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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강사법 갈등, 출구는 없나?

[민미연 포럼] 무조건 폐지가 정답일까?

강철구 전 이화여대 교수

프레시안, 2018.03.08.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88207


한국 대학의 시간강사는 지식인이라는 알량한 신분 때문인지 몰라도 비정규직노동자 가운데 가장 대접을 못 받으면서 사회적 관심도 받지 못하는 집단이다. 선비들이니, 가난해도 괜찮다는 뜻일까? 우선 신분이 매우 불안정하다. 임기가 한 학기 또는 두 학기이며, 경우에 따라 몇 년을 계속하기도 하나 그것은 특별한 경우뿐이다. 임용은 학과 교수들의 재량권에 속하며 교수들 눈 밖에 나면 그것으로 끝이다. 이 불안정성이 큰 문제이다.

최근 10여 년 사이에 학교마다 수강과목을 많이 줄여 강사들에게 돌아가는 과목이 많지도 않다. 그래서 한 학기당 맡는 강좌는 다른 대학 것을 합쳐도 한, 두 강좌 정도다. 더 맡기도 하나 그것은 개인적인 능력의 일로 흔한 일이 아니다. 처우도 매우 낮다. 최근 국립대학의 강사료는 그래도 좀 올라 시간당 8만 원이지만, 서울의 큰 사립대학은 6만 원정도이고, 작은 지방대학의 경우는 2, 3만 원도 흔하다. 국립대학에서 3시간 한 강좌를 하고 큰 사립대학에서 한 강좌를 하면, 월 168만 원을 받으나 작은 지방대학의 경우는 그것보다 훨씬 적다. 그러니 가족이 있는 경우 생계유지조차도 어렵다. 아르바이트를 하든가 맞벌이를 해야 먹고살 수 있다.

이렇게 처우가 좋지 않아도 시간강사들이 몇 년에서 10년 이상씩 강사 노릇을 계속하는 것은 교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들이 비용을 핑계로, 점점 정규직 교수를 줄이고 있고 경쟁자는 많으므로 이제는 그것도 기대하기가 힘들다. 많은 강사들이 절망에 빠져 있다. 대학에서 나름대로 공부를 열심히 했고, 많은 수가 어렵게 외국 유학을 다녀왔는데도 안정된 일자리에 대한 아무런 전망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비극적이다. 그렇다고 학문에 평생을 바친 사람들이 갑자기 진로를 바꾸기도 어렵다. 수년 동안 적지 않은 수의 시간강사들이 자살을 선택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이에 2011년에 '강사법(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이 제정되었고, 2013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강사법'은 취지가 좋고 나름대로 의미가 크지만, 성급하게 만들어져 실정에 맞지 않는 면이 있다. 결국 많은 이해당사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시행이 연기되었다.

해당 법은 우선 시간강사들에게 직업 안정성을 높여주기 위해 교원 지위를 부여했다. 그런데 교원이 되려면 법적으로 9시간 강의가 필수로, 한 사람이 3과목 또는 9시간의 강의를 해야 했다. 하지만 해당 대학 출신 강사들에게도 한 강좌 씩 고루 주기 어려운데, 한 사람에게 3강좌를, 그것도 두 학기 이상 맡긴다면 다른 사람들은 완전히 배제될 수밖에 없다. 많은 교수나 시간강사들이 강사법 시행을 반대한 이유다.  

대학은 재정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고 반발하고 있는데, 그와 함께 강사들이 교원 지위를 가질 경우 대학에 대해 대항력이 생길 것을 우려하는 것 같다. 교수들은 강사들에게 교원 지위를 주면 자신들의 권위와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을 싫어하는 모양새다. 밖으로 드러내지 못할 뿐 뻔한 사실이다.  

이해당사자들 간의 의견차이로 '강사법' 시행은 7년 동안 3차례나 연기되었다. 결국 2018년 1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지난해 11월 말 국회 교문위에서 공청회가 열렸다.

그런데 여기서도 사립대학들의 연합체인 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와 강사 측을 대변하는 한국비정규직교수노조(한교조), 국립대 교무처장회의 모두 '강사법' 폐지에 찬성했다. 민주화 운동을 해온 교수단체인 민주교수협의회(민교협)은 이해당사자는 아니나 교문위원장의 양해로 발언권을 얻었는데, 역시 폐지 의견을 냈다. 찬성을 표명한 것은 오랜 문제제기와 투쟁을 통해 '강사법' 제정을 이끌어낸 김영곤·김동애 선생이 대표하는 전국강사노조(전강노)뿐이었다.

반대 측은 '강사법'이 시행되면, 대량해고가 예상되며 대학의 재정 부담이 크다는 주장을 내세웠을 뿐 강사들의 상황을 개선할 구체적인 대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단지 현행 강사법을 폐지하고 이해당사자들이 위원회를 꾸려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자는 것이다. 찬성 측인 전강노는 '강사법'이 어렵게 제정되었으니, 먼저 시행하고 이후 문제점을 보완하자는 입장이다.

