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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와 여성주의 1강] "젠더는 이슈가 아니라 관점이다"

작성일 2012.05.03 작성자 여성위원회 조회수 4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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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성평등 연속강좌 - 진보와 여성주의 1강

"젠더는 이슈가 아니라 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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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판에서 소위 비주류 사업(?)을 하다 보면 지금 이 사업을 해도 사람들이 관심을 보일지 고민이 들 때가 많다. 특히 바로 전날 민주노총 정치총파업을 결의하고 6월 말, 8월 말 총파업을 조직해야 하는 시기에 총파업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을 수도 있는 ‘여성주의 강좌’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살짝 신경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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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작년에 이어 성평등 연속강좌 1차 강의가 5월2일 오후에 시작됐다. 그러나 걱정과 달리 10분 늦게 시작된 강의는 민주노총 13층 중회의실을 꽉 채워 30명이 넘어섰다. 이미 미리 신청한 참가자가 25명에 달했고 참가할 수 없어 아쉽다는 연락도 많았었다. 아마 ‘진보와 여성주의’라는 제목이 민주노총 내 여성활동가들한테 책임감을 불러일으켰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날 첫 번째 강의 주제는 ‘나의 운동, 나의 문제(Question), 여성주의’다.

 

이번 강좌를 맡은 정희진 선생은 여느때처럼 열정적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좋은 강의는 수강생들이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라 하는데, 정희진 선생은 이번에도 많은 화두를 던졌다.

 

“여성, 노동자, 활동가...여러분에게 정체성인가? 역할인가? 기대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됐다.

 

정희진 선생은 이번 강의를 맡게 된 이유도 설명했다.

“진보와 여성주의에 대해 여러분이, 여성이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강의를 맡았다. 강의료 조금 주고, 뒷말도 많은 노동운동쪽 강의를 제일 하기 싫지만, 좌파 출신인 제가 여러분들과 동일시를 하다 보니 자꾸 강의를 맡게 된다. 여러분을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것이 있다(웃음)”

 

“이 강의에 왜 참여했는가? 강제동원? 제목에 유혹? 강의에 사람들이 많이 오면 좋은가? 상부에 보고할 수 있어서?”

 

참가자들은 다양한 답변을 했다.

“한 사람이 더 의식화할 수 있어서 좋다”, “조금 오면 초라해 보인다”, “참가자가 적으면 이런 강좌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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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말하고 싶은 건 여러분이 여성주의 관점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서 자신의 마음이 편해지는 거다. 변화해서 행복하고 편안하고 더 나아가 매력적인 활동가가 되는 것이 이번 강좌 목표다”

 

“제가 놀란 것 중 하나는 이번 강의 녹취록을 불참자에게도 보내고 싶다고 한거다. 불참자에 대한 과잉서비스라고 생각한다. 활동가 입장에선 헌신이고 모범적 태도지만, 그런 방식이 우리 활동을 망쳤다고도 생각한다. 오늘 오신 분들은 스스로 좋아서 시간과 돈을 들여서 온 것이다. 강사 입장에선 사람이 적을수록 교육효과도 좋다. 운동이 즐겁고 자신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해야 하는데, 사람들에게 쫒아가면서 하고 있다. 욕망 중심이 아닌 대의 중심으로 운동을 하고 있다. 사람들의 욕망을 불러일으켜야지, 대의를 따라오라고 하는건 길에서 예수 믿으라고 하는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다”

 

“그건 약자들 정체성의 정치다. 민주노총은 서비스 기관이 아니다. 자기 권리를 찾지 않는 사람들을 챙길 필요가 없다. 대기업은 내부고객만 챙긴다. 그런데 진보진영은 내부를 팽개치고 조직확대를 위해 외부만 챙긴다. 그런 과잉서비스는 젠더가 강조되게 된다. 남성 활동가가 녹취해서 여성 활동가들에게 보내주는 이미지가 상상되는가? 이 강의 듣고 와서 참 좋았겠다 그런 말 듣는 방식이면 좋겠다. 이번 강의를 근무시간에 하는건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강의내용을 이렇게 뉴스화하려고 계획하고 있던 나는 순간 이 작업이 ‘과잉서비스’가 아닐까 생각해봤다. 하지만 강의를 계속 들으면서 이 강의를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작업을 계속 해나가기로 결론 내렸다.)

 

무엇을 원하고 참가했냐는 질문에 참가자들의 답변이 이어졌다.

