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정부여당은 ‘비정규직 보호’ 위선을 중단하고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즉각 나설 것을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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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비정규직법이 시행됩니다. 주기적인 해고자 양산을 우려한 노동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보호 길이 열렸다’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환호 속에 지난 2007년 입법된 이 법이 시행되지만, 정작 기간제 비정규직인 우리는 기쁘지가 않습니다. 비정규직법의 제정 취지에 따르면 당연히 정규직이 됐어야 할 우리 기간제 노동자들은 ‘시행유예’ 덫에 사로잡힌 한나라당과 정부의 무책임과 무대책 때문에 오히려 해고를 당했거나, 해고 위협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와중에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의 가슴을 가장 아프게 하는 자들은 바로 한나라당과 노동부입니다. 한나라당은 현행 비정규직법이 가진 모순과 문제점을 그대로 유지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비정규직법 시행유예’ 주장 관철에 눈이 멀어 비정규직의 고통마저도 당리당략의 도구로 삼았습니다. 설사 법시행이 유예가 된다고 하더라도 비정규직 해고가 중단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유예’가 ‘해고금지’를 의미하진 않기 때문입니다. 그 누구보다 비정규직에게 가장 큰 고통을 안겨줬던 한나라당은 지금 국회에서 마치 ‘비정규직의 수호천사’인 것처럼 행세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역시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잊을 수 없는 가해자입니다. 2년 주기로 작동하는 살인기계와 같은 현행 비정규직법을 앞장서 추진했던 정당은 바로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입니다. 야당이 된 지금이라도 비정규직 앞에 그 잘못을 사과하고, 사용사유 제한 등 제도개선에 당장 나서야 할 판에, 2년 유예를 주장하는 한나라당을 비난하며 내놓은 안이 고작 ‘6개월 유예’였습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앞다퉈 비정규직을 끔찍이도 위하는 것처럼 위선경쟁을 하는 사이에, 우리 기간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일자리에서 쫓겨나고 마지막 정규직화 꿈마저도 산산조각나고 있습니다.
노동부도 비정규직 노동자의 적으로 돌아선지 오래입니다. 현행법 시행을 앞두고 정규직화 촉진방안을 내놓고, 정규직화를 회피하려는 사용자를 설득하고 제재해야 할 부처가 바로 노동부입니다. 하지만 노동부는 오히려 ‘정규직화’가 애초부터 실현 불가능한 내용인 것처럼 호도하고, 근거 없는 ‘100만 해고설’을 유포했으며, 사용자들의 탈법행위를 부추겼습니다. 그리곤 법시행일이 임박해 와도 손을 놓은 채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습니다. 노동부장관이 직무유기와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고발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 기간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진심으로 호소합니다. 기간제한을 골자로 한 현행 비정규직법은 이미 시행도 전에 나타난 부작용으로 잘못된 법임이 드러났습니다. 그렇다면 하루 빨리 사용사유 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법개정에 나서야 합니다. 아울러 실효성 없는 제도로 전락한 차별시정제도도 진정 비정규직의 설움을 덜어줄 수 있는 제도로 거듭나도록 전면적인 수술에 착수해야 합니다.
비정규직법 때문에 비정규직이 고통 받는 이 이율배반을 끝내야 합니다. 비정규직법 개정논의와 별도로, 지금 당장 나타나고 있는 비정규직 해고를 중단시키기 위해 정규직화 전환 촉진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해고금지 내용을 담아 관련 법제도를 정비해 사용자들의 악의적인 정규직화 회피시도를 차단하고, 정규직화 의사가 있어도 형편이 안되는 사업장에는 정규직화 전환 지원금 등을 대폭 확대해 지급해야 합니다.
우리 비정규직은 여야 정치권이 국회 안에서 벌이고 있는 책임공방을 볼 때마다 허탈감을 넘어 분노를 느낍니다. 부작용이 뻔한 법을 만든 죄, 법시행이 임박하도록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은 죄, 법이 잘못된 줄 알면서도 고치지 않은 죄, 비정규직의 고통을 정치논리에 가두고 자신들의 당리당략에 이용한 죄 모두가 여야 정치권과 노동부에게 있습니다. 비정규직법 시행을 둘러싸고 생겨난 혼란과 해고사태 역시, 대책마련은 모르쇠로 일관한 채 ‘시행유예’와 ‘기간연장’에만 열을 올린 여야 정치권과 정부의 책임입니다.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여야와 정부에 촉구합니다. 잘못 만들어진 비정규직법에 희생된 모든 기간제 노동자들을 즉각 정규직화 해야 합니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사용사유 제한을 근간으로 한 비정규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의 경고를 무시하고 이와 같은 비극을 또 다시 되풀이한다면,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통은 걷잡을 수 없는 투쟁으로 직결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합니다.
2009년 7월 1일
기간제 비정규직 노동자 일동
** 기자회견 자료 전문은 별첨 한글파일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