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것은 플랫폼이 아닌 플랫폼의 그늘이다
‘타다’ 기소에 대한 민주노총 대변인 논평
‘디지털 전환’으로 총칭하는 산업 흐름의 관건은 신구 이해당사자 갈등 조정과 노동권 보호 등 사회적 논의를 통한 정책과 방향 수립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외면한 채 정부규제 탓만 하며 취약한 노동권과 장시간‧저임금 노동을 미덕으로 여기는 한국 경영계의 나태하고 무능한 풍조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이 같은 사회적 논의나 방향 수립 없이 첨단기술에 호의적인 사회 분위에 편승해 지난달 28일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겠다며 AI 관련 기업들에 마음껏 도전하라고 부추겼다. 앞뒤 맥락 없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떼어주겠다 발표한 셈이다.
정부가 이런 자세니, 플랫폼 사업자 ‘타다’는 갈등 조정도 거부한 채 사각지대 노동을 활용해 사업 확장을 거듭하다 검찰에 기소되자 “세상은 변화하고 있고 우리는 점점 뒤처지고 있다”고 훈계하는 것이다.
보수언론은 플랫폼 사업을 ‘모빌리티 혁명’, ‘미래 먹거리’로 칭송하며 이들 ‘AI 기업’에 대한 검찰 기소로 “한국의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경쟁력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한탄하지만, 정작 주목해야 할 신산업에서의 노동권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외면하고 있다.
검찰의 ‘타다’ 기소 소식에 “당혹감을 느꼈다”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당연한 노동권조차 모른 채 장시간‧저임금 노동을 해 온 ‘타다’ 노동자들이 느끼는 당혹감은 생각이나 해봤겠는가.
세계 각국은 사업자에 대한 종속성이 ‘타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이 약한 ‘우버’ 드라이버 등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노동권 보호에 나서고 있다.
‘타다’ 드라이버는 의심할 여지 없이 도급을 위장해 불법으로 파견된 노동자다. 이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플랫폼 노동자는 자영업자인지, 특수고용직인지, 간접고용 비정규직인지, 아니면 플랫폼 사업자의 정규직인지 모를 불분명한 고용형태 속에서 최소한의 권리보호 장치 없이 장시간‧저임금 노동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법의 사각지대로 파고드는 ‘혁신기업’ 그늘에 있는 노동자에 대한 권리 보호에 나서야 한다. 고대 노예 노동과 근대 무한경쟁을 뒤섞은 ‘4차산업혁명위’의 기괴한 권고문처럼 사회적 논의나 책임 없는 신기술 도입을 혁신으로 포장해서 기업 하고 싶은 돈벌이 마음껏 하라고 부추길 일이 아니다.
2019년 11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