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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대통령 자신부터 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 - 시간제 일자리 늘리자고? 나쁜 일자리 양산 말고 노동기본권부터 챙겨라

작성일 2013.05.28 작성자 대변인 조회수 3562

[논평]

대통령 자신부터 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

- 시간제 일자리 늘리자고? 나쁜 일자리 양산 말고 노동기본권부터 챙겨라 -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2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시간제 일자리를 늘려 고용률 70%를 달성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세미나나 아이디어회의 같은 데서 이런 얘기가 나왔다면 그러려니 하고 넘기겠지만 대통령이 수석비서관들에게 지시하는 자리에서 이 같은 발언을 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인식의 전환을 강조했는데 오히려 무지함을 깨닫고 인식을 바로잡아야 하는 것은 대통령 자신이다. 게다가 방미 당시 통상임금 발언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독선적 태도 또한 여전했다.

 

노동과 고용문제는 인식론의 영역 이전에 존재론의 영역이다. 한국의 노동현실은 OECD 가입국 중 최장의 노동시간과 가장 낮은 임금, 낮은 노조가입률과 높은 산업재해율, 비정규직 비율은 높고 최저임금은 낮은 것에서 잘 보여주듯이 열악하기 짝이 없다. 특히 시간제 노동자는 일자리 축에도 못 끼는 나쁜 일자리의 대명사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독일이나 네덜란드 같은 외국의 예를 들며 인식의 전환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의 발언을 가장 좋게 해석하여 '동일가치 노동 동일임금'의 취지로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전제되어야 할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의 준수와 확립이다. ILO핵심협약은 하나도 비준하지 않으면서, 공무원노조의 설립신고조차 반려하고 자본의 무지막지한 노조탄압은 방치하면서 노사정 대타협 운운하는 것은 기만이다. 재벌대기업을 정점으로 수직하청계열화 된 약탈적 경제구조는 눈감고 헌법적 기본권인 노동3권조차 제대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선진국형 좋은 시간제 일자리'같은 발상은 형용모순일 뿐이다.

 

대통령의 발상과 발언에 많은 이들이 분개하는 것은 현실을 깨닫지 못한 채, '공모 등을 통해 이름을 좋은 단어로 바꾸자'거나 '잘못된 인식을 바꾸라'고 강요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아무리 창조경제를 강조한다지만 이름 바꾸고 생각을 억지로 바꾼다고 열악한 노동현실과 나쁜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로 창조되지는 않는다.

 

박 대통령은 임기 내 70% 고용률이라는 공약 달성을 위해 시간제 일자리 같은 나쁜 일자리를 양산할 것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지켜주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노동이 존중되지 않는 사회에서는 어떤 일자리든 나쁜 일자리일 수밖에 없다.

 

 

2013.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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