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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교육법개정안에 대한 한국비정규교수노조의 반대 의견

작성일 2011.08.30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3214

고등교육법개정안에 대한 한국비정규교수노조의 반대 의견


1.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의 국회 교과위 공청회 참가 개요

우린 이 자리에 비정규 교수 일반을 대변하여 가장 많이 조직화되고 오랫동안 문제 해결을 위해 싸워 온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의 입장을 밝히러 왔지 시혜를 구걸하러 온 것이 아님. 민생국회라면, 현명한 국회라면 국민의 한 사람이자 국민을 교육하고 국가의 백년지대계를 책임지는 일 주체인 교육자․학문 탐구자들에게 합당한 처우와 권한 보장을 하는 법적․재정적 조치를 즉각 마련해야 할 것임.

하지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정부 중심의 개정안은 우리의 열망과는 달리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개악의 요소가 너무 많아 반대 입장을 강력하게 표명할 수밖에 없음.

아래와 같은 이유들 때문에 강사 2/3(교수신문 6월 첫째 주 1면 기사 참고)와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을 비롯한 여러 단체들이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정부 중심의 개정안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고 있으니 국회는 정부 안 중심의 잘못된 현재 개정안을 즉각 폐기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기 바람.

2. 주요 반대 이유

1) 대규모 재정 투입 없는 법적 지위 보장과 처우개선 주장은 사기다! 강사 대량 해고와 교육․연구 환경 파괴하는 개악 안 즉각 철회하라!

정부가 고등교육재정을 확충해 강사를 포함한 비정규 교수에게 인건비를 대지 않으면서, 대학보고 알아서 하라고만 한다면 다음과 같은 비극적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음. 이는 결코 강사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죽이는 것임. 돌팔이 의사(교과부)가 절박한 환자(강사)를 마루타로 삼는 작태는 즉각 중단되어야 함.

한국비정규교수노조가 지난 4월 20일 교과위 법안심사소위에서도 밝힌 것처럼, 예산 확보 없는 처우 개선은 불가능함. 하다못해 공동연구실을 만들려고 해도 돈이 들고 인건비나 4대 보험도 마찬가지임. 그나마도 말만 해 왔지 지금까지 정부와 국회가 이룬 것은 거의 없음.

고등교육재정 확충 없이 대학에게만 재정적 부담을 떠넘긴다면 대학은 2009년에 그랬던 것처럼 강사를 대량 해고할 것임. 비용절감을 위해 비정규직을 짜르는 것이 손쉽기 때문임. 그게 아니라면 강의료 지급 기준을 바꾸어 더 적은 임금을 받도록 강요할 것임. 또한 전임교원에게 초과강사료를 좀 더 쥐어주며 더 많이 강의하도록 만들어 학문탐구와 연구 환경을 저해할 것임.

대학은 최대수강인원을 늘려 강좌를 줄이거나 폐강기준을 강화해 개설 교과목을 줄일 것임. 최대수강인원을 60명에서 120명으로 늘리면서 초과강사료를 조금 더 쥐어주거나(그렇게만 해도 상당한 해고 효과를 가져 옴), 폐강기준을 20명에서 30명에서 늘린다거나, 수강정정기간을 1주일에서 2주일로 늘려 폐강이 더 많이 되도록 하는 방식들은 여러 대학에서 운영하고 있거나 도입하려는 것임.

졸업이수학점을 줄이거나 교양강좌 자체를 대폭 줄일 수도 있음. 이미 여러 대학에서 졸업이수학점을 140학점에서 130학점으로 줄였음. 교양필수과목도 없애는 대학들이 속속 나타남.

이와 같은 조치들의 결과는 곧 교육․연구환경 악화로 이어짐. 원하는 수업을 듣지 못해 학생의 수업권은 박탈당하고 콩나물 교실때문에 양질의 수업을 듣기도 힘들어질 것임. 정규/비정규 교수들은 더욱 열악한 환경에서 교육과 연구를 하게 될 것임.

2) 미래를 팔아 오늘을 잠시 살 순 없다!

정규직 교원 대폭 충원 없이 비정규 교수만 양산하는 개악 안 처리 즉각 중단하라! 정규 교원 충원 의무 법제화하라! 기만적 교원확보율 계산법(겸임, 초빙, HK연구교수 등 포함) 즉각 폐기하고 강사를 교원확보율에 포함시키려는 시도를 중단하라!

