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및 전임자와 관련된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정부 집권이후 노조법 개정이 제일 당면과제로 등장했던 것에 비한다면 물론 그 행보가 상당히 늦은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는 비정규직법 개정논란과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국면을 경과하며 정부여당이 가지게 된 정치적인 부담이란 변수가 존재했으며, 이는 다시 해당논의를 보다 수면 아래로 끌어내리게 된다. 하지만 적어도 8월 이후, 상당히 빠른 국면의 진행을 보이고 있다. 법개정 최종시한인 12월말이 이제 얼마남지 않은 점도 있지만, 정부에서 더 이상 유예할 수 없다는 청와대와 지경부 등 최고위층의 압박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사정위는 노사간의 이견이 존재하더라도 지난 7월 발표된 공익위원안을 중심으로 노사정위의 최종입장을 확정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노사정위에서 두어 차례 상무위원회가 진행된다고 볼 때, 노사정위 최종안이 9월 중순경 정부로 이송되고, 이후 입법예고를 포함한 입법절차를 고려할 때 정부입법발의는 10월 중순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원내의 실질적인 논의는 11월 이후가 될 것이다. 문제는 민주노조진영의 입장이 보다 공세적으로 제기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한국노총의 경우 흔치 않은 ‘총파업 전술’과 정치연대 파기방침을 확정하며 날을 세우고 있고, 반대급부에서 경총 역시 기존입장을 번복해가며 ‘복수노조 수용불가’를 재천명하고 나섰다.
복수노조 전임자 문제에 대해 두 가지를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먼저 일차적으로 개악저지 투쟁이라는 점이다. 하나씩 보자.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복수노조 방안은 창구단일화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원칙으로서 고수해야할 복수노조와는 완전히 결을 달리한다. 즉, 이름만 복수노조인 셈이다. 창구단일화를 강행한다고 했을 때, 이는 교섭권을 가지지 못한 노조가 쟁의권과 더 나아가 단결권까지 부정될 수밖에 없다는 점, 그리고 그나마 민주노총 창립이후 쟁취해낸 산별노조라는 소중한 조직적 자산이 퇴행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명백한 개악조항이다. 남는 건 어용노조 설립을 활용한 사용자의 전술 뿐이다. 전임자 문제 역시 마찬가지이다. 노사정위 공익위원안은 ‘타임오프제도’라는 새로운 카드를 제시하긴 하였으나, 이 역시 전임자에 대한 사용자의 임금지급을 원칙적으로 불법화하고 있다는 점, 노조간부와 일반 조합원의 일상적 만남을 차단하여 노조활동의 가장 기본적인 활동근거를 차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 이 문제는 민주노조운동의 활성화를 위한 원칙 재확립의 문제이다. 87년 이후 지속된 노사관계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복수노조, 전임자 문제는 노조 규모와 관계없이 개별사업장의 개별화된 투쟁, 단협을 통한 보완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결국, 민주노조운동의 통일적인 투쟁은 필수적이다. 이는 민주노조운동의 근간을 뒤흔들고자 하는 정부의 의도가 전에 없이 거세다는 이유도 있지만, 상시화된 위기론이 만연하는 등 중요한 변환기를 맞이하고 있는 현재의 국면에서 민주노조운동의 재활성화를 위한 핵심은 조직과 투쟁의 구심력을 재정립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11월 중순이후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은 이미 노동운동의 기존성과를 단칼에 아래로부터 허물어 버리려는 현재의 시장제일주의 정부를 향한 필요최소한의 투쟁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