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려면 차라리 노동부 문 닫으라
기간제 실태조사 결과조작 중단하고, 정규직화 촉진방안 마련해야
노동부가 오늘 발표한 기간제근로자 실태조사 결과는 기본적인 법률 해석과 셈법조차 의도적으로 왜곡해 결론을 내렸다는 점에서 명백한 조작행위다. 민주노총은 노동부가 ‘정규직 정책효과가 크지 않다’는 식의 되도 않는 억지 해석을 당장 집어치우고, 조사 결과를 승복해 정규직화를 지원하고 촉진할 수 있는 정책지원 마련에 즉각 나설 것을 촉구한다. 이영희 장관이 근거도 없는 ‘100만 해고 대란’을 유포해 이번 개각에서 경질됐음에도 불구하고 신임 장관 내정 뒤 첫 발표가 고작 결과왜곡과 같은 추태라니, 노동부 한참 멀었다. 만일 오늘 발표와 같이 억지-왜곡 해석만을 늘어놓을 생각이라면,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 차원에서 아예 노동부 문을 닫는 게 낫다.
노동부가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7월 계약기간 만료자 19,760명 중 정규직 전환이 36.8%, 계약종료가 37.0%, 기타응답이 26.1%로 나타났으며, 기타응답은 △기간제계약을 다시 체결하거나 △법과 상관없이 관행대로 기간제로 고용하거나 △방침을 정하지 않은 경우 등을 말한다고 한다.
문제는 이같은 수치를 놓고 노동부가 악의적 법해석과 기묘한 셈법을 동원해 자신들의 무능을 감추려 한다는 점이다. 현행법은 ‘기타응답’의 경우에 대해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고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즉 무기계약직 혹은 정규직 노동자가 된 것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부는 사용자가 이와 같은 법규를 준수토록 지도할 생각은 않고, 이를 계약종료자와 함께 합산해 ‘정규직 전환효과가 크지 않다’고 해석하고 있다.
세상에 이렇게 대놓고 거짓말을 하는 공무원들이 과연 어디에 있나. 노동부가 주도해 만든 현행법이 ‘무기계약 혹은 정규직’으로 간주하고 있는데, 법을 앞장서 지켜야 할 노동부가 도리어 이를 어기고 있다. 제대로 된 부처라면 조사결과를 두고 ‘계약종료 비율이 37%에 그쳐 정부의 우려와 달리 정규직 전환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해석하고, 국민 앞에 엎드려 사과하는 것이 옳다. 매사 이런 식으로 왜곡과 조작을 일삼으니 노동부가 ‘경총 노무관리부서’란 조롱을 받는 것 아닌가. 애초 8월 초로 예고했던 결과발표를 차일피일 미룬 이유가 고작 이런 결과조작을 위해서였나.
조사결과가 보여주는 핵심적인 사실은 ‘자발적’ 혹은 ‘자동적’ 정규직화가 노동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노동부가 앞장서 해야 할 일은 단기적으론 정규직화 지원금 확충 등과 같이 정규직화 사업장에 대한 지원대책을 마련하고, 근본적으로는 사용사유 제한 도입 등과 같은 법-제도 개선을 통해 비정규직 확산과 해고를 막을 수 있는 방향으로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일이다. 또 관련 법제도를 몰라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정책홍보를 강화하고, 법의 취지에 따라 정규직화를 촉진하기 위한 행정지도와 강행규정화에 힘을 실어야 한다. 비관적 정책전망에 갇혀 고집스레 유지했던 기간연장이나 시행유예 입장도 당장 거둬야 한다. 도대체 언제까지 할 일은 않고 자기들이 내뱉은 거짓말을 덮는 데만 허송세월할 셈인가.
이런 노동부에게는 ‘규탄’도 과분하다. 앞으로도 왜곡과 조작만 할 셈이라면 아예 노동부 문을 닫을 것인지, 아니면 조사 결과를 승복해 대세로 자리 잡은 정규직화를 지원하고 촉진할 수 있는 정책지원 마련에 시급히 나설 것인지 양자택일하라.
2009년 9월 4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