문제 해결의 올바른 방향은 고등교육재정을 OECD 평균 수준만큼 대폭 확충(GDP대비 0.6%->1.2%)하여 전임교원을 필요한 만큼 확보(법정교원충원률 100% 달성)하고, 교원 1인당 학생 수를 선진국 수준만큼(38명->15명) 줄여나가는 것임. 그렇게 해야 교육과 학문의 안정적 재생산이 가능하고 비정규 교수의 정규직화가 가능함.

하지만 현재 정부 개악 안은 오히려 정규직 실종을 가져오는 비정규 교수 양산법임. 전임교원 확보에 대한 강제 규정과 재정 지원 없이 교원의 범주에 ‘차별받는 애매한 교원(‘14조의2’처럼 처우와 권한이 제한된 교원)제도‘만 신설하는 것 자체가 향후 고등교육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비정규 교수를 양산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 볼 수밖에 없음. 특히 새로 신설되는 강사가 ‘교원확보율’에 포함되면 그것은 앞으로 대학이 정규 교원을 충원하는 경우는 훨씬 줄어들 것임. 강사는 전임교원의 권한과 처우를 보장받지 못하는 한 교원확보율에 포함되면 안 되고, 기존의 기만적 교원확보율 계산방식(겸임, 초빙 등을 교원확보율에 포함시키는 학교운영규정)은 즉각 폐지되어야 함.

혹자는 당사자가 비정규직이나 프리랜서를 원한다고 주장하는데 그런 사람은 극소수일 뿐임. 또한 그럴 경우(특정 개인이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싶다는 개인적 열망에 대해) 개별 근로계약에서 정할 것이지 국가 고등교육 정책으로 입안하거나 법률로 강제할 사안이 아님.

3) 6개월 외거노비 시간강사를 1년 솔거노비 강사로만 둔갑시키는 기만적 미봉책을 거부한다! 시간강사제도 폐지하라!

시간강사제도는 현대판 노비제도임. 故 서정민 교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시간강사 제도를 폐지하지 않는 한 비정규 교수가 노비처럼 부려지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 대학원도 마찬가지임. 그렇기에 시간강사제도를 존속시키면서 그 중 일부에게만 내부 무한경쟁을 통해 약간의 시혜를 베푸는 것처럼 포장하는 이번 정부안은 결코 개선안이라 볼 수 없음.

시간강사 중 강사로 ‘간택’을 받은 사람들에게 계약기간을 6개월에서 1년으로 늘려봐야 고용안정, 신분보장, 실생활, 교권 보장에 별 도움이 안 됨. 이미 초빙, 겸임, 연구교수, 강의전담 교수 등 1년 계약제 비정규 교수는 전국적으로 넘쳐남. 최소 1만 명 이상이 존재하고 있음. 정부는 이번 개악 안을 통해 ‘교원이 아닌 그들’과 ‘애매한 법적 교원인 강사’를 교원의 가면을 덧씌워 교원 확보율만 형식적으로 높이려는 불순한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임.

4) 대학의 80%인 사립대 대책이 전무하고, 비전업강사를 더욱 양산하고 차별하는 개악 안 반대한다! 사립대 비정규 교수 인건비 직접 지원 교부금제 도입하고, 권고 강의료 기준 제정하며, 비전업강사 제도 폐지하라!

초중등 교육부문도 사립학교 교사에게 교부금제도를 통해 국가기 인건비를 일부 지원하고 있음. 올바른 대책은 이러한 제도를 고등교육에도 도입해 비정규 교수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사립대 시간강사도 교부금제도를 통해 인건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임. 하지만 이번 정부 개악 안에는 이런 내용이 없음.

최저임금법처럼 대학에 강제 적용되는 최저 강의료 제도 신설하여 턱없이 낮은 임금 지급하는 대학들을 압박할 필요가 있음. 또한 각종 대학 평가에서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권고 강의료 제도 도입도 고려해 볼 만함. 권고 강의료는 주당 9시간 강의시 4인가구 표준생계비 이상이 되도록 설계하는 것을 고려할 만함. 자세한 것은 정책토론회 등에서 다룰 필요가 있음.

한편, 시간강사의 절반을 차지하는 비전업강사에 대한 차별 심화를 즉각 중단해야 함. 비전업강사의 구분이 자의적인 것은 문제임. 더욱이 비전업강사 역시 전업강사처럼 대학에서 연구하고 강의하는 자들이므로 하는 일과 양에 비례해서 대우하는 것이 동일가치노동 동일지위 동일임금 정신에 맞음. 하지만 이번 정부 안은 비전업강사에 대한 차별을 더욱 심화시키는 개악 안임.

