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9일 5인 연석회의는 종결되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협상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비정규직 사용기간 ‘유예’를 전제로 한 합의는 절대로 있을 수 없다며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5인 연석회의가 출발한지 10일만의 일이었다.
지난 6월 19일부터 시작한 ‘5인 연석회의’는 환경노동위원회 여야 3당 간사의 제의로부터 출발하였다. 민주노총은 노동계의 입장을 반영, 합리적 대안을 만들기 위해 5인 연석회의를 운영한다는 취지에 동의해 6월 15일 중앙집행위에서 참여를 결정하게 되었다. 민주노총은 또한 연석회의 참여를 통해 6월 임시국회 비정규직법 개악 강행을 저지하고, 여야의 당리당략적 타협을 막아내며, 사용사유 제한 등 대체법안 쟁점화를 목표로 두었다.
그러나 5인 연석회의는 시작부터 ‘의제 설정’을 두고 치열한 논란이 벌어졌다.
한나라당(조원진), 자유선진당(권선택)은 ‘사용기간 유예’를 전제로 한 정규직화 전환 기금 확충 논의에 의제를 한정했다. 이에 맞서 민주노총은 비정규직법의 근본적 해결방안을 포함해서 의제를 설정해야 한다고 맞섰다. 논의 의제는 연석회의 위상과 관련된 문제인만큼 민주노총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으며, 결국 민주노총 주장이 관철되었다. 이때 결정한 논의의제는 △사용사유.사용기간.사용횟수 △정규직전환 의무 비율 도입 △차별시정제도 △정규직화 전환지원금 △외주.용역.파견.특고 노동자 보호대책 마련이다. 또한 논의의제가 포괄적인 만큼 연석회의 운영도 단기간에 끝내기 보다는 올해 연말까지 지속 운영하는 것을 합의하였다.
1차 합의에 근거해 6월 23일부터 26일까지 이어진 회의에서 ‘사용사유 제한’ 및 ‘차별시정제도’에 대한 구체적 방안들이 논의되었다. 논의가 진전되면서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은 초기 입장을 바꿔 사용사유제한 등에 대해 변화된 입장을 보였으며 ‘연내개정을 목표로 입법방안’을 마련하다는 의견 접근까지 이루어졌다. 차별시정제도 또한 마찬가지다. 노조 차별시정신청권을 주장하는 민주노총 의견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중노위 규칙개정, 노조신청권 및 심판대리권을 포함해 개선안을 마련하기로 의견접근을 이뤘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은 비정규직법에 근본적 문제점이 있다는 점을 공감하지만 사용기간 유예가 전제되지 않으면 의미없다며 협상을 파행으로 몰고 갔다. 더 나아가 사용기간 유예를 전제로 일괄합의를 주장하였다. 결국 지금까지의 논의가 유예 관철을 위한 명분임이 드러난 이상 양대노총이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사용기간 유예’만을 고집하는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과는 더 이상 협상이 무의미하다는 판단하에 29일 협상결렬을 공식적으로 선언하였다. 6월 29일 5인 연석회의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국회는 긴박하게 돌아갔다. 한나라당은 민주당과의 협상을 이어가는 가운데 언론 플레이를 통해 5인 연석회의 미합의의 책임을 야당과 양대노총에 돌리는 한편, 김형오 국회의장을 협박하며 30일 본회의시 직권상정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 강행 처리 저지를 물리적으로 막겠다며 비상태세에 들어가고, 민주노총또한 강행처리에 맞서 총파업’ 선언 및 1박 2일 국회앞 상경투쟁을 전개하였다.
결국 6월 국회에서 비정규직법 강행처리는 무산되었다. 한나라당의 독주와 강행처리를 막아낸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5인 연석회의’도 강행처리 무산의 한 몫을 한 것은 틀림없다. 실제 5인 연석회의에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않았다면 사용사유 제한 또는 차별시정제도 신청권을 둘러싼 논의 자체는 아예 불가능했을 것이다. 또한 여야 타협을 전제로 6월 말 처리 가능성도 매우 높았을 것이다. 초기 여야의 들러리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속에 5인 연석회의 참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결과적으로 민주노총의 5인 연석회의 참여는 적절했다고 판단한다.
7월 1일, 기간제 노동자들의 계약해지가 속출하면서 ‘해고 대란’ 책임 떠넘기기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다. 보수언론 조중동은 민주노총을 겨냥하여 비정규직 이해대변자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으며, 한나라당은 환경노동위원회를 강제로 점령하여 법안상정을 시도하고 여전히 직권처리 가능성의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다. 임시국회가 7월 25일까지라 한시도 긴장을 늦출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노총은 사용기간의 연장이나 유예가 아니라 비정규직법의 근본적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묶어세우는 본격적인 2라운드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