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 앞에선 남자인 게 부끄럽다
사설
우리 사회는 최소한 제도적으론 남녀 평등이 이뤄졌다고들 믿는다. 남성이 독점하던 호주제도가 폐지됐고, 상속도 동등하게 이뤄지도록 돼 있다. 남녀고용 평등법은 물론 여성부나 국가인권위원회가 눈을 부라리고 성차별을 감시하며, 제한적으로나마 공직 사회엔 여성 할당제가 도입됐다. 그러나 포장을 살짝 들추기만 하면 그 허장성세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개화기 낡은 관습을 타파하는 데 앞장섰다고 자부해 온 서울 와이엠시에이(YMCA)가 보여주는 가부장적 독선은 그 상징이다.
한국 와이엠시에이 전국연맹은 최근 총회 결의를 통해, 서울와이엠시에이가 계속 여성 참정권(선거권 피선거권 투표권)을 거부할 경우 5개월 안에 연맹에서 제명하겠다고 했다. 전국연맹은 그동안 성차별 철폐를 거듭 요청했으나, 서울와이는 모르쇠로 일관해 왔다. 오히려 지난 2월 103차 총회에 여성의 회원 자격을 근본적으로 제한하는 헌장 개정안을 상정했다. ‘만 19살 이상 기독교 정회원(입교인)으로, 보통회비 이상을 납부한 2년 이상 계속 회원인 사람’으로 되어 있는 회원 규정 가운데 ‘사람’을 ‘남자’로 바꿨다. 사람 중에서 여자는 뺐던 것이다.
비록 개정안은 부결됐지만, 시민사회단체는 이사회의 막무가내식 독선에 경악했다. 와이엠시에이 헌장 정신은 세계 124개국 기독청년회와 국내 62개 지회가 함께 채택하고 있는 것이었다. 2002년 폭로된 이사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 등은 이런 남성의 독주와 독선 속에서 발생했다. 당시 실무 간사 등으로 구성된 비상회의는 이사진의 퇴진과 제도개선을 촉구했지만, 이사회는 관련자에게 해임 또는 대기발령이란 중징계를 내렸다.
1903년 황성기독교청년회로 출범한 서울와이엠시에이는 일제강점기 2·8 독립선언과 물산장려운동을 주도하고, 야구와 농구를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소개하는 등 다양한 계몽활동을 펼쳤다. 광복 뒤에도 낡은 제도와 관행을 깨는 데 앞장섰다. 그 중심엔 60%를 차지하는 여성 회원이 있었다. 이런 단체가 소수 지도부의 시대착오적 행태 때문에 흔들리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젠 물러설 순 없다. 차별적 관행과 제도를 일소하지 않으면 서울와이엠시에이는 역사성과 공공성을 회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기독교단체나 시민사회도 이를 바로잡는 데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사설
우리 사회는 최소한 제도적으론 남녀 평등이 이뤄졌다고들 믿는다. 남성이 독점하던 호주제도가 폐지됐고, 상속도 동등하게 이뤄지도록 돼 있다. 남녀고용 평등법은 물론 여성부나 국가인권위원회가 눈을 부라리고 성차별을 감시하며, 제한적으로나마 공직 사회엔 여성 할당제가 도입됐다. 그러나 포장을 살짝 들추기만 하면 그 허장성세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개화기 낡은 관습을 타파하는 데 앞장섰다고 자부해 온 서울 와이엠시에이(YMCA)가 보여주는 가부장적 독선은 그 상징이다.
한국 와이엠시에이 전국연맹은 최근 총회 결의를 통해, 서울와이엠시에이가 계속 여성 참정권(선거권 피선거권 투표권)을 거부할 경우 5개월 안에 연맹에서 제명하겠다고 했다. 전국연맹은 그동안 성차별 철폐를 거듭 요청했으나, 서울와이는 모르쇠로 일관해 왔다. 오히려 지난 2월 103차 총회에 여성의 회원 자격을 근본적으로 제한하는 헌장 개정안을 상정했다. ‘만 19살 이상 기독교 정회원(입교인)으로, 보통회비 이상을 납부한 2년 이상 계속 회원인 사람’으로 되어 있는 회원 규정 가운데 ‘사람’을 ‘남자’로 바꿨다. 사람 중에서 여자는 뺐던 것이다.
비록 개정안은 부결됐지만, 시민사회단체는 이사회의 막무가내식 독선에 경악했다. 와이엠시에이 헌장 정신은 세계 124개국 기독청년회와 국내 62개 지회가 함께 채택하고 있는 것이었다. 2002년 폭로된 이사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 등은 이런 남성의 독주와 독선 속에서 발생했다. 당시 실무 간사 등으로 구성된 비상회의는 이사진의 퇴진과 제도개선을 촉구했지만, 이사회는 관련자에게 해임 또는 대기발령이란 중징계를 내렸다.
1903년 황성기독교청년회로 출범한 서울와이엠시에이는 일제강점기 2·8 독립선언과 물산장려운동을 주도하고, 야구와 농구를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소개하는 등 다양한 계몽활동을 펼쳤다. 광복 뒤에도 낡은 제도와 관행을 깨는 데 앞장섰다. 그 중심엔 60%를 차지하는 여성 회원이 있었다. 이런 단체가 소수 지도부의 시대착오적 행태 때문에 흔들리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젠 물러설 순 없다. 차별적 관행과 제도를 일소하지 않으면 서울와이엠시에이는 역사성과 공공성을 회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기독교단체나 시민사회도 이를 바로잡는 데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