정부는 2002년부터 시간강사 대책이랍시고 비전업강사에 대한 차별을 퍼뜨려 왔음(전업강사는 강의료는 시간당 3만 5천 원, 비전업강사는 시간강사의 강의료는 시간당 2만 7천원. 비전업강사는 거의 10년간 임금 동결!). 더 나아가 2011년 2월에는 각 국립대학에 공문을 보내 전업강사(시간당 6만원)에 비해 임금을 절반밖에 받지 못하는 비전업강사(시간당 3만원)를 대량으로 확대하려는 시도를 해 옴. 해당 대학의 전업강사가 전임강사 평균 연봉의 절반 이상 소득을 올리면 비전업강사의 강의료를 지급하라는 어처구니없는 예시규정을 교과부가 공문에 담아 보낸 것임.

그렇기에 많은 대학에서 이런 차별적 시도를 확대하고 있음. 절반 정도의 사립대학에서 ‘전업강사와 비전업강사간 임금 차별’을 제도화했고, 일부 국립대마저 실질적인 비전업강사를 양산하기 위해 자체 규정을 변경하고 있음.

더 나아가 일부 대학에서는 연구교수나 초빙교수와 계약할 때 노조에 가입하지 않겠다는 각서 같은 것을 받는 것으로 드러남. 이와 관련해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은 국회에 국정 조사를 요구함. 국정감사 기간이 끝난 직후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은 국정감사 결과와 관계없이 해당 대학들에게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임.

5) 처우 개선하고 교권 보장 하랬더니 오히려 대규모 해고 사태와 노동착취 유발하는 정부 개악 안 반대한다!

정부는 여러 경로를 통해 강사가 한 학교에서 9시간 이상 담당하도록 하는 시행령을 마련할 것처럼 얘기하고 있음. 하지만 2010년 10월의 사회통합위원회 안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고 대학 상황에도 맞지 않음.

한 대학에서 한 주 9시간 이상을 담당할 수 있는 분야는 지극히 제한되어 있음. 더욱이 법정강의시수인 9시간도 연구와 제대로 된 교육을 준비하기엔 많은 노동시간이라, 경쟁력을 높이려는 대학 현장에서는 전임교원의 강의시수 부담을 줄이는 추세임. 그렇기에 교과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주당 9시간 이상 담당 강사를 국공립대에 우선 전면화하는 방안은 국공립대에 피의 구조조정을 부르고 대학 운영의 경직성을 가져올 수밖에 없음.

대학에서 시간강사가 담당하는 강의시수는 보통 주당 4~5시간임. 그런데 주당 9시간을 담당하는 강사의 수가 대폭 늘면 중단기적으로 기존의 시간강사 중 절반 이상은 해고되어야 함. 법이나 시행령으로 담당 시수를 정하게 될 경우 능력이나 실적에 관계없이 무조건 절반 이상이 해고되는 것임. 이는 바람직하지 못함.

주당 담당 시수는 학문과 교육의 특성을 반영하여 대학에서 자율로 정하는 것이 타당함. 최소 시수 보장도 중요하지만 법제화하지는 않아야 대학이 운영의 묘를 살릴 수 있음. 반면에 최대 강의 시수는 법적 제한이 있어야 함. 그렇지 않으면 주당 15시간 이상 강의만 담당하는 반쪽짜리 애매한 교원이 양산되고 교육․학문의 성과가 축적되기 어려움. 지나치게 많은 강좌 담당은 필연적으로 노동착취와 함께 교육의 획일화와 단순화, 과대규모화를 가져오게 되어 있음.

3. 요구사항

이 외에도 많은 반대 이유가 있지만 이 정도 내용만 해도 현재의 정부 안이 원래 입법 취지를 살리기는커녕 개악적 요소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을 것임.

현명한 국회라면 대체입법 마련을 위한 국회정책토론회를 9월이나 10월 중 개최하고 더 정밀하고 올바른 대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임.

그리고 바른 대안이 설립되어 법으로 통과되기 전까지는 관련 예산이라도 대폭 확충해서 국립대와 사립대 구분 없이 지원해야 할 것임.

현재의 정부 안은 한 걸음 전진이 아니라 백걸음 퇴보이며, 더 나아가 벼랑 끝에 서 있는 비정규 교수들을 생지옥으로 내모는 위정자들의 헛발질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즉각 폐기를 요구함.

아울러 국정감사를 통해 각 대학에 만연해 있는 차별적 요소를 폐기하도록 노력해 줄 것을 요구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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