“얼마전에 민주노총 사무실에 왔다가 이런 강좌가 있다고 해서 듣게 됐다. 해고투쟁한지 10년 됐는데 여성의 고민이 포함된 그런 강좌가 될거라고 생각했다. 강좌 목표대로 되고 싶었다. 좀 더 행복하게 투쟁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그래서 분회 임원 3명을 강권으로 끌고 왔다(윤민례 시그네틱스분회장)”

“선생님과 친구가 되고 싶었다. 작년 민주노총 사무총국 성평등 의무교육때 강의를 처음 들었는데, 저렇게 수다를 재밌게 하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안진 총연맹 재정국장)”

“공무원노조 성평등위원장을 맡게 됐다. 그렇지만 그동안 정체성이 분명하지 않았다. 여성위원회 하면 여성이니까 가라고 해서 참가하고 그랬다. 활동가 중에 여성이 없다 보니 여성사업을 맡게 됐다. 작년에 성평등 강의를 들었었는데, 이런 강의를 남성들이 좀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필을 받고 가서 뭘 하려 해도 남성들에겐 전달이 안된다. 그런 고민을 풀고 싶었다.(최정효 공무원노조 성평등위원장)

 

“모든 참가자들의 고민을 요약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문제는 민주노총에서는 20년 동안 이 고민들이 바뀌지 않고 있다. 남자들이 왜 이런 강의를 듣겠는가? 청담동 며느리들이 페미니즘 강의를 들을거 같은가? 자본가와 노동자는 적대적 모순관계다. 너의 행복이 곧 나의 불행인 것. 그런데 남녀는 뭔가 다를 것 같다고들 생각한다. 가족, 섹스, 연애 등이 끼어있으니까. 그러나 남녀 관계도 자본가와 노동자 관계와 마찬가지라고 보면 된다. 89년 이후 자본주의는 완전히 변화하고 있다. 질과 상태가 완전히 변했다. 글로벌 자본주의 상황에서는 자본가가 보이지 않는 상태가 됐다. 하루가 다르게 자본주의는 변화하는데 진보진영은 1800년대 산업자본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노동운동, 여성운동 모두 마찬가지다. 사회운동 전체가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하는 상황이다. 왜 남성과 대화가 될거라고 생각하는가? 그 질문부터 하고 싶다.”

 

(1시간이 지나자 잠깐 휴식시간을 갖고 다시 강의를 이어갔다. 중간중간 정희진 선생의 수많은 에피소드와 재밌는 이야기들로 강의내용이 풍성해지고 참가자들의 웃음소리가 이어졌지만, 글로 다 담지 못하는게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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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수준이 여기(높은 곳)에 있다면, 남성은 저 아래 있기 때문에 수준이 맞질 않아 대화가 되질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과 남성의 격차는 계속 더 벌어질 것이다. 남성들이 생물학적으로 열등한 것이 아니라, 남성들의 문화지체를 지적하는 것이다. 남성들은 사회적으로 자기들의 언어가 다 통하기 때문에 공부하지 않는다. 미국 사람들이 새벽부터 한국어 공부하는 사람 봤는가? 25~40세 가임여성의 25% 정도가 결혼을 하지 않고 있다. 저출산 문제가 사회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여성들이 이제 남성들과 안된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운동권 여자들만 남자들을 포기하지 못한다.” (일동 웃음)

 

“사회변화에 가장 먼저 반응하는게 13~18 청소년들과 여성이다. 남녀 격차가 커지다 보니 이혼율도 증가한다. 진보진영의 남녀 격차는 더 크다.”

 

“운동은 나를 위해 해야 한다. 나의 성장, 발전을 위해. 함께 하자고 강요하는건 다른 누군가에게 억압이 될 수 있다. 여러분 피해다니는 조합원들 있지 않나? 고민을 역질문해보라. 남성들이 왜 여성문제에 관심이 있어야 하는가? 저 사람이 왜 변화하지 않을까 고민하지 말라. 장애인들도 장애인교육은 비장애인이 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애인들은 온몸으로 장애교육을 받고 있는데 무슨 교육이 필요한가. 그런데 장애인교육 들어본 사람이 있는가?”

 

“세상은 절대 변화하지 않는다. 오해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세상은 물론 계속 변한다. 그러나 억압자나 권력자는 변화의 필요를 못 느낀다. 여러분도 생각해보시라. 내가 생각하는걸 단순히 누가 설득한다고 바뀌겠는가. 목에 칼이 들어와도 변하지 않는 사람들은 오직 양심수 뿐이다. 그런데 대의 같은 근대적 가치를 갖고 계몽주의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호소해왔다. 진짜 안변하지는 않고 딱 한가지 조건이 충족될 때만 변한다. 나의 리액션(관계)이 달라질 때 상대방은 변한다. 절대 논리에 의해 설득되지 않는다. 힘에 의해 설득될 뿐이다. 예를 들어, 아무리 담배를 끊으라고 해도 안 끊지만, 돈을 끊으면 담배도 끊을 수 밖에 없다. 저도 강의할 때시간을 넘기는 나쁜 버릇을 오랫동안 못 고쳤는데, 대학강의를 가니 바뀌더라. 땡 종소리 나면 학생들이 다 일어나서 나가더라” (웃음)

 

“타인을 변화시키려고 하지 말라. 역설적으로 세상은 계속 변화하고 있다. 자기 운동을 계속 하고 있는 것이다. 타인의 취향과 인권의 경계는 어려운 문제다. 비키니 사진은 누구에겐 취향이고 누구에겐 인권침해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고양이 사진을 올리는건 인권침해일까?”

