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쌍용차 총회결과는 원천무효
규약규정 어기고 선거관리 민주성도 상실
쌍용차 일부 조합원이 추진한 금속노조 탈퇴투표가 가결됐다고 한다. 규약과 규정도 어긴 채 회사의 탈퇴공작에 따라 실시된 투표라는 점과, 선거관리 역시 회사 입맛대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이다. 민주노총은 이번 투표가 내용적-절차적 합법성을 모두 상실한 원인무효 행위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따라서 투표결과를 조합원의 자발적 의사결정으로 인정할 수 없음을 밝힌다.
이번 쌍용차 총회는 규약과 규정이 정한 소집절차를 위반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형식적 하자를 안고 있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는 지부장 구속 뒤 대의원대회를 통해 지부장 직무대행을 인준했기 때문에, 총회 소집권은 지부장 직무대행에게 있다. 하지만 탈퇴투표를 추진했던 조합원은 새로운 지부장 직무대행에게 아무런 소집요청도 없이 총회를 공고했다. 특히 지부장 직무대행은 “총회소집을 정식 요청할 경우 이를 받아들일 것”이란 의사를 수차례에 걸쳐 밝혀왔음에도 불구하고, 총회소집 조합원은 규약을 어겨서까지 지부를 배제했다. 더구나 금속노조 규약은 지부 차원의 탈퇴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탈퇴하고자 하는 조합원은 개별적으로 탈퇴서를 제출토록 하고 있다. 따라서 탈퇴여부는 애초부터 지부 총회에서 다룰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선거관리 역시 회사 입맛대로 이뤄져 민주성을 신뢰하기 어렵다. 회사는 투표가 벌어지는 오늘마저도 쌍용차지부 집행부의 공장출입을 봉쇄했다. 노조사무실 출입을 가로막는 행위는 명백한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용역깡패를 동원해 막무가내로 막고 있는 것이다. 회사는 총회를 앞두고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를 탈퇴해야 정부지원과 매각이 가능하다’는 유언비어까지 퍼뜨렸다. 이런 상황에서 총회가 진행되다보니 투표와 개표의 민주성과 비밀보장 여부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크다. 또 특정한 사안을 두고 찬반을 묻는 투표를 할 때에는, 투표에 앞서 찬반 의견 모두가 공정하게 개진돼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상식이다. 노조 집행부의 공장출입을 가로막은 채, 조합원도 아닌 팀장급을 비롯한 사용자가 사실상 주도해 실시된 투표결과를 어느 누가 신뢰할 수 있겠는가.
민주노총은 이번 총회 소집 과정과 결과를 ‘민주노조운동 와해를 노린 정부와 사측의 정치공작’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민주성을 결여한 채 진행된 총회 결과를 인정할 수 없으며, 총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가능한 법적 대응에도 즉각 착수할 것이다. 민주노총은 또 노사합의 정신을 훼손하는 경찰의 과잉수사와 사측의 합의사항 불이행을 규탄하며, 일체의 민주노조 파괴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