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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보도

[고 이병렬 조합원 추도사]

작성일 2008.06.13 작성자 대변인실 조회수 1926
[고 이병렬 조합원 추도사]

존경하는 이병렬 동지!
오늘 민주노총 80만 조합원은 깊은 슬픔과 찢기는 아픈 마음으로 이병렬 동지를 추모합니다. 더 가슴이 아픈 것은, 말로 다할 수 없는 화상의 고통으로 마지막까지 사투를 벌이다 가시게 한 것이 참으로 죄송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사랑하는 이병렬 동지!
너무도 아픈 우리의 촛불이 된 동지!
바싹 타들어 간 나뭇잎처럼 여윈 당신의 모습에서 시대의 아픔에 대한 고뇌를 읽습니다.
삶에 지친 그 육신을 태워 세상에 던지던 날
왜 이리 더디냐며 우리를 다그치신 당신의 마지막 유언이
죽비가 되어 우리의 굽은 어깨 위로 쏟아집니다.

“광주항쟁 28년 미친 소, 이명박 타토 투쟁1년”
그렇게 시간을 새겨가는 당신이었기에 부글부글 가슴속에 끓어올랐을 분노는 무릎이 벗겨지도록 몸부림친다 한들 삭지 않는 불덩이였나 봅니다.
기어이 가슴속 그 불덩이를 토해낸 당신, 이병렬 동지여!
스스로 타오를 수밖에 없었을 캄캄한 절망 앞에 홀로 선
당신의 분노와 외로움이 사무치게 서럽습니다.
지금 이 순간, 동지의 손 맞잡고 뜨거운 함성으로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기쁘겠습니까? 서럽고 원통합니다.

동지여, 보고 계십니까.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 민중의 함성이 마침내
촛불의 바다로 일렁이고 있는데 당신은 왜 이렇게 누워계십니까.
수면을 박차 오르는 돌고래처럼 힘차게 솟구쳐
“4천 7백만 민중의 목숨을 미국에 바치는 자 누구인가”
호통치며 저 오만한 권력을 꾸짖어야 하는데......
동지여, 당신은 어찌 아무 말도 할 수 없단 말입니까.

당신이 그토록 자주 가던 망월동으로 훨훨 떠나보내지만
누구도 동지를 잊지 않을 것입니다.
28년이 지나도 망월동을 찾아 나서듯 당신을 찾아 나설 것입니다.
21년이 지났어도 6월의 정신이 권력의 만행을 용납하지 않듯
당신의 몸으로 타오른 촛불은 결코 꺼지지 않을 것입니다.
살아 백년을 다 못했지만 죽어 천년을 기억 할 것입니다.

날이면 날마다 이명박 시장독재의 절망스러운 밤을 거두기 위한 희망의 촛불이 바다를 이루고 있습니다. 새로운 민주주의를 향해 꽃처럼 피어나는 촛불의 거리에서 이병렬 동지의 간절한 염원 또한 촛불로 승화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광우병쇠고기수입에 대한 이병렬 동지의 분노를 우리 80만 조합원은 거대한 촛불의 저항으로 쉬지 않고 만들어 갈 것입니다. 이병렬 조합원이 우리에게 맡긴 엄중한 시대적 과업을 민주노총은 강령으로 받아 안고 국민을 무시하는 이명박 정부를 기필코 심판하고야 말 것입니다.

우리는 이병렬 동지가 시대와 역사의 요구를 나의 요구로 깊이 받아들이고 깨끗한 양심으로 항거한 숭고한 뜻을 각인하고 노동자민중 승리의 시대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철근같이 무거운 일상에 처진 어깨 기울이며
뉘엿뉘엿 긴 그림자를 끌고 돌아가던 고달픈 어제의 짐들일랑은
미련없이 부려놓고 부디 편히 가소서
이승의 고개 넘어 멀리멀리 간다 한들 누가 원망할 것이며
활활 촛불 되어 타들어간 당신의 고통과 희생을 누가 잊을 수 있겠습니까.
고이고이 가소서 이병렬 동지여!
답답한 세상 돌아보지 말고 편히 쉬소서. 이제 투쟁은 살아있는 우리의 것입니다.
당신의 뜻을 새기며 더 멀리 퍼져갈 수백만 개의 촛불을 당신의 영전 앞에 바칩니다.

2008년 6월14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이석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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