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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수출기업, 정말 잘해서 잘나가나? - 노동자의 땀과 눈물, 민중들의 직간접 혈세는 어디로?

작성일 2005.03.13 작성자 대외협력 조회수 6169
[펌]수출기업, 정말 잘해서 잘나가나(한겨레21 제550호 2005.3.15 기사에서 퍼온글입니다)

품질 경쟁력 보다는 저금리로 인한 금융비용 감소와 비정규직 증가에 따른 인건비 감소 때문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한국 경제는 2002년부터 사실상 수출기업들이 혼자 이끌고 있다. 극심한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있지만, 수출기업들은 2002년부터 해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면서 지난해에 사상 첫 2천억달러 수출을 달성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가치 평가절상)으로 수출업체의 경쟁력이 약화되자 무역협회는 “한국 경제의 성장과 소득 증대, 고용 창출 과제는 수출 부문이 담당할 수밖에 없다”며 “원화가치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절상되지 않도록 환율을 안정적으로 운용해달라”고 당국에 긴급 요청했다.


영업이익율보다 경상이익률 향상

과연 수출기업들은 ‘순수한 영업활동’을 통해 사상 최대 수익을 잇달아 내고 있는 것일까? 수익의 대폭적 향상이 수출기업들의 품질 경쟁력 강화 또는 외환위기 이후 성공적인 구조조정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흥미로운 건 순수한 영업활동의 결과를 나타내는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외환위기 이전과 비교할 때 별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1990년대(1991∼96년)에 8.0%, 2000년대(2002∼2004년)에 8.2%를 기록했다. 0.2%포인트 증가라는 미미한 향상에 그친 것이다.

대표적인 수출 품목인 정보기술(IT·반도체와 휴대전화를 비롯한 전자부품, 영상, 음향 및 통신장비) 업종의 영업이익률은 가격경쟁 심화에 따라 오히려 악화됐다. IT 업종 영업이익률은 1990년대 11.3%에서 2002년 7.9%, 2003년 8.6%로 떨어졌다. 다만, 2004년에는 수출 매출액이 대폭 늘었기 때문에 영업이익률이 15%로 크게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개발연구원 김준경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도 영업이익률이 외환위기 이전 수준과 비교해볼 때 전반적으로 거의 개선되지 못했다”며 “대기업의 수익성 향상은 주로 차입금의존도 하락과 저금리 정책에 따른 이자비용 감소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기업들의 사상 최대 실적에는 매출액 증가에 따른 영업이익률 증가보다는 ‘경상이익률’(영업이익에 금융비용 부담, 외환차·손익 등 영업외 손익을 합친 지표) 증가가 크게 기여하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업체처럼 차입의존형이면서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은 경상이익률을 눈여겨봐야 한다. 우리나라 기업의 매출액 대비 경상이익률은 1980∼90년대에는 2% 수준이었으나 2000년대(2002∼2004년 평균)에는 6% 수준으로 급상승하고 있다. 제조업만 보면, 경상이익률은 2002년 7.3%, 2003년 7.1%로 높아진 뒤 지난해에는 12.8%까지 치솟았다. IT 업종 기업이 창출한 부가가치 중에서 경상이익 비중은 2001년 -20.9%였으나 2002년 32.3%, 2003년 26.7%로 높아졌다. 수출기업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기 시작한 2002년부터 경상이익률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그동안 ‘높은 부채 비율, 낮은 경상이익’이라는 재무 구조를 특징으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상황이 역전돼 경상이익이 영업이익을 초과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순수한 영업활동에 따른 영업이익률보다 영업 외적인 경상이익률이 크게 향상됐다는 점은 두 지표를 비교해보면 한눈에 드러난다. 2003년 3분기 수출기업(매출액 중 수출액이 50% 이상인 업체)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7.9%인 반면, 매출액 대비 경상이익률은 9.4%를 기록했다. 2004년에도 수출기업들의 1·2·3분기 영업이익률은 9.3∼12.9%인 반면, 경상이익률은 11.0∼15.0%로 경상이익률이 더 높았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LG전자·포스코·SK 등 5대 기업 역시 지난해 1·2·3분기에 영업이익률은 14.3∼18%였는데 경상이익률은 16.7∼20.3%로 더 높았다.


세금 쏟아부어 수출기업 보호?

