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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독립만세]를 읽고 - 김형수

작성일 2008.12.04 작성자 교선문화실
국어독립만세

간혹 신문에 연재되는 국어학자들의 글에 눈이 갈 때가 있다. 맞춤법이라거나 잘못된 표기법, 띄어쓰기 등 일상생활에서 틀리기 쉬운 어법들을 바르게 일러주는 코너 말이다. <국어독립만세>를 읽게 된 동기에는 평소에 생각해오던 문법에 어긋나지 않는 바른 글을 쓰고 싶다는 규범적인 측면이 강하다. 고등학교 문법 시간에 배운 문법을 끝으로 우리말 문법과는 담을 쌓고 살았는지라 보는 내내 ‘이게 뭐였지?’ 의문을 안고 보았는데 보길 잘했다 싶다. 영어와 다른 국어의 특성, 문법, 띄어쓰기 등 평소 궁금한 것을 많이 해결한 책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영어와 다른 국어의 특성이다. 영어는 단어 속에 문법이 있지만 한국어는 어미와 조사 속에 문법이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영어공부=단어암기가 자연스러운 영어공부 방법인 데는 이런 이유가 있었구나 싶었다. 글쓴이는 영어 공부의 70%가 단어이고 나머지 30%는 어순이라 한다.
반면 국어는 어미와 조사를 공부하는 데 더 노력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폭소클럽>이라는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이주노동자 역할을 재미있게 소화한 개그맨의 대표 멘트는 ‘사장님 나빠요’였다. 단지 말투 하나로 이주노동자의 분위기를 한껏 뿜여냈는데 그 비결은 바로 어미 생략, 조사 생략에 있었다. 그 만큼 우리말에서 조사와 어미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말이다. 새로운 깨달음이었다.
또 영어는 명사 중심인 반면 국어는 동사 중심이다. 영어의 동사는 1/5이 명사에서 유래했다면 국어의 동사는 수많은 명사를 양산한다. 손쉽게 동사를 만드는 방법은 동사에 ‘ㅁ’, ‘이’, ‘개/게’, ‘애’, ‘기’를 붙이는 식이다. 살리다→살림, 먹다→먹이, 덮다→덮개, 부치다→부채, 달리다→달리기 등등... 그러고보니 우리말에는 동사에서 나온 명사가 정말 많구나 싶다.
그러면 이런 국어의 특성은 어떤 의미를 함축하고 있을까? 명사는 관념의 세계이면서 논리와 이성의 세계라면 동사는 경험과 실질의 세계이면서 감각의 세계다. 우리 몸의 감각기관을 통한 경험이 쌓여 지적추론과 이성적 사유로 나아가는 것이 인간 인지능력의 자연스러운 발달과정이라고 한다면, 동사가 먼저 생겨나고 명사가 나중에 만들어지는 것 역시 더없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동사는 말(언어) 전체를 대표하는 품사요, 한국어는 언어의 이런 본래적 특성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존재다. (p.128)

「국어독립만세」에 나오는 여러 가지 사례 중에서 건진 귀중한 지식 중 하나는 띄어쓰기와 관련된 것이다. 띄어쓰기는 늘 헤깔리고 어려운 문제인데, 저자는 띄어쓰기의 기본원칙과 예외를 친절하게 제시하고 있다.
‘근대 음악연구자’는 ‘근대에 음악을 연구한 사람’이라는 뜻이고, ‘근대음악 연구자’는 ‘근대의 음악을 연구하는 (현대의) 사람’이라는 뜻이다. 띄어쓰기 하나에 이런 깊은 뜻이 있을 줄이야.... ‘각 문장의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라고 하는 데 그 예외 중 보조용언과 관련된 것은 늘 알쏭달쏭했던 것 같다. 다음에 나오는 보조용언은 모두 붙여쓸 수 있는 경우다.
꺼져간다, 막아낸다, 도와준다, 깨뜨려버렸다,
할만하다, 될법하다, 올성싶다, 아는척한다.

‘적확한 띄어쓰기는 날카로운 사유를 요구한다’는 저자의 지적처럼 띄어쓰기를 잘 하는 문제는 실무적 문제를 넘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에 대한 자기 입장의 문제, 글의 맥락을 파악하는 사색의 문제라고 여겨진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국어를 의식적으로 학습(?)해 본적은 없는 것 같다. 오로지 영어만이 언어로서 학습의 대상이 되고 국어는 홀대당하는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책을 덮으며 국어를 학습하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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