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노동 관련 분쟁 해결 절차 ‘전문가패널’ 활동 개시에 대한
ILO 공동행동의 입장
- 한국 정부의 책임 방기가 사상 초유의 노동 분쟁 해결 절차 불러와
- 노동법/국제노동기준에 관한 전문가 한 명 없는 전문가패널 구성도 문제
한-EU FTA 제13.15조에 따라 구성된 ‘전문가패널’이 2019년 12월 30일부터 90일간 활동한다. 2018년 12월 EU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이 충분치 않다며 한-EU FTA 제13.14조 상 ‘정부 간 협의’를 요청했고, 한국 정부와 EU는 2019년 3월까지 90일간 협상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후 2019년 7월 4일 EU는 전문가패널 소집을 한국 정부에 요청했고, 그 결과 한-EU FTA 제13장 상 무역 분쟁 해결 절차 중 마지막 단계인 전문가패널 활동이 개시된 것이다.
한-EU FTA 제13장에 의하면, 양측은 노동기본권에 관한 ILO의 1998년 선언 상의 원칙을 법‧관행에서 존중, 증진, 실현해야 한다.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의 효과적 인정, 모든 형태의 강제노동 철폐, 아동노동의 효과적 폐지, 고용 및 직업상의 차별 철폐’에 관한 ILO 핵심협약을 존중, 증진, 실현할 것을 FTA 협정문에 명시해서 약속한 것이다. ILO 핵심협약은 ILO 회원국들이 합의를 형성해서 정한 노동 분야의 국제적인 규범으로서, 한-EU FTA 제13장은 ILO 회원국으로서 핵심협약을 당연히 비준해야 함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노사정 합의, 국내법 개정 등을 핑계로 ILO 핵심협약 비준을 미루어왔고, EU의 장기간의 문제 제기를 거쳐 결국 전문가패널 소집이라는 사상 초유의 노동 관련 분쟁 해결 절차를 개시되었다.
뿐만 아니라 전문가패널 3명의 구성을 보면, 한국 측이 추천한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통상법), 유럽연합 측이 추천한 로랑 브와송 드 샤주네(Laurence Boisson de Chazournes, 프랑스) 스위스 제네바대 교수(국제법), 의장 토마스 피난스키(Thomas Pinansky, 미국)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로서, 한-EU FTA 13.15조 3항 상 ‘적용대상이 되는 문제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이라는 자격 요건을 충족하는지 상당히 의문이다. FTA 상의 노동기준 위반을 심사하는 분쟁 해결 절차가 최초로 개시되었는데, 노동법/국제노동기준에 관한 전문가 한 명 없이 실효성 있는 권고·조언을 낼 수 있겠는가. 특히 전문가 패널 의장인 토마스 피난스키 미국 변호사는 한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의 경제단체인 주한 미상공회의소 부의장, 이사, 고문을 1992년부터 역임해 왔으며, ‘민감한 노동/고용 사안에서 다수의 국제 기업 및 외국 정부의 이익을 대리’해왔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는데(법무법인 바른 홈페이지 구성원 소개), 과연 ILO의 노동기본권 선언에 대한 객관적이면서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을지 심각히 우려할 수밖에 없다.
세계 10위권의 수출 규모를 지닌 한국은 언제까지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을 제한하고, 강제노동을 묵인하면서 수출경쟁력을 유지할 것인가. 또한 이번 전문가패널의 보고서는 자유무역협정과 국제 노동·환경기준을 조화시키겠다는 양측의 선언, ‘환경 노동권 등 핵심 가치를 수호하는 것도 경제적 이익만큼 중요하며, 한국은 노동권에 관한 핵심 약속을 여전히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라는 EU 측의 지적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담아낼 수 있을 것인가. ILO공동행동은, 한국 정부는 이제라도 한-EU FTA 제13.4조 3항을 준수하여 법과 관행에서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의 효과적 인정을 포함한 기본권을 존중, 증진, 실현할 것, 전문가패널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노동 분쟁 해결 절차에 임하며 FTA 노동 조항에 대한 정부의 의무를 폭넓게 해석하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충실한 조사를 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0년 1월 7일
ILO긴급공동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