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쌍용차 합의에 찬물 끼얹는 정부
무더기 구속, 억지 손배소, 공안몰이 중단하고 공적자금 투입하라
힘겹게 이뤄진 쌍용자동차 노사합의 정신이 정부의 손에 의해 산산이 부서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무더기 구속영장 발부와 5억4천8백만원의 손배소 청구, 연대단체 음해 등 정부와 경찰이 벌이고 있는 쌍용차 관련 공안몰이를 당장 중단할 것을 촉구하며, 공적자금 투입 등 쌍용차 회생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조치에 즉각 나설 것을 촉구한다.
경찰은 파업중단과 함께 연행된 노동자 38명을 추가로 구속했다. 이로써 쌍용차 파업 관련 구속자 수는 모두 64명으로 늘어났으며, 이는 노동사건으로는 단일 사안 최다 구속자다. 이와 같은 무더기 구속은 쌍용차 노사가 어렵게 도달한 합의의 근본정신을 훼손하는 것이자, 정부 스스로 밝힌 ‘자진 해산시 사법처리 최소화’ 방침을 뒤집는 것으로, 앞으로의 쌍용차 회생이나 노사-노정관계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대치했던 노사가 머리를 맞대 올바른 회생방안 실현에 이르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사법처리는 도움이 되긴 커녕 갈등의 불씨만 더 지피는 셈이 될 것이다. 파업 진압을 위해 공권력을 통째로 쌍용차 사측에 넘겼던 정부가 이제는 사법권마저 넘기려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시민과 취재기자를 상대로 폭력을 일삼았던 사측 구사대에 대한 사법처리는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아 형평성 논란마저 일고 있다. 구속자 양산과 도를 넘은 사법처리는 ‘제2의 쌍용차 사태’를 불러올 수밖에 없음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정부가 진정으로 쌍용차 회생과 정상화를 돕고 싶다면, 그 첫걸음은 쌍용차 관련 연행자에 대한 사법처리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경기경찰청이 밝힌 ‘5억4천8백만원 손배소’도 황당하긴 마찬가지다. 쌍용차 안팎에서 벌어진 경찰과 노동자의 충돌은 경찰의 과잉진압과 사측의 사병화에 따른 것임을 온 세상이 다 알고 있다. 야4당과 수많은 시민단체들이 경찰의 도를 넘은 폭력성을 지적하고 있으며, 사태가 악화되고 장기화 된 것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높다. 여러 차례에 걸쳐 밝힌 바와 같이, 경찰이 평화로운 집회를 보장하고 집회참가자를 폭력적으로 가로막지 않는다면, 충돌이 일어날 일도 없다. 방패와 곤봉도 모자라 테이저건과 공기탄환총까지 동원했던 경찰이 맨몸의 집회참가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다니, 민주노총은 경찰의 정치적 의도가 깊게 배어있는 손배청구를 결코 인정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다. 또 민주노총을 비롯한 수많은 단체가 입은 피해를 종합해 경찰을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묻는 손배소와 함께 도의적-사회적 책임까지도 따져 물을 것이다. 게다가 5억4천8백만원 중 ‘위자료’로 5억을 청구한 것은 또 무엇인가. 무고한 시민을 폭행해 생긴 경찰의 자괴감을 말하는 것이라면 그나마 수긍할 수도 있을지 모르나, 정작 위자료를 청구해야 할 사람은 경찰이 아니라 이성 잃은 공권력에 피해를 입은 노동자와 시민들이다.
대검찰청 공안부가 ‘군사위원회’ 운운하며 쌍용차 파업에 해묵은 ‘붉은 칠’을 하는 꼴도 한심하기 그지없다. 검찰이 주장하는 서적들이 실제로 발견됐는지도 의문이며, 설사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군사학’ 책을 보면 군사조직이 만들어진다는 발상은 또 무언가. 경찰도 확인한 것처럼, 옥쇄파업 노동자들은 자기가 다시 일하게 될 곳이란 생각에 도장공장 생산설비 하나까지 소중하게 다뤄왔다. 이처럼 주체적으로 옥쇄파업을 펼쳐왔던 쌍용차 노동자들이 ‘외부세력’의 지시를 받아 파업에 임했다니, 이런 터무니없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없다. 게다가 본디 ‘연대’란 하나의 뿌리를 가진 공동의 문제를 풀기 위해 함께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지시를 받으면 회사가 시키는 대로 인권탄압 행위마저도 거리낌 없이 저지르는 경찰과는 다르다. 만일 ‘연대세력’의 배후가 있다면 그것은 ‘하나의 뿌리를 가진 공동의 문제’를 야기 시킨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다. 검찰은 70년대에나 통하던 공안몰이를 중단하라.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노사합의 정신을 거슬러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공안몰이가 아니라, 공적자금 투입 등 쌍용차 회생을 위한 정부차원의 방안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산업은행이 ‘구조조정 자금 1천억원 이상의 지원은 어렵다’고 밝힌 것은 이제 막 시동을 건 쌍용차의 회생노력에 사실상 손을 놓겠다는 뜻으로 매우 실망이다. 정부는 많은 전문가들이 쌍용차 사태가 여기까지 치달은 이유로 정부의 수수방관을 지적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만일 노사합의 이후에도 정부 차원의 지원 대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정부는 쌍용차 정상화를 가로막은 주요 요인으로 기록될 수밖에 없음을 잘 알아야 한다.
2009년 8월 11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