사정을 알기 위해 나도 이 공청회에 참석했는데, 대학 당국이 강사법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그렇다 해도 한교조나 민교협 측의 폐지 발언에서 강사들의 지위 향상을 위한 진정한 열의를 느끼지 못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었다. 지난해 12월에 민교협 공동대표 출신인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강사법' 폐지를 공언하려 했으나, 교문위의 견제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강사법'은 1년 동안 더 논의한 뒤 결정하는 것으로 다시 연기되었다.

7년이 지나도록 '강사법'이 표류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나는 반대 측 이해당사자들이 진정으로 문제를 개선할 의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본다. 우선 한교조의 태도다. 강사 대부분이 회원인 노조는 계속해서 대량해고 설을 내세우며 '강사법'을 폐지하라는 주장만 되풀이할 뿐 강사들을 위한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 7년이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긴 시간인데, 왜 자신들과 직접 관련된 문제에 이렇게 시간 낭비를 하는지 알 수 없다.

교수들의 안일한 태도나 무조건 '강사법'을 폐지하려는 학교도 문제지만, 가장 큰 책임은 교육부에 있다. 교육부는 한국의 고등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주무부서로, 강사 문제 해결의 방향을 설정하고 각 당사자들을 설득하여 근본적인 해결을 시도해야 한다. 하지만 사안이 생길 때마다 적당히 넘어가려는 관료적 행태를 보인다. 이는 직무유기에 가깝다.

유일하게 '강사법' 즉각 시행을 주장하는 것은 10년 넘머 국회 앞에서 천막 노숙을 하며 끈질기게 '강사법' 투쟁을 해온 시간강사 출신의 김동애·김영곤 선생 부부와 그를 지지하는 소수의 사람들뿐이다. 많은 강사들이 여기에 가담하지 않는 것은 대량해고 우려도 있지만, 아마도 강사법을 싫어하는 교수들이나 학교 당국의 눈 밖에 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김동애·김영곤 선생 부부는 대량해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교원 자격의 9시간 규정을 반드시 고집하는 것은 아니며, 더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시간강사에 한하여 시간 수를 줄여도 되도록 교원 규정을 고치면 된다고 본다. 또 전임교수가 맡는 시수를 9시간 정도로 줄이면 대량해고를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합리적인 논거가 있다면 쌍방 간에 충분히 조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강사들의 처우 문제도 문제지만, 이들이 특히 관심을 갖는 문제는 교원으로서의 강사들의 법적 지위이다. 강사들이 학내에서 자의적인 기준에 따라 제멋대로 해고되거나, 아무런 발언권도 없이 교수들의 눈치를 보고 교수의 논문을 대필해주는 등 무리한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안 되는 불합리한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대학 민주화의 문제이다.  

사실 시간강사들이 대학 강의의 절반가량을 떠맡는 상황에서 이들을 대학의 진정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교수나 학생만이 아니라 강사들도 대학의 주체의 하나이니 만큼 회의체를 구성하여 그 대표자들이 대학의 운영과 관련해 발언하고 결정 과정에 참여하게 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그들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대학강사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갈 것이 아닌가.  

나는 기본적으로 '강사법'은 그동안 문제로 제기되었던 부분들을 보완하여 내년 초부터는 시행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이다. 한 번 폐지되고 나면, 한동안 다시 '강사법'을 만드는 동력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전에 검토해야 할 문제들이 더 있고 그래서 내년(2019.1.1)까지의 유예기간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대학들의 폐교에 따라 실직하는 교수들 문제이다. 김영삼 정권 이후 전국 각지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대학들이 입학생의 감소로 최근 재정위기에 빠져 있고 일부는 이미 폐교 절차에 들어가 있다. 앞으로 폐교하는 대학이 점점 늘어나면 수년 내에 수만 명의 교수가 실직할 수도 있고 일부는 시간강사 자리를 놓고 기존 강사들과 경쟁을 할 것이다. 따라서 '강사법' 논의에서 이 문제를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다른 하나는 교수와 강사 사이의 현격한 임금 격차다. 서울 소재 대학 절반가량의 정교수 봉급은 평균 1억 원 이상이다. 반면 강사들은 국립대학의 경우에도 방학을 뺀 8개월을 계산하면 한 강좌에 800만 원에 못 미친다. 지나친 임금 격차인데, 이는 비정상적인 일로 오래갈 수 없다. 나는 일반 사회에서의 과도한 임금 격차 해소와 함께 대학에서도 그런 각성이 일어나야 한다고 믿는다.  

나는 유예기간 동안 교육부가 중심이 되어 한국 대학의 전반적인 발전 방향과 더불어 강사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건설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1년이 지난 후 또다시 힘에 의존하는 무리한 결정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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