약자본·의료계·금융자본에 휘둘리는 건강보험정책
- 건강보험 이대로 좌초하는가?

1. 최근 보건복지부장관의 교체과정에서 국내외 제약회사의 압력 행사 여부가 도마 위에 올라와 있다. 건강보험정책이 의료계, 제약자본에 끌려 다닌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들이 정부내각의 인사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만약 다국적자본의 로비에 의한 장관 퇴진이 사실이라면, 건강보험의 주인인 우리 가입자들은 건강보험 자체에 대하여 심각한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

2. 최근 정부의 건강보험정책을 둘러싼 난기류가 심상치 않다. 우리는 지금까지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는 부당한 약가거품을 제거하라고 수차례 정부에게 요구해 왔다. 실제 거래에서 낮은 약가가 확인되고 있음에도, 제약자본이 책정한 높은 가격의 약가를 실거래상환제라는 이름으로 그냥 인정해주고 있는 형편이다. 실제 약가를 조사하여 최저가로 약가를 책정하면 되는 너무나 간단한 일을 정부는 못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글리벡과 같은 신약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정부는 우리보다 GDP가 월등히 높은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선진외국 7개국의 평균약가를 그대도 인정하는 '과잉충성'을 다국적제약자본에 보이고 있다.

3. 전임 보건복지부장관이 이러한 약가의 부당함을 조금이나마 개선하려 노력했다는 점은 인정할 만하다. 전임장관이 추진하였던 실거래가 인센티브제, 참조가격제, 최저실거래가제 등이 여러 한계를 지닌 대안이지만 현행 약가제도의 문제점을 인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최근 표면에 드러나기 시작한 약가관련 동향에 심각한 우려를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지난 6월 25일, 건강보험정책을 총괄심의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시장조사를 거쳐 776개 약제에 대하여 평균 9.14%의 약가 인하를 결정하였다. 이 인하 폭은 제약자본의 반발을 고려하여 평균판촉비 10%까지 인정해주는 매우 온건한 약가 인하였다. 그러나 다음날 약가 인하를 주관하였던 담당국장이 전격 경질되었다. 부임한 지 1년도 채 안된 주무국장의 경질이었다. 제약자본들은 약가 인하 효력가처분 신청을 잇달아 제출하는 공세를 취하였다. 이어 보건복지부장관까지 울분을 내뿜으며 자리에서 내려 와야 했다.

둘째, 신임 보건복지부장관은 취임 다음날인 12일 약가 최저실거래제를 심의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규제개혁위원회 회의를 전격 연기 요청하였다. 취임 이후 업무파악이 공식 이유였지만 현행 건강보험정책을 이어가겠다던 공식발표와는 어긋나는 처사임이 분명하다. 이로써 보건복지부가 "보험재정 안정효과를 거둘 수 있는 약가대책의 핵심"이라며 다음 달부터 도입할 예정이었던 최저실거래가제가 미로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제약자본측은 6월에 확정된 776개 약제의 약가 인하조차도 재평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셋째, 7월 말에 글리벡 약가를 심의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열릴 예정이다. 하루에 4~10알을 먹어야 하는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에게 한 알당 2만 3,045원을 내라는 다국적제약자본의 약가 신청을 심의하는 회의이다. 이미 1년 가까이 환자, 노동계, 시민사회단체들은 글리벡약가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강제실시(비상업적 공공목적을 위한 자체 생산)를 요구해 왔고, 당장 강제실시가 어렵다면 한 알당 1천원도 안되는 약가를 대폭 인하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글리벡 문제는 글리벡 약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후 다국적 제약자본의 특허 신약에 대한 우리나라의 방침을 논의하는 것이어서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글리벡 약가 최종 심의를 앞 둔 이 시점에 이루어진 보건복지부 장관 경질이 심상치 않음은 당연하다.

4. 우리는 지금까지 보여온 의료계의 행태에 대해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의약분업 이후 40% 이상의 의료수가 인상으로 의료계의 배는 불어났으나 우리 가입자의 등은 더욱 휘어졌다. 우리 가입자는 올해 고작 의료수가가 2.9% 인하된 것에 분개하며 추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의료계는 적반하장으로 수가인하에 불만을 품고 건강보험제도를 뒤흔들고 있다. 자신의 의료독점권을 악용하여 '직장폐쇄'를 국민에게 선언하기 일쑤이며, 현재까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불참하고 있다. 의료계는 자신이 불참하더라도 정부의 배려 속에 충분히 건강보험정책에 압력을 가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고, 지금까지 잘 활용하고 있다. 최근 의료계는 자신의 숙원 목표중의 하나였던 '처방전 1매 발행'을 눈 앞에 두는 성과도 거두었다. 보건복지부장관 경질 전날 열린 처방전서식위원회에서 의료계가 그토록 집착하던 '처방전 2매 발행 폐지'가 안건으로 상정되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엇이 구리기에 의료법을 공공연히 위반하면서 처방전을 숨기고자 하는가?

5. 민간의료보험을 도입하고자 하는 시도도 노골화되고 있다. 지난 7월 2일 입법예고 된 보험업법 개정안에는 민간보험회사가 설립하는 민간기구가 건강보험공단의 개인질병정보를 넘겨받아 민간의료보험을 설계할 수 있도록 길을 터 주고 있다. 그나마 보험급여적용이 50%에 불과한 절름발이 건강보험마저 자본은 자신에게 넘길 것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이윤획득을 위해서라면 어디든 가리지 않는 자본의 탐욕 앞에 건강보험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게다가 민간의료보험의 도입을 위해서라면 개인의 질병정보까지 자본에게 넘겨주는 반인권적 조치가 서슴없이 추진되고 있다.

6. 참으로 참담한 지경이다. 우리는 눈을 부릅뜨고 이후 정부의 건강보험정책을 지켜볼 것이다. 지금까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최선을 다해 참여해 왔고, 부당한 의료수가, 약가로 인해 건강보험재정이 세는 것을 보면서도 꼬박꼬박 보험료를 납부해 온 것이 우리 가입자였다. 그나마 노동자, 서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선 건강보험제도를 살려야 한다는 일념이 지금까지 우리를 인내하도록 해 주었다. 그러나 참는데도 한도가 있는 법이다. 정부는 최근 불거진 보건복지부장관 경질에 따른 의혹을 낱낱이 조사하여 밝혀야 한다. 그리고 조속히 건강보험정책의 방향을 올바르게 세워 국민에게 제시하라. 좌초하는 건강보험 배에 타 있는 우리 가입자에게 참을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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