 

“여성이나 장애인, 사회적 약자들이 개인적으로 건강하고 행복한게 사회진보에 기여하는 길이다. 여러분 자신을 사랑하는게 민주화다. 관계의 패턴을 바꿔보라. 인생과 사회는 모두 관계다. 상대방에 맞는 리액션을 구사해야만 한다. 군인들에게 하는 성교육과 진보진영에서 하는 성교육을 똑같이 한다면 그건 정상이 아니다. 상대방에 맞는 리액션을 구사하는데 있어 여성주의 인식론이 필요하다. 이건 지적이고 인간적이고 지혜로운 성숙도가 필요하다. 훈련도 돼야 한다”

 

“운동권, 진보진영, 민주화세력, 빨갱이, 노동자 등등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든 이렇게 불리거나 이렇게 불리는 조직에 속해있다. 그러나 문화 등 모든 것이 여성을 비롯한 장애인, 동성애자 등 사회적 약자인 우리의 이해관계와 일치하지 않는다. 여성은 대표적인 사회적 약자다. 군대에서 병장이 이병에게 ‘이리와 오빠가 안아줄게’ 하는 식으로 약자를 여성취급한다. 우리 나라 남성들이 미국 가도 여성 취급 받는다”

 

“그러다 보니 문제가 발생한다. 일부는 이런 문제를 외면한다. 그리고 일부는 자신을 남성과 동일시한다. 명예남성이 되려는 여성들 많이 보지 않았나? 이중노동을 하는거다. 장애인이 에베레스트를 오르면 ‘인간승리’라고 한다. 장애인이 에베레스트에 올라야 ‘인간’이 되는 것이다. 여성은 남성 보다 더 잘해야만 인정을 받게 된다. 근데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체력이 떨어져서 이중노동이 고달파지게 된다.”

 

“그러다 보니 혼란, 의문이 생기기 시작한다. 내상(內傷)도 생긴다. 이 문제가 개인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조직적으로 외화되기 시작됐다. 그래서 이런 자리도 생겼을 것이다.”

 

1. 상대를 변화시키려 하지 말라. 자신에게 집중하자.

2. 상대, 상황에 맞는 나의 리액션, 변화, 실천

3. 운동의 혜택을 타인에게 나눠주지 말라.

4. 질문에 답하지 말라. 질문에 질문하라.

 

칠판에 판서한 위 내용 중 ‘질문에 답하지 말라’는 것은 일종의 처세술과도 같았다.

“남성들에겐 왜 취업하냐고 물어보지 않는다. 여성들에게 왜 취업하냐고 물어본다. 그런 질문엔 남성들은 왜 취업하냐고 되물어봐야 한다”

 

“여성주의는 세계관으로 받아들이면 너무 피곤하다. 세상을 해석하는 교양, 지식 정도로 받아들이면 된다. 너무 많이 변하면 왕따 될 수 있다.” (웃음) 정희진 강사는 정각 6시가 되자, 약속한 대로 강의를 중단(?)했다.

 

강의를 듣는 내내 나의 과거와 경험 등이 겹치며 강의에 집중하지 못할 뻔한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러다 보니 강의 내용이 더 충실하게 전달되지 못했다. 그렇지만 우리에겐 아직 4번의 강의가 남아있다. 두 번째 강의는 ‘정파, 조직, 여성주의’를 주제로 5월9일 수요일 오후 3시 민주노총 15층 교육원에서 열린다. 송은정 여성부장(onlynews@hanmail.net)

 

참가자 : 최정효 공무원노조 성평등위원장, 김상호 공무원노조 사이버국장, 김준환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 조직부장, 심선혜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 보육분회장, 이경은 공공운수노조연맹 교육국장, 이수경 공공운수노조연맹 여성국장, 김민아 공공연구노조 해양연구원분회, 우듬지 공공연구노조 핵융합지부, 임슬 공공연구노조 생명연구원지부, 박정은 공공연구노조 한의학연구원지부, 최소영 공공연구노조 화학연구원지부, 원혜옥 공공연구노조, 유희숙 건설산업연맹 대우건설노조 여성부장, 윤은정 보건의료노조 정책부장, 진현미 서비스연맹 홈플러스테스코노조 여성국장, 정유림 금속노조 여성부장, 박모은 민주노총 대전본부 총무부장, 이근정 민주노총 인천본부 총무부장, 김정은 민주노총 서울본부 조직부장, 최선영 중소기업중앙회노조 사무차장, 이미경 공공운수노조 선전국장, 강해현 공공운수노조 서울본부 조직국장, 오승희 공공운수노조 조직국장, 김순희 민주노총 서울본부 조직국장, 최현미 홈플러스노조, 이은정 건설산업연맹 여성사업담당, 안진 총연맹 재정국장, 노우정 총연맹 부위원장, 박승희 총연맹 여성위원장, 손은화 총연맹 성평등위원회 담당, 송은정 총연맹 여성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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