이처럼 경상이익률이 큰 폭으로 높아진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요인은 사상 유례없는 저금리 정책과 재무 구조 개선에 따라 금융비용 부담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금융비용 부담률은 1990년대 6.3%에서 2000년대 들어 2.1%로 낮아졌다. 대기업 부채 비율도 1997년 390%에서 2003년 113%로 줄었다. 또 유례없는 저금리에 따라 제조업체 차입금 평균이자율은 1993년 11.2%에서 2003년 6.8%로 대폭 줄었다. 한국은행 이상현 차장(기업통계팀)은 “수출 제조업의 사상 최대 수익을 주도하고 있는 건 대폭적인 수익성 개선보다는 금융비용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라며 “수출기업의 수지 개선이 영업활동의 결과보다는 주로 영업 이외의 부문에서 저금리 등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물론 금리 하락이 기업의 수익성은 크게 개선시킨 반면 가계의 이자 수입은 감소시켰다고 할 수 있다.

외환 당국이 시장개입을 통해 원-달러 환율을 방어해주는 것도 수출기업의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어온 또 다른 기반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면서 수출기업마다 아우성을 치고 있지만, 정부는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 유지·강화를 위해 원화가치 평가절상을 막아왔다. 우리나라의 적정한 원-달러 환율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환율을 안정시키는 데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정부는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하거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발행해 달러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원-달러 환율 하락을 방어하고 있는데, 여기에 투입되는 비용(이자 및 수수료)이 대략 연간 7조원에 달한다. 이에 따른 국가 재정 부담은 국민의 세금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수출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막대한 달러가 국내에 들어오고, 자본시장 및 인수·합병(M&A) 시장 개방으로 외국 자본의 국내 유입이 급증하면서 원-달러 환율 하락 압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바꿔 말하면, 수출기업들이 벌어들이는 풍부한 달러가 원-달러 환율 하락의 한 요인이 되고 있는데, 정부가 다시 수출기업들의 수익성 향상을 위해 재정 부담을 감수하고 시장에 개입해 환율 하락을 막아주고 있는 것이다. 외환위기 직후 원-달러 환율이 1900원대까지 폭등했을 때 수출기업들은 “이 정도 환율 수준에서는 돌멩이를 수출해도 큰돈을 벌 수 있다”고 말하곤 했다.

한국은행쪽은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이 견딜 수 있는 적정 원-달러 환율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고, 정확히 분석해서 그 수준을 산출해낸다 해도 환율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이를 공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수출 채산성이 확보되는 환율 수준, 즉 심리적 마지노선은 늘 바뀐다. 기업은행경제연구소쪽은 “수출업체들을 대상으로 적정 환율 수준에 대한 설문조사를 해보면 예전에는 1100원이라고 했다가 환율 하락세가 나타나면 환율 방어선을 1050원, 1000원 하는 식으로 수출업체 스스로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환율 인하로 죽는다 죽는다 하면서도 실제로 문 닫은 기업은 거의 없고, 환율이 하락하면 부담을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식으로 이윤을 보전하는 기업도 많다”고 지적한다.


수익을 내수 부문으로 확산시켜야

인력 감축과 비정규직 확대 등에 따른 인건비 감소도 수출기업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는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다. IT 업종의 영업이익률은 2001년 3.5%에서 2002년 9.0%, 2003년 9.6%로 늘었다. 5대 기업의 영업이익률도 1990년대 9.7%에서 2000년대 13.0%로 높아졌다. 이러한 영업이익률 개선은 품질경쟁력을 강화한 덕분이기도 하지만 매출원가율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5대 기업의 매출원가율은 1990년대 80.4%에서 2000년대 72.8%로 크게 떨어졌는데,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의 감소가 크게 기여했다. 제조업체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1997년 상반기에 12.0%였으나 1999년 이후 10% 안팎에 머물다가 2004년에는 8.2%로 더 떨어졌다. IT 업종의 노동소득분배율(기업이 창출한 부가가치 중에서 노동에 배분된 몫)도 2001년 42.3%에서 2002년 28.1%, 2003년 31.3%로 대폭 낮아졌다. 한국은행쪽은 “우리 경제가 수출지향적 성장을 포기할 수 없지만, 수출기업들의 사상 최대 수익을 내수 부문으로 확산시켜 여러 계층과 집단에 수익이 골고루 분배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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