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명]
공익위원 침묵 속에 추락하는 최저임금제도
제도 취지 실현할 의지 없으면 차라리 사퇴해야
최저임금위원회가 22년 만에 처음으로 삭감안이 제출되는 등 파국을 맞고 있는데도,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를 누구보다 앞장서 실현해야 할 9명의 공익위원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침묵을 빌어 사용자단체의 삭감요구를 돕고 있는 공익위원들을 강력히 규탄하며, 공익위원단이 저임금 노동자 보호를 통해 보다 적극적인 최저임금제도 취지 실현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사용자단체는 지난 19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6차 전원회의에서 3번이 정회 끝에 기존의 5.8% 삭감안에서 고작 1.8%를 올린 ‘4% 삭감안’을 제시한 뒤 회의 계속 의사마저 없다고 했다. 공익위원들은 이날 회의 내내 사회를 본 위원장을 빼고는 단 한 명도 최저임금 논의 관련 발언을 하지 않았다. 경총 등 사용자단체는 오는 25일 마지막 회의에서도 삭감안을 주장할 게 뻔하다.
미증유의 경제위기였던 10년 전 98년에도 최저임금은 2.7%가 올랐다. 당시 전체 노동자의 임금이 -2.5%로 떨어졌고, 경제성장율은 -6.7%로 추락했지만 최저임금은 인상시켰다. 저임금 노동자 보호라는 최저임금제도 도입의 취지를 충실히 따른 결과였다. 노동계는 최저임금이 전국 노동자 평균임금의 50%는 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사용자단체는 처음부터 삭감안을 주장했다. 경제위기의 책임을 노동자, 그것도 저임금 노동자에게 전가하겠다는 의미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 사용자단체는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이유로 든다.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사실이다. 그러나 중소기업 경영위기의 주범은 따로 있다. 고질적 원하청 구조와 원자재 가격인상, 정부의 지원미흡 등이 그 주범이다. 최저임금 삭감으로 중소기업을 살릴 수 없다는 건 기업주들도 잘 아는 사실이다.
예년의 결정과정을 보면 마지막 회의 직전의 전원회의에서 노사 간극은 5~15% 차로 좁혀졌다. 위원장을 포함한 9명의 공익위원들이 노사 양측을 최대한 설득하고 조율한 결과였다. 그러나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사용자단체는 19일 6차 회의에도 삭감안을 요지부동으로 버텨 노사 간극은 24%나 벌어졌다. 그럼에도 19일 회의에 나온 공익위원들이 3시간여 회의 내내 아무도 합의를 유도하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 이는 최저임금제도의 취지를 근본으로 부정하는 모습이다. 결국 사용자단체는 공익위원들의 침묵에 기대 여유 있게 삭감안을 고수했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이후 9명의 공익위원을 모두 교체했다. 1명의 공익위원을 빼면 모두 올해 새로 선임돼 최소한의 연속성도 확보하지 못했다. 노동부 관료 출신인 위원장과 상임위원을 제외한 7명의 공익위원 모두 관련학문을 공부한 대학교수들이다. 위원장은 대통령과 같은 경상도 출신에, 고려대 출신이다. 한 달에 80만원 남짓한 돈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노동자의 1년 살림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마저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학벌주의와 지역주의가 작동하고 있다.
19일 전원회의에서 증언한 한 60대 여성 노동자는 월 10만원인 방세를 35만원으로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요구에 “잠이 안 온다”고 말했다. 전쟁 고아로 태어난 이 노동자는 “몇 번을 망설인 끝에 4,400원짜리 배추 한포기를 산다”고 했다. 공익위원들은 자신들을 임명한 사람이 아닌, 자신들이 임명된 이유를 위해 일해야 한다.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할 의지도 의사도 없고, 침묵을 빙자한 사용자 지지를 계속할 생각이라면 차라리 공익위원직을 사퇴하는 것이 옳다.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2009년 6월 24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