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최저임금제도 무력화 노리는 사용자단체 규탄한다.
6월 25일 전원회의 파국에 붙여
국제노동기구(ILO)는 지난 19일 제98차 총회에서 전세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지구적 일자리 협약’을 채택했다. ILO는 이번 협약에서 “임금 디플레이션 악순환을 막기 위해 ‘법정 최저임금’이 중요한 지침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최저임금은 정기적으로 검토되고 조정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같은 날 한국에선 사용자단체가 공익위원들의 침묵 속에 최저임금을 오히려 삭감하자고 나왔다. 사용자들의 최저임금 삭감 주장은 이 나라에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지난 22년 동안 처음이다.
사용자단체는 25일 오후 2시부터 정회와 속개를 거듭한 마지막 제7차 전원회의에서도 여전히 삭감안을 고수했다. 10시간 넘는 회의 내내 요지부동이었다. 10년 전 구제금융의 위기 속에서도 최저임금은 6.1~2.7%나 올랐다. 이는 최저임금제도가 어떤 지표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천차만별로 변하는 수리경제학의 요란하고 현란한 줄과 선분의 논리가 아니라 ‘저임금 노동자의 최저생활 보호’라는 도입 취지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이 땅의 저임금 노동자를 대표한 양대 노총은 가장 낮은 곳에서 일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미증유의 폭거 앞에 할 말을 잊었다. 이로써 사용자단체는 저임금에, 여성에, 고령인 대표적인 사회적 약자에게 경제위기의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 하고 있다.
사용자단체는 회의 시작 10시간 만인 25일 자정에서야 수정안을 내면서도 -2%를 제시, 여전히 삭감안을 고수하여 합의 도출보다는 삭감안 고수의 의지를 분명히 했다. 수십년 최저임금 결정의 역사에서 저임금 노동자의 최저 임금을 깎아서 경제를 살린다는 억지논리가 울려퍼진 것은 전세계에서 한국이 처음이다. 사용자단체의 이런 논의 태도는 내년도 최저임금의 삭감이나 동결을 목표로 최저임금제도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사용자단체의 근본 의도를 분명히 확인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파행 끝에 오는 28일 다시 전원회의를 열기로 했지만 당일 회의에서도 합의 도출에 난항은 불가피하다. 최저임금 삭감안을 놓고 회의하는 나라가 도대체 전세계 어디에 있는가. 최저임금은 최소한 뛰는 물가와 생계비를 확보할 수준은 돼야 한다. 우리는 최대한 합의 타결을 원한다. 그러나 우리의 이 같은 최소한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 한 28일 회의에서도 합의 도출은 난망할 뿐이다.
공익을 대표한다는 9명의 공익위원들은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최저임금 조정을 위한 적극적 역할을 방기한채 사태를 수수방관하고 있다. 공익위원들의 이런 태도와 회의진행은 곧 사용자단체의 삭감안 고수에 더없이 좋은 빌미를 주고 있다.
이에 우리 양대노총은 28일의 회의에서도 사측의 삭감안이 철회되고 저임금 노동자의 보호라는 원래의 취지대로 최저임금 인상이 이루어지지 않을 시, 중대한 결정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엄숙히 경고하는 바이다.
2009년 6월 26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 한국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